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버스 :: 2014/06/04 00:04

얼마 전에 집에 가려고 버스를 탔다.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집에 가는 버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집에 가는 버스로 착각하고 올라탔다. 처음엔 제대로 가는가 싶었는데 이상한 길로 빠지더니 생전 경험하지 못했던 길을 하염없이 가기 시작한다. 집에 가자마자 저녁을 먹으려고 했었는데 집과는 자꾸 멀어지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자니 배가 더 고파오는 느낌이었다.

결국 버스에서 내렸다.
내겐 완전 새로운 공간이었다.
배는 고프고 새로운 공간은 내 눈 앞에 펼쳐져 있고 눈은 호강을 하고 있었고 배는 주렸다.
근처 식당을 찾아갔다. 갈비탕을 시켰다. 배가 너무 고팠던 지라 갈비탕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배가 부르자 포만감과 함께 이전과 같은 일상적 패턴에 따라 집에 들어갔으면 결코 하지 않았을 행위를 하게 되었다. 정말 예전과 같은 날이었으면 절대 머리 속에 떠올리기 힘들었을 그런 행위. 내가 왜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나는 그 날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다른 버스를 타고 다른 길을 갔다.
그리고 새로운 장소로 진입했고 그 곳에서 이전의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그것을 행동에 옮겼다.
그리고 나는 그 날 떠올린 생각과 그것에 의해 몸소 움직인 행위만큼 달라졌다.

사람은 좀처럼 변하기 힘든 존재이다. 
그런데 그 날의 경험은 나에게 변화에 대한 힌트를 주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컨텍스트 속으로 들어가면 그 안의 나는 예전의 나와 사뭇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 날을 기념하고자 이렇게 포스팅을 한다.
그리고 다짐을 한다.
앞으로도 종종 전혀 엉뚱한 버스를 타고 그 버스가 나에게 선물하는 여행을 흠뻑 즐겨보자고.

먼 곳으로의 여행도 의미 있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으로의 돌발 여행이 어쩌면 계획된 먼 여행보다 훨씬 더 뇌에 자극을 주는 것 같다.

다른 버스.
참 매력적인 공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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