엔딩의 시점 :: 2013/10/14 00:04

10월5일, LG트윈스는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에서 두산을 5:2로 이기고 한화에 2:1로 진 넥센을 따돌리고 페넌트레이스 2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LG는 10월16일부터 준플레이오프 승자와 플레이오프에 돌입하게 된다.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

그런데..
아직 LG트윈스가 갈 길이 남아 있지만
왠지 LG트윈스의 2013년 야구는 이미 끝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10월5일의 승리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앞으로 어떤 승리를 해도 그 이상의 감동이 있을까 싶다.
LG가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든 패하든 그런 건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LG 야구의 엔딩 시점을 10월5일로 규정하려고 한다.
정말 2013년은 LG 야구를 보면서 많이 행복했다.

LG 야구의 2013 해피 엔딩은 이미 상반기에 예고된 셈이기도 하다. 아래 포스트와 같이. ^^


LG 야구를 보면서 고마움을 느끼다.   2013/06/17 00:07


지난주 금요일(6/14)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 간의 야구 경기가 있었다.
난 LG 트윈스의 팬이다. LG가 이겼다.
그런데,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그냥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짠함을 느꼈다.

LG 트윈스의 구원투수 봉중근이 8회초 3:2로 앞섰지만 1사 1,3루 위기인 상황에서 등판했다. 이택근에게 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올 해 첫 블론 세이브인 셈이다. 계속되는 위기를 잘 막고 8회초가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8회말 LG 공격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TV 화면에 봉중근 투수가 괴로워 하는 장면이 계속 나왔다. 사실 1사 1,3루에서 1점으로 막은 것이면 잘 막은 거라 볼 수 있는데도 봉중근 투수는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것에 대해 너무 자책하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보면서 마음이 묵직해졌다. 9회초 수비에서도 봉중근 투수는 등판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9회를 무실점으로 막았고 결국 운명의 9회말이 왔다.

투아웃에서 이병규 타자가 정말 말도 안되는 볼을 안타로 만들어냈다. 사실 거기서 굉장히 놀랐다. 아니, 그런 볼을 안타로 만들어내다니.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군. 그리고 이진영 타자가 또 안타를 때렸다. 투아웃 주자 1,2루. 그리고 문선재 타자가 등장했다. 뭔가 기대감을 낳는 분위기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선재 타자가 전진 수비를 하던 외야수를 멀찌감치 따돌리는 끝내기 장타를 터뜨리며 LG 트윈스가 4:3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문선재 타자가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환호하는 장면도 멋졌지만, 무엇보다도 승리를 놓친 류제국 선발투수가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고, 봉중근 투수가 아이처럼 환호하는 모습도 너무 감동적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해도 이것보다 감동적일 수 있을까. 정말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자신의 승리를 놓쳤는데도 불구하고 팀의 승리를 자신의 승리보다 더 기뻐하는 선발투수의 모습, 그리고 그렇게 못한 것도 아닌데도 자신을 자책하고 괴로워하면서도 팀의 추가실점을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구원투수의 모습. 그리고 9회말 투아웃의 상황에서 기적과도 같은 안타를 만들어낸 베테랑의 투혼. 그리고 2사 1루에서 기어코 안타를 쳐서 득점권 찬스를 만들어내는 고참의 역량. 그리고 2사 1,2루에서 거침없는 장타를 터뜨리는 신예의 투지. 그리고 승리가 확정되었을 때 그라운드로 뛰쳐 나가 함박 웃음을 터뜨리며 환호하는 팀원들.

예전엔 LG 야구를 보면서 기쁘거나 열받거나였다.
그런데 요즘은 LG 야구를 보면 고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리고 눈물이 자꾸 난다. ^^ 


기대와 보너스  2013/05/27 00:07

나는 프로야구를 즐겨 본다. LG 트윈스의 팬이다.
LG는 최근 10년 간 포스트시즌 진출을 못하고 있고 올 시즌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5/22에 LG가 삼성을 9:1로 이겼다. 최근 6연패 늪에 빠져 있던 선발투수 리즈가 117구 3안타 1실점 완투승을 했다. 하위권 성적으로 일관하던 LG가 모처럼 보여준 강한 팀의 면모였다. 선발투수는 위력적인 구위를 시종일관 유지하며 완투를 하고 타선은 적절한 타이밍에 시원하게 터져주고.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홈런포도 2방이나 터지고. 살짝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는 순간에 절묘한 호수비가 나오고. 예전 90년, 94년에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의 감격 못지 않은 이 차오르는 충만감이란.

이제 올해 프로야구에 더 이상 여한은 없다. 나머지 게임은 전부 뽀나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LG의 9:1 승리를 보면서 기대치를 관리하는 것의 의미를 새삼 느낀다. 기대치를 적절한 수준에 머물게 하고 기대치의 폭주를 컨트롤할 수 있으면 수시로 만족감을 맛보게 되고 예기치 않은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 기대치가 질주할 때 그것을 통제하지 않으면 만족을 모르고 천정을 치고 올라가는 기대치로 인해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을 모른 채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강박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 나의 기대를 직시하고 내가 갖고 있는 기대치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고도화시켜야 나의 삶에 다채로운 풍요를 선사할 수 있다는 것. 항상 보너스로 가득한 일상을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언제나 결핍과 강박으로 점철된 일상의 늪 속에서 허우적댈 것인가.

한계는 존재를 압박한다. 존재는 어떤 경우엔 한계를 넘어서고 어떤 경우엔 한계에 굴복한다. 결국 존재가 한계를 대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과 한계 안에서 기대치 관리 놀이를 즐기는 경험을 적절하게 밸런싱할 수 있는 스킬이 존재에겐 필요하다.

감정을 직시하면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기만 하는 존재의 취약성이 개선되는 것처럼, 기대를 직시하면 한계의 파도에 휘몰리기만 하는 존재의 나약함이 보완된다. 나의 기대는 현재 어떤 결을 갖고 어떤 궤적을 그리고 있는가? 기대의 경로를 바라보며 기대치를 나에게 유리한 모습으로 설계하고 운용해보자. 기대만 잘 관리하면 보너스는 수시로 쏟아진다. ^^



PS. 관련 포스트
승부에 초연해진 야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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