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알고리즘 :: 2009/10/23 00:032년 전에 강신주님의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이란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장자] 소통의 철학 (망각+연결=소통 → 도행지이성) 포스트를 올린 적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40호에서 강신주님의 선물과 인간의 허위의식 아티클을 인상 깊게 보았다. 역시 이번에도 '망각'이란 키워드가 등장한다. 선물을 받고 나면 답례로 그 선물의 액면가에 대응하는 선물을 고르는 게 일상적 관례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주고받는 대부분의 선물은 사실 뇌물의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프랑스 현대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선물을 주긴 하되, 선물을 줬다는 사실을 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물을 줬다는 사실을 잊으려는 우리의 의지만이 선물을 진정한 선물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선물을 주고 난 후 선물에 대한 대가를 의식하는 순간, 선물은 당초의 취지를 상실한 채 냉냉한 등가 교환 마켓플레이스 상의 상품이 되어버린다는 것. 참으로 의미심장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선물은 마음과 정성을 전달하는 것이기에 주고 난 후 뭔가를 받겠다는 생각이 선물을 주고 받는 사람 사이에 존재한다면 선물은 뇌물로 형질 전환이 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가격은 교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세상엔 교환 가능한 것들이 많다. 만물은 점점 Commodity스럽게 변해가기 마련이니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교환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교환 가치를 계산하려고 하는 행위는 너무 오버스러운 것이다. 교환하기 싫은, 교환해선 안 되는, 교환하면 가치가 변해 버리는 그런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 자본주의 플랫폼 상에선 모든 것은 교환 중력장 속에 편입되기 마련이다.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지고 모든 것이 일정한 규칙과 맥락 속에서 교환 유통되는 현실 속에서 '선물'은 때로는 명시적으로 때로는 암묵적으로 뇌물적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소통 시에 나를 망각하는 것도 선물 줄 때 나의 기대와 욕심을 망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통 시에 나를 기억하는 것, 선물 줄 때 나의 기대/욕심을 기억하는 것은 나의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렇다. 결국, 일상 생활 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타인에 대한 선물 주기 속에는 항상 실존적 딜레마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마음 속을 흐르게 된다. 기억과 망각. 기억을 망각하고 망각을 기억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존재감을 키워가고 존재감을 지워가는 것인가 보다. ^^ PS. 관련 포스트 기억, 알고리즘 [장자] 소통의 철학 (망각+연결=소통 → 도행지이성) http://twitter.com/ReadLead/status/5494827737 사람은 남에게 공짜로 뭔가를 주기 힘들어 한다. 상대방에게 뭔가를 줄 땐, 상대방으로부터 뭔가를 바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호혜 기대감이 무너질 때, 선심은 복수로 전환된다. http://gatorlog.com/?p=1535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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