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인가 '감지-반응 기업'이란 책을 사서 읽은 적이 있다. 책 내용은 지금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딱 한가지 얻은 개념이 있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점점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기업은 제조-판매(make-and-sell)식 사고를 감지-반응(sense-and-respond)식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틀에 박힌 계획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시장/고객의 요구를 민감하게 읽어내고 거기에 최적화된 반응력을 보일 수 있는 것. 요즘 한국의 대중가요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언젠가 어떤 잡지에서 음악, 드라마, 영화의 히트 코드에 대한 얘기를 본 적이 있다. 대중적 히트 여부의 사전 예측이 가장 용이한 것이 음악이고 그 다음이 드라마이고 영화는 상당히 어렵다는 얘기였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음악(대중가요)는
input(노래출시)와 out(소비자반응)간의 리드타임이 짧기 때문에 소비자의 의식/무의식 코드를 강타할 수 있는 후킹 알고리즘 개발이 매우 용이해진 상태이다.
드라마도
전체 분량을 몽조리 제작하지 않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면서 대응을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후킹 알고리즘을 발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원판이 넘 안좋으면 아무리 성형수술해도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반면 영화는 참 어렵다.
다 만들어 놓고 시장에 상품을 출시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기우제 드리는 심정으로 시장 반응을 겸허기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음악은 거의 트위터와 같다. 고객과 실시간 소통을 하면서 알고리즘은 점점 날카로워져만 간다. 드라마는 블로그 포스팅과 같이 덩치가 좀 있어서 경쾌한 소통 및 대응의 한계가 있는 상황 속에서 그럭저럭 고객의 입맛에 꾸역꾸역 맞춰 간다. 영화는 논문이다. 암울하다..
9월초 SBS 스페셜에서 히트곡의 비밀코드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재미있는 사이트를 소개했다. http://uplaya.com/ 이 사이트에 음악 파일을 올려 놓으면 해당 음악의 히트 가능성을 정량화해서 보여준다. 히트 음악을 사전에 예측하는 능력이 꽤 높다고 한다. 음악 비즈니스의 경우, 이제 정교한 히트 알고리즘이 가시화/공식화되어 간다는 얘긴데..
MP3로 대변되는 음악의 디지털화에 의해 음악이 음반 단위가 아닌 분절화된 곡 단위로 생산/유통/소비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음악 비즈니스는 그 어떤 인더스트리보다 가장 [감지-반응] 메커니즘적인 양태로 흘러가고 있다. 음악의 히트 알고리즘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것. 음악의 생산/유통/소비의 특수성에 기인한 현상이고 다른 산업에선 함부로 따라 하기 어려운 태생적 격차가 분명 있긴 하다. 하지만 적합도 경제 - Fitness Economy가 대세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감지-반응' 관점의 경영혁신을 모색하는 기업은 음악 비즈니스로부터 뭔가를 배워야 한다. ^^ (전면적 or 부분적으로 생산/유통/소비의 리드타임의 획기적 단축을 통해 고객과의 실시간 소통을 이끌어 내든, 아니면 음악 비즈니스가 가시화하고 있는 소비자 뇌의 지배 방정식을 유추 해석하여 자신의 산업에 적용하든)
PS. 관련 포스트
후킹,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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