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알고리즘 :: 2008/11/12 00:02


전 세계를 대상으로한 금융자본의 인질극 (프레데릭 로르동)
- 르몽드 티플로마티크 2007년 10월호
금융의 세계화인가, 금융오류의 세계화인가 - 새사연 블로그



1925년 미국 플로리다에 Charles Ponzi (찰스 폰지)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찰스 폰지는 "90일만에 원금의 2배 수익을 보장한다"는 매력적인 투자 제안으로 8개월 만에 4만명으로부터 1500만불을 끌어 모은다.  하지만 찰스 폰지는 가치를 창출하는 어떤 사업도 벌이지 않았다. 단지, 투자 받은 돈의 일부를 떼어 먼저 투자한 사람들에게 수익금으로 제공했을 뿐이다.  수익발생을 믿는 투자자가 계속 늘어나는 한 찰스 폰지의 사기행각은 결코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이 폰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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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총아인 파생상품들이 탄생하고 분화/확산되는 모습은 폰지 게임에 내재하는 버블 메커니즘을 많이 닮아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 부동산 투자금액이 계속 유입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점점 더 많은 가계들이 담보대출 시장에 집결해야 한다. 하지만, 가계들이 모이면 모일 수록 신용도가 낮은 가계들이 참여할 확률은 계속 올라간다. 결국 신용도가 낮은 가계들의 부동산 투자 시장 참여를 자극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탄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위험도가 높은 대출상품이다. 돈을 꿔주는 은행 입장에선 투자 포트폴리오의 위험확률이 올라가는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이 때 파생상품이 혜성처럼 등장한다. 주택담보대출이 유가증권으로 상품화된 RMBS(Residential Mortgage Backed Securities: 주택담보대출채권)이란 이름의 파생상품은 위험자산의 압박으로 고민하는 은행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며 헤지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 산하로 편입되며 은행이 갖고 있던 위험이 극적으로 분산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은행은 이런 고맙디 고마운 파생상품 형성/확산 메커니즘 속에서 계속 대출을 퍼줄 수 있는 상황을 만끽하게 된다.  

자산이 유동화되어 전 세계로 위험이 분산되는 파생상품 메커니즘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습을 취하게 된다. RMBS(주택담보대출채권)에 기반한 새로운 유가증권인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채권)이 탄생한다. 파생상품의 태생적 유동화 본능이 금융의 세계화를 리드하는 동안, 파생상품에 내재한 레버리지/버블 메커니즘은 점점 복잡도를 더하게 된다. 투자자들은 디테일한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표면적으로 드러난 수익성만 바라보고 믿게 된다.

파생상품은 일종의 메타상품이다.  금융상품에 대한 상품..  또 그 상품에 대한 상품이 만들어지고..  또 그 상품에 대한 상품이 만들어지고..  상품에 대한 상품, 위험에 대한 위험.. 파생상품은 최고의 메타 상품이다. 계속되는 메타의 연쇄 고리는 초절정 복잡도를 지니게 되고 어느 순간 메커니즘을 들여다 보는 것을 자연스레 포기하고 표면이 주는 수익 미학에 매혹되어 입체적인 사고가 마비되게 된다.

찰스 폰지가 벌인 초대형 금융 사기극..  투자자들이 버블 메커니즘을 직시하지 못하고 버블이 주는 짜릿함에만 몰입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다양한 형태로 반복될 것 같다. 상품에 메타를 먹이고 그 메타에 메타를 더하고.. 메타가 메타를 낳는 흐름 속에 원래 분명한 모습으로 존재하던 위험이 흐릿한 확률적 존재로 파동하고 사람들은 위험을 망각하게 된다.  

금융산업에서 일어난 버블과 메타의 극적인 만남은 폰지게임과 확실히 차별화된 합법성,세련됨,울트라 복잡도를 무기로 결국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초강력 알고리즘으로 자리잡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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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구월산 | 2008/11/12 07: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Money Game에 선량한 사람들이 같이 피해를 볼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좌절감과 무력감이 드네요. 빨리 정상회복 되었으면 좋겠는데 언제쯤 좋아질런지 걱정이네요.

