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참, 알고리즘 :: 2009/03/11 00:01

부의 기원
에릭 바인하커 지음, 안현실.정성철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부의 기원에 '엘파롤 바 문제'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당신은 목요일마다 아일랜드 생음악을 들려주는 엘파롤이란 술집을 즐겨 찾는다. 술집 손님이 60명을 넘지 않으면 편안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60명이 넘으면 혼잡해지고 불편해진다. 당신은 금주 목요일 밤에 손님 60명이 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면 엘파롤에 가겠다고 결정한다. 당신은 엘파롤에 갈지도 모를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방법은 갖고 있지 않다. 오로지 자신의 기대에 따라 결정한다고 가정한다. 당신은 엘파롤에 갈 것인가? 집에 머물 것인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이 문제는 완전 합리적인 답을 내기가 어렵다. A라는 사람은 B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기대에 의존하고, B는 A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기대에 의존하고, 엘파롤을 방문할 만한 사람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대에 대한 의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리하게 이어진다. 무한에 가까운 순환성에 의해 이런 류의 minority game(소수 선택자가 승리하는 게임)은 연역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제한적 귀납에 의한 판단만이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즉, 맨땅에 헤딩하면서 짜투리 정보들을 종합해서 대충 감으로 찍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인의 선택을 예측하기 어려운 순환 참조적인 상황 속에서 제한적인 정보에 기반해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엘파롤 문제는 오히려 단순한 축에 속하는 경우이고, 현존 컴퓨팅 파워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복잡도가 높은 케이스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수많은 경제 주체들의 예측이 순환 참조의 loop을 형성하여 역동적인 상호작용의 결과를 창발시키는 상황 속에서 인간은 나름 잘 적응을 해온 것 같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연역적 추론보다는 귀납적 패턴 인식에 더 강하다. 현재 수준에서 보면, 인간은 컴퓨터의 연역적 추론 능력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고 컴퓨터는 인간의 귀납적 패턴 인식 능력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은유/유추에 기반한 예전 패턴에 새로운 패턴을 대입시키는 능력과 불완전한 정보들로부터 러프하게라도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빈칸 채우기 능력은 인간이 가진 고유 능력이다.






엘파롤 바 문제를 접하니 아래와 같은 생각이 파생된다.  그냥 횡설수설 수준에 불과하지만 나중에라도 잘 다듬어보자는 생각에 개발새발이라도 일단 적어 본다. ^^

1.
감각기관에 접수되는 정보를 해석하고 행동을 통해 반응하고, 행동에 따른 피드백을 접수하여 행동 규칙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 규칙을 다른 상황에 유추 적용시키고..   그렇게 인간의 귀납 알고리즘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진화되어 왔다. 점점 순환 참조 메커니즘이 강화되어 가는 요즘, 이제 순환 참조 환경에 대한 대응 규칙을 의식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즉, 나를 둘러 싼 순환 참조 환경 속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해 의식적인 관찰과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선택에 대해 알 수 없으면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라도 잘 이해하고 튜닝해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외부 환경에 패턴화된 대응을 하도록 패턴화된 인간의 인지-사고-행동 패턴을 의식적/체계적으로 managing 한다는 것.. ^^  ( 의식적 선택 vs 무의식적 선택 )

2.
순환 참조 환경 속에서 타인의 선택을 서비스 로직에 녹여서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가 구글이다. 구글의 페이지 랭크는 정보를 탐색하는 수많은 타인의 선호도를 자기 순환적 검색 알고리즘 속에 집약시켜 검색 유저들의 정보 선택 경험을 탁월하게 업그레이드했다.  아마존의 상품 리뷰 시스템도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순환참조계에서 타인의 선택이란 중요한 정보를 어떻게 비즈니스/서비스 모델로 구조화시킬 수 있는가는 점점 더 중요한 테마로 떠오르게 될 것 같다. ( 구글 페이지랭크.. Social Search의 정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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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총 데이 단상

    Tracked from Inuit Blogged | 2009/03/20 23:02 | DEL

    #1 오늘이 '주총 데이'입니다. 상장된 806개사 중 339사가 오늘 몰렸다고 합니다. 주주총회를 여러 회사가 같은 날에 열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소위 '주총꾼'이라고 불리우는 불청객이 분산되지..

  • BlogIcon 토댁 | 2009/03/11 08: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 두께에 짐짓 놀라 안 빌린 책입니다..ㅋㅋ

    저 오늘 졸업하러 가요!! ^^
    잘 다녀올꼐요~~~

    오늘도 신나는 하루 되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9/03/11 09:01 | PERMALINK | EDIT/DEL

      처음엔 두께에 놀라고
      나중엔 포스에 놀라는
      그런 책입니다.

      졸업 정말 축하드려요~
      새로운 시작도 축하드리구요~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

  • mycogito | 2009/03/11 09:13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냥 갑자기 스친 생각은, 엘파롤 바 문제에 있어서도 결국 규칙은 존재 하지만 그 규칙을 모두가 알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에 따라 복잡도가 변할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은 모두를 술 한 잔 하면서 경기를 보기위해 바를 찾기 때문에 사람이 많아진다는 법칙을 나와 소수만 안다면 법칙으로서의 유효성을 유지하지만, 그 정보가 다수와 공유될 때는 그냥 자신의 직감을 믿거나 또다른 추가 법칙 - 예를 들어 비가 오면 경기가 있어도 덜 모인다 같은 것을 찾아내는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3/12 09:13 | PERMALINK | EDIT/DEL

      말씀하신 것처럼 규칙 인지 여부에 따른 복잡도의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규칙에 연루되어 있는 행동주체들이 규칙에 대한 판단을 하고 그런 판단이 행동의 변화를 낳고 그 변화는 규칙의 변화로 이어지는 순환참조적 흐름이 다수의 선택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귀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

  • BlogIcon 덱스터 | 2009/03/11 20: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대중의 지혜』에서 문제의 해답이 소수의 죽돌이와 다수의 가끔 가는 사람들로 결론난다는 부분이 있었지요 ^^

    • BlogIcon buckshot | 2009/03/12 09:15 | PERMALINK | EDIT/DEL

      소수의 죽돌이가 허브가 되어 다수의 가끔 가는 사람들을 연결하면서 잼있는 결과물을 산출하는 모양새가 네트워크의 본질인가 봅니다. ^^

  • BlogIcon mepay | 2009/03/12 11:46 | PERMALINK | EDIT/DEL | REPLY

    햐~ 이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군요.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벅샷님의 포스팅은 제게 뭔가 숙제를 주시는듯 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3/12 19:20 | PERMALINK | EDIT/DEL

      mepay님께서 이 주제에 대해 한 번 포스팅해주시면 저에게 큰 배움이 될 것 같습니당~ 부탁 드려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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