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三分之讀 :: 2014/01/15 00:05

장편 소설을 읽을 때,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초반만 읽기
하나의 장편소설을 들고 그 책을 처음부터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3분의 1 정도 읽은 후에 그 책을 덮고 책장 깊숙이 집어 넣는다. 그리고 그 책의 중반,후반부 읽기에 대한 미련을 버린다. 마치 장편소설이 연재되다가 급작스럽게 중단되어버린 상황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편소설이었고 총 50회 분량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15회 정도를 연재하고 소설가가 돌연 잠적을 해버린 거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그 소설을 미완의 스토리라고 생각하고 그 소설에 대한 생각을 중단할 수도 있겠으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이고 그 소설의 1회~15회의 초반 스토리에 충분히 몰입을 했다면 그 스토리의 이후 진행을 내가 이어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의 첫 문장, 주제, 플롯, 인물의 캐릭터, 갈등이 어느 정도 초반부에 형성이 되어 있을 것이니 나는 그걸 기반으로 이후의 스토리라인을 전개해볼 수 있다. 사실 소설의 초반부를 읽으면서 가졌던 나만의 심상이 소설 중후반으로 이어지면서 살짝 스크래치가 나는 경험을 무수히 해본 터라 소설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전면에 내세우고 싶은 타이밍이 온다면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 이어가기' 놀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반만 읽기
오프라인서점에서 손이 가는 장편소설 한 권을 집어 들고 자리에 앉아서 무턱대고 3분의 1 지점을 펼치고 읽기 시작한다. 살짝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이미 소설은 틀을 갖추고 본격적인 이야기 진도를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맥락 없이 불쑥 소설 흐름 속에 침입한 느낌이 분명 들 것이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이야기를 대하는 매력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친절하게 소설의 컨텍스트를 안내 받지 않고 중반부의 흐름에 거칠게 나를 던져 놓고 내가 이야기를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체계적인 안내를 받은 독자보다 오히려 더 창의적인 읽기를 할 수 있다. 익숙함은 나른함을 낳게 마련이다. 낯섦은 새로운 시각을 수반하기 쉽다. 잘 모르고 소설 속으로 던져지는 상황에 직면한 채  '낯설게 읽기'를 즐기다 보면 작가와 독자가 모두 매너리즘에 빠져들기 쉬운 소설 중반부에서 홀연히 톡톡 튀는 감각을 견지하며 소설을 리드할 수 있는 쉬크한 이방인 독자의 통찰을 뿜어낼 수 있을 것이다.


후반만 읽기
장편소설의 3분의 2 지점에서 읽기 시작한다. 이제 이야기는 마무리로 향하는 분주한 단계이다. 소설 속 이야기는 너무도 어려운(?^^) 타이밍에 거칠게 던져진 나를 그닥 반겨주지 않는다. 아니 매우 황당한 눈초리로 나를 흘겨본다.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후반부를 읽어 나간다. 그 무엇도 나에겐 냉담하게 반응한다.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 인물들은 마구 튀어나와 제멋대로 대사를 읊어대기 일쑤이고 플롯에 대한 감도 없고 갈등의 맥락도 뭐가 뭔지 잘 모른다. 나의 읽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야기는 질주를 거듭한다. 이 느낌은 마치 10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간 듯한, 100년 후의 미래에 불시착한 듯한 파격 그 자체다. 그런 상황 속에선 '태연함' 만이 살 길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에 몸을 맡긴다. 그저 읽고 읽는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극적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나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빈약하기 그지 없지만 그런 희박한 정보가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소설을 처음부터 읽은 독자에겐 소설 한 페이지가 별 것 아니겠지만 나에겐 한 페이지가 엄청난 정보의 보고이고 한 문장 조차도 소중하다. 아니 한 단어 조차도 나에겐 세상 전부이다. 난 절박하다. 너무 절박하다 보니 처절하게 상상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런 상상을 통해 어느덧 소설의 초중반을 설계해 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장편 소설을 읽을 때,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615
NAME PASSWORD HOME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