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 알고리즘 :: 2009/11/02 00:02

노는 만큼 성공한다
김정운 저
행복하고 재미있는 성공을 꿈꾸는 사람은 물론, 갑자기 늘어난 여가시간에 당황해하는 사람 모두가 읽어야 할 주5일근무시대의 필독서.  저자는 ‘일하는 것’은 세계 최고이나 ‘노는 것’은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는 한국사회의 근본문제를 체계적인 문화심리학적 이론을 통해 통렬하게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늘어난 여가 시간을 개성 있게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놀면서도 여전히 불행한 이 뿌리 깊은 집단심리학적 질병을 벗어나, 선진사회형 놀이문화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란 책에서 참 재미 있는 문구를 읽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일에 한해서만 책임진다.  내가 선택했다는 느낌이 있을 때, 그 일의 주인이 된다는 이야기다. 통제의 주인은 경영자가 아니라 나 스스로라고 생각할 때, 회사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하게 된다. 통제나 선택의 주인이 자신이 아니라고 여겨질 때 사람들은 자존심이 상한다.

사람들이 자존심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두 집단의 사람들에게 정말 재미없는 영화를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영화가 무척 재미있다고 거짓말을 하게 시킨다.  A집단에겐 거짓말의 대가로 100달러를 주고,  B집단에겐 1달러를 준다.  그리고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솔직히 그 영화가 재미있었냐고 물었다. A집단은 재미없었다고 대답한 반면,  B집단은 의외로 재미있었다고 대답을 한다. 1달러 받음으로 인한 자존심의 상처가 그런 대답을 낳게 한 것이다. 불과 1달러 받고 거짓말을 하느니, 아예 영화를 재미있다고 자신을 속여가면서까지 자존심을 구기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이 사례는 inuit님의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 yes!의 133페이지에도 나온다.  인지부조화에 대한 멋진 설명과 함께. ^^)


통제/선택의 주인이 자신일 때 자존감/주인의식이 급상승하는 현상..  문득, 좀비, 알고리즘에서 인용했던 좀비적 인간의 삶에 대한 포스트 2개가 떠오른다.  ^^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는 컴퓨터 프로그램 작성자처럼 간접적으로 생존 기계의 행동을 제어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전자가 인간을 인형 끈으로 조정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로 유전자의 단백질 합성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단백질 합성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인간의 행동은 신속하게 일어나므로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선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처하기 위한 규칙과 충고를 최대한 사전에 많이 프로그램으로 미리 만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유전자는 인간의 몸 속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기능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그 수동성이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인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이 능동적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착각을 갖게 하는 것이지 사실 인간을 통제하는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프로그램적 입력은 이미 뇌 속에 심어졌고 그것을 통제하는 강력한 사령관이 유전자일 수 있다.  (원격, 알고리즘 중에서)

프랜시스 크릭의 '놀라운 가설'에 의하면, 사람은 매사에 자기 의지대로 결정했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기 설정된 두뇌 알고리즘의 계산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사람이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이유는 두뇌 알고리즘의 과정을 기억하지 못하고 계산의 결과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두뇌가 자신의 사고 프로세스를 관찰하지 못하고 사고 프로세스의 결과만 챙긴다는 것은 인간이 로봇처럼 자신의 머릿속 알고리즘을 따라 결정하고 행동하는데 불과한데도 마치 그것을 자신의 자유의지로 선택한 거라 착각한다는...  (흐르는 뇌 중에서)


유전자는 동기부여의 대가인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인간을 원격으로 엄청난 조종을 하면서도 사람은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선택/결정한다고 착각을 하게 하니 말이다. ^^  경영은 유전자로부터 동기부여 방법론에 대해 잘 배워야 한다.  결국 기업의 구성원 동기부여는 조직 구성원의 자존심/주인의식 관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유전자와 같은 고도의 넛지/우직스런 우회적 간접통제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편으론 '무위(無爲)'라는 개념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유전자의 영향권 아래 있고, 우주/지구/생태계를 주관하는 자연법칙의 지배 하에 있는 인간이 진정 자신의 통제 하에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사실, 냉정하게 판단할 때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인간이 스스로 사고/판단/선택/결정/행동한다는 착각만이 존재하는 것일 뿐..  사람은 세상에 손님으로 온 것이지 주인으로 온 것이 아니다. 주인은 따로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주/생태계를 움직이는 법칙이 주인이고 그 안에서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정보들은 단지 주어진 제한적 역할을 묵묵히 기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 

무위의 의미는 '하지 않음'이 아니라 '내가 주인이고 내가 뭔가를 통제/지배한다는 착각을 없애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요약하면 '주제넘게 오버하지 마라'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인간은 '주인의식'이란 허상을 버리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겸허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주/자연 속에서 인간은 거의 free-rider이니 말이다. 딱히 인간이 우주/자연에게 value-addition하는 것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저 인간은 자연에게 엄청난 쓰레기를 초고속으로 퍼붓고 있을 뿐이다. ^^

요즘 '무위'란 단어가 참 맘에 들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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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정

    Tracked from ego+ing | 2009/11/02 10:01 | DEL

    기획자 없이 개발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기획자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기획자가 개발을 하는 것이고, 개발자가 기획을 하는 것일 뿐이다. 원래 장인들은 기획과 개발을 따로 하..