    • BlogIcon buckshot | 2008/11/12 08:56 | PERMALINK | EDIT/DEL

      가늠하기 힘든 버블 메커니즘의 가공할 파괴력에 혀를 내두를 따름입니다.. 검은백조도 이런 검은백존 없습니다. 정말 경제공부하기 싫은데 경제공부를 자꾸 하게 만드네여.. ㅠ.ㅠ

  • BlogIcon 엔김치 | 2008/11/12 22: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너무나 거시적으로 변해가는 금융시장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한낯 범인이 판단할수는 없지만, 그 메카니즘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궁금하네요. 그들의 손을 벗어 난건지, 아니면 아직도 조종가능한 것인지에 달렸지만 말이죠..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8/11/13 09:02 | PERMALINK | EDIT/DEL

      범람하는 메타와 환원의 홍수 속에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요즘 절실히 느낍니다. 위험을 아무리 화려하게 메타/패턴화시킨다 해도 결국 위험은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귀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

  • BlogIcon 토마토새댁 | 2008/11/13 13: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전 요즘 님의 글을 날로 먹고 있습니당.
    글은 자~~~알 읽고
    댓글은 걍 안부만 물어영..^^;;
    지금은 수업하다 쉬는 시간!
    블러그 가을 소풍다녀요~~~

  • BlogIcon 대흠 | 2008/11/13 17: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경제는 워낙 깡통인지라 관심없이 살았는데... 메타에 메타... 그걸 계속 파고 들면서 우려 먹다 보면...
    道術을 부리는 것도 대자연의 메타를 건드리는 행위란 생각이 드네요. 깊은 명상 상태에 들어가면 우주의 메타들이 톱니바퀴 처럼 돌아가는 블랙 박스의 뚜껑이 열린다고 합니다. 그때 사사로운 욕심으로 거길 조작하면 천벌을 받는다고 하지요. 경우가 좀 다르기는 합니다만 겹겹의 메타를 꽈서 사람들을 미혹하게 하는 행위 역시 업이 만만치 않겠죠. 즉, 메타의 메타를 파고 들어가다 보면 신(대자연)의 영역에 접근할 것이라는 비약을 하네요. 이건 너무도 직관적인 생각이라... 틀려도 책임 못집니다. ^^ 암튼 벅샷님 글이 제 사고의 메타를 자극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8/11/13 19:06 | PERMALINK | EDIT/DEL

      아.. 심오함이 가득한 댓글이십니다. 메타의 궁극은 인간의 경지를 넘어서는 그 무엇일 수 있겠네요. 대흠님의 댓글이 저의 사고를 또 한 번 강타하는 순간입니다. ^^

  • BlogIcon 데굴대굴 | 2008/11/30 11: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중학교때인가 사회시간에 금융기관에 대해서 배울때 가졌던 의문이 이와 비슷한 부분입니다. 금융기관에 돈을 맏기면 현실적인 총량에 대한 자본이 늘지 않는데 (이론상) 무제한의 금융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신용이 신용을 낳고 계속 효과가 올라간다는...)는 내용이었지요. 나중에 커서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파생상품이라는 걸 알게되면서, 처음 상품이 망가진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갖었는데, 그게 버블이 아닐까 싶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8/11/30 18:24 | PERMALINK | EDIT/DEL

      예.. 가치를 창출한다기 보다는 가치에 대한 가치.. 메타 가치의 흐름 속에서 풍요의 느낌을 창출하는 것 같습니다. 버블 메커니즘이 점점 생활 속에 침투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에 대한 이해를 게을리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無爲之治 | 2009/09/14 11:13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글 잘 보다가 이제야 처음으로 글을 남기네요..
    지금까지 올리신 글들 먼저 읽고 댓글 달려고 햇는데..ㅋㅋ
    암튼 고마워용 좋은 글..

    • BlogIcon buckshot | 2009/09/15 09:06 | PERMALINK | EDIT/DEL

      많이 부족한 글을 긍정적으로 보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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