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소모 :: 2013/05/15 00:05

소비할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인간은 소비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뭔가를 소비하지 않으면 시간을 보내기 어려울 정도로 소비는 공기와도 같이 인간의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소비는 소비자를 재편한다. 소비자의 일상은 소비에 의해 흘러간다.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은 소비 플랫폼 상의 타임라인 상을 하염없이 흘러간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왜 가는지도 모르는 길을 따라 정처 없이 흘러가는 모습.

소비자는 소비의 주체라는 외피를 두르지만 사실상 소비의 객체로서 작동하면서 소모되어 간다. 소비는 인간이 스스로를 소모하는 행위이다. 소비는 뭔가를 자본 시장에 유통시키면서 자본의 흐름을 살찌우는 행위인데 자본은 인간을 단자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므로 인간은 소비를 하면 할수록 자신의 고유성을 소모하면서 자본의 문법을 고착화시키는데 기여하게 된다.

소비는 소모를 낳고, 소모는 소비를 강화한다.
소비와 소모는 뫼비우스의 띠를 형성하며 인간을 끝없이 단자화시킨다.

소비에 대해 생각하는 자는 소모에 대해 반추하는 자이다. 소비하면서 소모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소모 과다로 인한 고갈을 사전에 컨트롤할 수 있다.

나만의 스토리가 없다는 것. 자본 만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 서사를 잃어버린 좀비와도 같은 인간들이 자본의 문법에 복종하면서 로봇처럼 살아간다. 인간을 로봇으로 만들어버린 과정 자체가 자본 관점에선 가슴 설레는 서사일 것이다. 인간을 개조하고 인간을 변형시키는 가슴 벅찬 성과.

자본의 서사는 날이 갈수록 화려해지고
인간의 서사는 날이 갈수록 빈약해진다.

빤히 들여다 보이는 패턴과 프레임 안에서 쳇바퀴 도는 인간 로봇.
그런 인간 로봇의 쳇바퀴 플레이를 발판 삼아 거대한 세를 형성하게 된 자본.

나만의 스토리를 복구하려면 단자화된 나의 빈약한 플롯을 다양한 생각들과의 연대를 통해 보강해야 한다. 일상의 디지털화는 나만의 고유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될 수도 있고 더욱 고립될 수 있는 위기일 수도 있다. 소비를 할수록 소모되는 나. '소비-소모'의 순환고리 속에서 헤매기만 할 것인지, 아니면 소비-소모의 연대에 대응할 수 있는 '나' 연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지.

나를 소모할 것들이 공기와도 같이 나의 감각기관에 스며들어오는 상황 속에서 무작정 소비만 하며 살아가다간 나의 서사를 송두리째 분실할 우려가 있다. 소비하면서 나의 서사를 챙겨야 한다. 나는 지금 소비하면서 나의 스토리를 얼마나 잃어버리고 있는가, 나의 내러티브는 어느 지경으로 약화되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영화/드라마 보면서 스토리라인 약하네라고 말할 시간에 소비자로서의 내 모습이 어느 정도의 서사를 갖고 있는지 냉정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소비-소모의 연대는 너무도 강력해서 멍하니 있다간 홀랑 '나'의 서사를 날려 먹을 수 있다.

소비할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




PS. 관련 포스트
베를린, 서사, 졸음
소비와 소외
생산과 소비
소싱 당하는 삶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513
  • buy toms

    Tracked from buy toms | 2013/06/13 11:47 | DEL

    I know this web page offers quality depending articles Read & Lead - 소비와 소모 and additional stuff, is there any other web page which offers these kinds of data in quality?

NAME PASSWORD HOME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