  • 다 지난 일들

    Tracked from ego+ing | 2009/11/02 10:02 | DEL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뒤돌아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었다. 게으름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고, 부주의 때문일 수도 있고, 욕심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는..

  • BlogIcon 엘타 | 2009/11/02 00:47 | PERMALINK | EDIT/DEL | REPLY

    거짓말에 관한 그 실험은 그냥 인지부조화에 대한 실험인줄만 알았는데 자존심과 결부시켜 해석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의미있는 해석 같습니다.
    동기부여는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직, 같은 환경 내에서도 동기부여는 사람마다 달게 되는데 그런 차이는 어떻게 생기는 것이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인지 불현듯 궁금해 지네요. 여기에 대한 답을 알 수 있다면 왠지 CEO가 되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군요.

    • BlogIcon buckshot | 2009/11/02 21:28 | PERMALINK | EDIT/DEL

      인지부조화와 자존심 사이엔 연결고리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동기부여는 동기가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관찰과 이해가 우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의 동기가 어디서 오는지, 조직 구성원의 동기가 어디서 부여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면 거기서부터 동기부여의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쉽지 않지만 동기 자체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수 있다면 결국 어떤 결과를 내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가트렘 | 2009/11/02 03: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아직 접해보지 않아서인지, 유전자에 관련한 이야기들은 아직 생소하네요.^^;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지만 해석이 어떻다, 이해하기 힘들다 등등 주변 사람들 평가때문에 괜히 망설여지기도 했구요. 이런.. 써놓고 보니 한심해보이는데..ㅎㅎ
    저에겐 배움에 대한 호기심이 좀 더 동기부여로 작용해야할 때인듯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11/02 21:31 | PERMALINK | EDIT/DEL

      설명을 위해 이기적 유전자 개념을 들여 왔는데 내용 설명이 더 어려워진 감이 있네요. ^^

      배움에 대한 호기심은 동기부여 엔진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호기심을 잃지 않으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드네요. 귀한 포인트를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BlogIcon egoing | 2009/11/02 10: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내가 선택했다는 느낌이 있을 때 주인처럼 일할 수 있다.
    무엇인가를 선택했다는 느낌이 있을 뿐 인간은 우주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대립되지만 모순되지 않는 두 명제내요.

    다음 명제가 모순되지 않는 거처럼요.
    팩트와 인식을 구분해야 한다.
    인식도 팩트다.

    글 잘 봤습니다.
    저의 글도 트랙백 해봅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11/02 21:34 | PERMALINK | EDIT/DEL

      역시 egoing님께서 제 마음 속을 훑어내 주시네요. 바로 그 점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속이 다 시원합니다~ ^^

      우주의 법칙은 인간에게 실제 이상의 주인의식을 부여하고 있고 인간은 그에 의해 동기부여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going님 댓글 덕분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은 항상 저에게 강한 에너지로 다가옵니다~

  • BlogIcon 지구벌레 | 2009/11/02 12: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역시 넛지가 떠오르네요. 사람들의 판단에 작용하는
    알고리즘을 간접적으로 잘 이용하는게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걸까요..

    • BlogIcon buckshot | 2009/11/02 21:35 | PERMALINK | EDIT/DEL

      간접적이고 원격적인 조종.. 이게 동기부여 메커니즘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

  • BlogIcon ego2sm | 2009/11/02 17: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악! 갑자기 이 포스트를 읽으니
    학부때 인상적으로 들었던 동양사상의 이해(교양필수) 수업이
    생각나네요. 제가 도가사상을 발표했는데
    도가에서 말하는 '무위'도 벅샷님이 해석하신 듯대로
    '아무것도 없음'이 아니었어요. 신선사상이라는
    선입견을 한방에 날려주었던 값진 수업...

    "무라는 것은 물(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치(理)는 있다.
    이 이치가 있다면 있는 것(有)이다. 이치조차도 없다고 하는 것이니 틀린 것이다"
    (주희)

    갑자기 지나간 포스트가 생각나네요.(또 흥분)
    http://tln.kr/mkt
    오늘도 또 공부(?)하다가요^^~

    • BlogIcon buckshot | 2009/11/02 21:38 | PERMALINK | EDIT/DEL

      언어 자체가 바벨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어가 달라서 뿔뿔이 흩어진 것이 아니라 언어가 생겨서 뿔뿔이 흩어진 것이 아닐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던 마음이 흩어진 것은 아닐지. 언어는 인간에게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하고 있는가 봅니다.

      에고이즘님 댓글로 인해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네요. 감사합니다. ^^

  • BlogIcon 박재욱.VC. | 2009/11/03 09: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 글을 읽다 보니 언젠가 벅샷님이 도사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

    이 글을 읽다보니 정말 조직원에게 모티베이션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모티베이션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자신의 삶에 대한 주인 의식'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구요. 모든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져서 우주의 섭리대로 흘러가는 기업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11/03 21:33 | PERMALINK | EDIT/DEL

      모든 구성원에게 주인의식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은 정말 우주를 닮은 기업일 것 같습니다. ^^

      나와 이웃의 모티베이션이란 단어 자체를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자세이자 태도가 아닐까 싶네요.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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