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알고리즘 :: 2009/11/09 00:09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포스트에서 창의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사고 도구인 '가추법(abduction)'에 대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인용한 바 있다. 좀 설명이 딱딱하다. ^^
저자는 통합적 사고와 전통적 사고 간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Thinking 도구로 생성추론(Generative Reasoning)을 들고 있다. 생성추론은 연역법,귀납법,가추법을 사용하는데 연역법,귀납법은 전통적 사고에서도 즐겨 쓰는 방법론인데 반해 생성추론의 한 요소인 가추법은 매우 생소한 논리 형식이다. 가추법은 현실의 작은 단서를 갖고 법칙이나 새로운 지식을 추론하는 과학자나 탐정의 추론방식을 의미한다. 연역법,귀납법이 이미 존재하는 현실모델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기능에 그치는데 반해 가추법은 현존하지 않는 모델을 새롭게 창조하는데 쓰이는 사고도구이다.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매우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모델을 생성하고 그 명제의 개연성을 탐구하는 추론과정인 가추법은 통합적 사고를 위한 핵심 사고 툴이라 할 수 있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
김정운 저
행복하고 재미있는 성공을 꿈꾸는 사람은 물론, 갑자기 늘어난 여가시간에 당황해하는 사람 모두가 읽어야 할 주5일근무시대의 필독서.  저자는 ‘일하는 것’은 세계 최고이나 ‘노는 것’은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는 한국사회의 근본문제를 체계적인 문화심리학적 이론을 통해 통렬하게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늘어난 여가 시간을 개성 있게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놀면서도 여전히 불행한 이 뿌리 깊은 집단심리학적 질병을 벗어나, 선진사회형 놀이문화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 가추법(유추법)에 대한 소개가 아주 말랑말랑하게 나온다. ^^
연역법, 귀납법을 넘어서는 창의적 사유를 가능케 하는 제3의 추론방식인 유추법(abduction)은 '아마도(may be)'라는 추측에 기초하는 창의적 추론 방식이다. 유추법은 연역법을 뒤집음으로써 가능해진다.

연역법은 '법칙+사례=결과'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1. 법칙: 모든 심리학자는 또라이다.
2. 사례: 김정운은 심리학자이다.
3. 결과: 따라서 김정운은 또라이다.

그러나 유추법은 '결과+법칙=사례'의 과정으로 구성된다.
1. 결과: 김정운은 또라이다.
2. 법칙: 모든 심리학자는 또라이다.
3. 사례: 아마도 김정운은 심리학자일 것이다.

유추법은 모든 심리학자는 또라이다라는 가설적 법칙과 김정운은 또라이다라는 결과를 통해 아마도 김정운은 심리학자일 것이다라는 개별적 사례에 대한 새로운 추측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주의는 연역과 귀납의 순환적 틀을 벗어날 수 없기에 새로운 인식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지식을 창조했던 모든 과학자들은 이 '아마도'의 예술가였다. 세상의 모든 창의적 사유는 이 '아마도'로부터 시작한다.

연역법은 법칙→사례→결과로 사고의 흐름이 진행된다.  최초 시작 포인트가 법칙이다.  즉, '닥치고 법칙 사수'에 기반해서 논리가 전개되므로 '사례에 따른 예상 결과'를 법칙에 어거지로 끼워 맞춰 도출하기 마련이다. 이런 사고 프레임에선 새로운 것이 나오기 어렵다.

귀납법은 사례→결과→법칙으로 사고의 흐름이 진행된다. 이미 경험한 사례와 결과를 통해 법칙을 끌어내는 것이므로 현상에 대한 해석 능력만 배양될 뿐,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고력은 기를 수가 없다. 그저 '사례와 결과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를 기계적으로 기술할 뿐이다.

