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 알고리즘 :: 2009/11/06 00:06

모호(模糊) - 말이나 태도가 흐리터분하여 분명하지 않음



2년 전 sfumato에 대한 포스트를 적은 적이 있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스푸마토 기법). 

웃고 있는 건지 우울한 건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미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의 신비한 얼굴의 비결은 바로 '스푸마토' 기법에 있다. '스푸마토'란 '연기처럼 사라지다'의 이탈리아어 'sfumare'에서 유래한 단어인데 색을 연기와 같이 미묘하게 변화시켜 색깔 사이의 윤곽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도록 부드럽게 처리하는 명암법을 말한다.

'Creative Elegance: The Power of Incomplete Ideas'에 스푸마토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She seems to be alive because her attitude is so open to interpretation. Da Vinci is advocating leaving something to the imagination.  But why?  He was aware of the superiority of tantalizing suggestion over exactitude in engaging the viewer’s eye. Sfumato leads the observer “to understand what one does not see.” Leaving something for us to guess at was a stroke of genius.


다빈치의 스푸마토 기법은 의도적인 모호함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을 강하게 engaging시키면서 다양한 해석을 유도한다. 자신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모든 것을 정하지 않고 감상자에게 일정 공간을 전략적으로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법은 이미 웹에서는 널리 행해지고 있다. (
기여, 알고리즘) 웹은 유저가 자발적인 행동을 전개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놓고 유저를 engage한다. 유저는 다양한 웹 서비스를 접하면서 자신에게 편한 웹 액션을 마음 가는 대로 편하게 행한다. 

SNS 싸이월드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스타의 대표 개인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는 네티즌들의 트래픽 유입이 대규모로 일어나는 상황은 웹이 얼마나 스푸마토적인가를 대변하는 사례이다. (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싸이월드 트래픽 유지의 힘이다)

최근엔 트위터가 스푸마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트위터엔 아무런 가이드가 없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짧은 글을 올릴 뿐이다. 트위터는 정보 북마크가 되기도 하고, 지인 간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유명인 또는 관심 가는 사람에게 말 걸기로 기능하기도 하고, 심각한 얘기 적기나 가벼운 독백 늘어 놓기로도 무난하다. 커뮤니케이션이 브로드캐스팅이 되고, 정보가 흘러가고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 트위터는 앞으로도 갈 길이 매우 멀다. 왜? 스푸마토스러우니까.. ^^  

Umair Haque는 트위터가 단지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바꾸는데 그치지 않고 혁신 방법론을 바꾸고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Twitter's Ten Rules For Radical Innovators)

기업이 소비자에게 공급자 관점의 상품/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주입하지 않고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낼 때, 회사가 직원에게 고용자 관점의 오더를 일방적으로 하달하지 않고 직원의 자발적인 몰입을 이끌어낼 때, 부모가 자식에게 보호자 관점의 훈시를 일방적으로 쏘아 붙이지 않고 자녀 안에 잠자고 있는 거대한 가능성을 이끌어낼 때 스푸마토 효과는 발현된다.

"Without Having Distinct Edges and Lines"

혁신은 인간이 임의로 그어 놓은 경계선을 뛰어넘으면서 발생하는 것 같다. 애초에 경계선과 영역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인간이 편의상 그렇게 정했고 편의상 그것을 따랐을 뿐이다.  편의상 그렇게 정했고 편의상 그것을 따랐다면 얼마든지 그것을 내팽개칠 수 있어야 한다. 경계는 긋고 지우기 위해 생겨난 수단적 개념이지 그것 안에 안주하기 위해 만들어진 목적이 아니다.  다빈치의 스푸마토를 2년 만에 리마인드하면서 혁신과 연결시켜보니 의외로 재미가 쏠쏠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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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혁신

    Tracked from 박요철닷컴 by UnitasBRAND | 2009/11/06 09:33 | DEL

    이 책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을까요?<?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지금까지 해온 일이 주로 ‘컨설팅’ 업무여서 ‘전략’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주..

  • BlogIcon 토댁 | 2009/11/06 00: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부모가 자식에게 보호자 관점의 훈시를 일방적으로 쏘아 붙이지 않고 자녀 안에 잠자고 있는 거대한 가능성을 이끌어낼 때 스푸마토 효과는 발현된다....

    저 오늘 그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뽀샤질라케요..흑

    울 부부의 교육관이 넓은 곳으로 가고자하는 아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좀 혼란스럽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11/06 21:12 | PERMALINK | EDIT/DEL

      의도적으로 가능성 이끌어내는 방법을 찾는 것도 값지겠지만, 우연히 가능성이 포착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혁신은 우연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

  • BlogIcon 박요철 | 2009/11/06 09: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혁신에 관한 최고의 책을 하나 꼽으라면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혁신'을 꼽겠습니다.
    이 책에서 피터 드러커는 혁신을 말하면서 '뜻하지 않은 성공'을 발견하는데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패션보다 가전제품이 많이 팔리는 '이상현상'을 발견하고서도 대처하지 못해 큰 실패를 경험했던 메이시 백화점과 반대로 이를 활용했던 블루밍데일 백화점 예를 들죠.
    트위터란 제가 보기에도 좀 뜻밖의 발견입니다.
    문제는 얼마나 이를 이해하고 경영에 활용하느냐의 차이겠죠.
    저도 쓰면 쓸수록 미투와 같은 다른 SNS서비스와 차원이 다른 위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드립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11/06 21:14 | PERMALINK | EDIT/DEL

      정말 공감합니다. 혁신은 분명 '우연'이란 DNA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연이 아닌 것은 어쩌면 모두 평범하고 지루한 것들에 불과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연을 감지하고 우연에 필연으로 대응하는 내공에서 혁신이 창발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귀한 댓글과 트랙백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박재욱.VC. | 2009/11/06 14: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확실히 '언어'의 개념으로 경계선이 지어진 것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경계선을 억지로 무너뜨리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스푸마토 효과로 서서히 그 경계를 무너뜨려가는게 옳은 방법일 수 있겠군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실천하려고 노력해 봐야겠네요. ^^

    • BlogIcon buckshot | 2009/11/06 21:16 | PERMALINK | EDIT/DEL

      언어의 틀은 분명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어의 틀을 넘나드는 경계 모호화의 미덕을 갖추도록 노력 많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귀한 글 정말 감사합니다. 귀중한 키워드를 얻었습니다~ ^^

  • BlogIcon BrightListen | 2009/11/08 14: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직설적이되, 결코 직접적이지 않도록 에두른 표현의 모든 것이, 오히려 직접적인 범주에서 보이는 면만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전부를 전달하는 방법이라 믿고 있습니다. 뭐, 확실히 자극적이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 } 잘 읽고 갑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11/08 15:38 | PERMALINK | EDIT/DEL

      예, 명확하게 표현하는 과정 속에서 수많은 정보 전달의 기회들이 속절없이 누락된다고 생각합니다. 명확과 모호 사이에서 포지셔닝/밸런싱의 묘를 잘 살릴 필요가 있다고 보구요.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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