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 2014/02/07 00:07

영화 '그랑블루'에 나오는 대사다.
잠수해서 가장 힘든 시간은 맨바닥에 있을 때야.
왜냐하면 다시 올라올 이유를 찾아야 하거든.
항상 그걸 찾는 게 어려워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다는 것. 내면 평화의 시간.

표면에선 시간이 흐른다.  뭔가가 분주하고 빠르게 흘러간다.
하지만 심연에선 대략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정지한 듯 하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살이 속에서 촘촘히 짜여진 시간 스케쥴에 의해 로봇처럼 속절없이 휘둘리다가 문득 거기서 벗어나 심연과도 같은 평화의 침잠 속에서 시간이 정지한 듯한 느낌을 맛보는 것.

소설을 읽을 때, 영화를 볼 때, 명상에 잠길 때
나는 시간이 멈춘 듯한 또 하나의 상황 속에 돌입한다.

표면에서만 지내면 로봇이 되고
심연에서만 지내면 광물이 된다.

인간은 표면과 심연을 오가며 질주하는 시간과 멈춰진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세를 호흡하는 존재.
인간은 표면에서 흘러간 시간의 총합인 동시에 심연에서 멈춰진 시간의 총합이다. 

표면에서의 빠른 유동과 심연에서의 정지는 동전의 양면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정신 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심연에서 멈춰진 시간은 한가지 현상의 다른 모습이다.


'그랑블루'에 나오는 대사를 아래와 같이 리믹스해서 맘에 새겨본다. ^^
난 심연 속에서 잠긴 듯 정지하면서 표면과의 거리감을 즐겨.
난 표면 위에서 분주히 약동하면서 심연과의 거리감을 즐겨.

똑같은 시간이 심연 속에선 멈춘 듯, 표면 위에선 질주하는 듯
저마다의 향기를 발산하거든.

심연에선 심연이 평안하고 표면이 그리워.
표면에선 표면이 흥겹고 심연이 그리워.

그래서 난 항상 심연과 표면 사이를 오갈 수 밖에 없어.
난 표면과 심연을 끊임없이 진동하는 존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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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UL | 2014/03/08 01:53 | PERMALINK | EDIT/DEL | REPLY

    너무 가슴에 와닿는 말들이네요.
    빠른시간들속에 멈춰진듯한 느낌이 들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몰랐는데...
    buckshot님의 블로그에있는 모든 글들이 저에게 어떠한 파동을주네요.
    이런 생각을 잘 표현하셔서 부럽기도 합니다..
    자주와서 보고갈께요^^ 글 감사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4/03/08 09:44 | PERMALINK | EDIT/DEL

      억지로 표현하려 하지 않고 표현하기 어려운 그대로의 느낌을 즐기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표현하기 시작하면 있는 그대로의 느낌이 휘발되는 것 같기도 해서요. 표현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여전히 표현되지 않는 그 무엇이 저를 더욱 설레게 하는 것 같습니다. 모자란 글을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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