반면, 가추법은 결과→법칙→사례로 사고의 흐름이 진행된다. 연역법과 귀납법의 사고 흐름과 큰 차이를 보인다. 연역법,귀납법은 모두 '사례→결과'의 사고 흐름이 존재한다.  연역법은 건조한 법칙에 따라 '사례→결과'의 인과 고리를 꿰어 맞추고, 귀납법은 '사례→결과'의 해석에 의해 법칙을 건조하게 도출한다.  가추법은 다르다. 결과를 놓고 법칙과 사례를 상상한다. 상상하기 위해선 아마도?, 혹시?와 같은 천진난만하고 역동적이고 유연하고 엉뚱스런 가능성 탐구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사고의 흐름을 잡아주는 구조(법칙/가설 or 인과관계)가 없는 상황 속에서 결과만을 놓고 법칙(가설)과 원인을 상상하는 사고방식을 몸에 붙이기 위해서는 논리위계적인 선형적 사고가 아닌 비선형적/방사적/입체적 사고가 필요하다.  마인드맵을 그리듯이 정보와 정보 간의 연관구도를 다차원 네트워킹 구조로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가추법 사고가 인과관계를 거꾸로 뒤집는 순서로 전개된다는 점은 예전에 쓴 '역산, 알고리즘' 포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나,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나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오인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 동안 당연히 인과관계인 것으로 알고 살아왔던 다양한 케이스들을 상관관계로 역산하는 놀이를 즐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Reverse Engineering(역설계)를 하다 보면 편협한 사고의 굴레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구조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돼지고기, 소고기만 뒤집지 말고 생각을 가끔씩 뒤집어 줘야 생각이 잘 익을 수 있다. 

연역법/귀납법에 익숙한 '원인→결과' 순서의 사고 흐름을 역류시키는 가추법 사고는 창의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돌이켜 보니, 난 평상시에 '아마도'란 말을 자주 하지 않고 사는 것 같다. 선형적/순차적 사고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탓일 것이다. 앞으론 연역/귀납법적 사고의 한계를 벗어나 가추법 사고를 통한 생각의 역류를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  생각 뒤집기를 잘하려면 '아마도'란 주문을 달달 외워야 하겠고. ^^





PS 1. 관련 포스트
창의적 의사결정 Algorithm = Opposable Mind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역산, 알고리즘

PS 2. 위에서 인용한 연역법, 귀납법, 유추법(가추법) 자체에 대한 더 구체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설명은 inuit님의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 yes!의 155~161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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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토댁 | 2009/11/09 17:21 | PERMALINK | EDIT/DEL | REPLY

    허걱..
    어제 친구네 놀러오서 숯불에 돼지고기 열심히 뒤집어 먹었습니다.
    들켰넹..ㅋ

    열심히 생각도 뒤집어 보겠습니다..히히
    "생각"이라는 녀석만큼 매혹적인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생각대로 !....^^

    건강한 오늘 되세욤~~

    • BlogIcon buckshot | 2009/11/09 21:43 | PERMALINK | EDIT/DEL

      고기 뒤집기는 예술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참 어렵기도 하고 오묘하기도 한 것이 고기 뒤집기인 것 같아여~

      생각도 마찬가지구요~ ^^

  • BlogIcon 가트렘 | 2009/11/10 05:0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생각뒤집기만큼 어려운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온 환경과 과정이 함축되어 고유의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데 이를 뒤집어야하니 어렵기 마련이겠지요..
    어쩌면 그래서 생각뒤집기, 역설계가 이루어졌을때 '새로운 면(세계)'를 보았을때의 그 설렘이란게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

    아, 그리고 '아마도'전에 혹시 'Why so?'라는 단계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당연한 것들부터 왜? 그건 왜 그런가? 라는 생각에서 출발해야
    '아마도..~~하지 않을까', '혹시...?' 이러한 결론이 나오지않을까요?^^;

    늦은밤 자기전에 포스팅 감사히 읽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11/10 22:07 | PERMALINK | EDIT/DEL

      예, 가트렘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살아온 환경의 결을 따라 사고가 굳어졌기 때문에 생각을 뒤집기는 매우 힘이 들 것 같습니다. why so와 아마도의 습관을 몸에 붙일 수 있도록 와이소~ 아마도~라는 주문을 계속 외우고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inuit | 2009/11/20 00: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앗.. 막판에 달려있는 제 책 멘션. ^^;
    고맙습니다. 눈여겨봐 주셔서. ^^

    • BlogIcon buckshot | 2009/11/20 09:50 | PERMALINK | EDIT/DEL

      아무리 생각해도 inuit님의 금번 작품은 역작인 것 같습니다. 텍스트 하나 하나가 살아 숨쉬는 느낌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

  • BlogIcon 행복한상상 | 2009/12/25 11:3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이 책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최근에 나온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고 역시 마찬가지였구요. 강단에 있는 교수님들도 이렇게 재밌게 강의하시면 좋을 텐데 말이죠. 잘 적응이 안되긴 하지만, 키워드 제목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12/25 15:40 | PERMALINK | EDIT/DEL

      행복한상상님,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덕분에 다시 한 번 아마도 알고리즘을 상기할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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