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알고리즘 :: 2009/05/29 00:09

경영의 미래 
게리 해멀, 빌 브린 지음, 권영설 외 옮김/세종서적


Gary Hamel의 '경영의 미래'를 전부 다 읽었다.  당초 책을 구입할 때는 목차와 주요 페이지만 슬쩍 보고 책을 덮을 생각이었는데 읽다가 저자의 흐름에 말렸는지 결국 쭉 다 읽어 버리고 말았다. ^^

Gary Hamel이 '경영의 미래'에서 경영혁신의 사례로 언급한 홀푸드와 고어의 경영혁신 모델의 작동 알고리즘은 아래와 같다.


홀푸드의 경영혁신 모델





고어의 경영혁신 모델




위 두 모델은 상당히 비슷한 작동 방식을 갖고 있다.  창업자의 인간과 경영에 대한 철학이 경영모델의 근간이 되어 피드백 루프를 타고 계속 순환적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프레드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이론에 의한 노동생산성 극대화 지향과 인간을 기계로 간주하고 인간을 전문화/표준화된 업무 프레임 속에서 고효율(?) 노동을 반복하게 하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경영방식이 오랜 세월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홀푸드와 고어는 테일러리즘과 상충하는 경영관을 갖고 있다.

홀푸드와 고어는 모든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창의적으로 사고/행동할 수 있는 혁신가로서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인간관을 갖고 있다. 그리고 계층구조, 관리자라는 개념을 살짝 무시하고 직원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 구조, 상위 관리자의 감독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관리하는 능동적 구성원을 선호한다.  구성원에게 권한을 최대한 부여하고 그 권한에 걸맞는 책임을 선물로 제공한다. 상위 관리자의 수직적 평가보다는 동료 간의 수평적 평가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부여된 권한과 책임, 동료 압박에 의해 모든 구성원은 프로페셔널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능력 있는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리더로 성장하고, 리더 그룹은 자신의 직함/권한과 같은 허울보다는 능력/지식에 더 신경을 많이 쓰고 follower group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위해 노력한다.

Gary Hamel은 '경영의 미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회사는 누가 경영하는가?  당신은 아마 CEO나 임원, 중간 관리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답하고 싶을 것이다. 당신 말이 맞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넓은 범위에서 보면, 당신 회사는 현재 20세기 초반에 경영법칙을 창안한 이론가나 사업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인간과 경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 속에서 경영철학이 형성되게 되고 경영모델이 탄생되기 마련이다. 근데..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하고 있는 경영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20세기 초반에 경영법칙을 창안/실행한 프레드릭 테일러와 헨리포드의 기계주의적 인간/경영관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것 같다.  이건 가히 경영의 Commoditization이라 할 수 있겠다.  테일러/포드의 경영철학에 기반한 '인간을 기계로 간주하는 과학적으로(?^^) 전문화/표준화된 경영'이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배포되고 있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자신의 의지로 경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실상은 테일러/포드의 경영철학에 의해 처절하게 원격 조종을 당하고 있다고나 할까. ^^

테일러/포드의 기계주의적 경영관은 참 강력하다.  인간을 뇌가 없고 손발만 있는 기계로 간주하면 참 경영하기 편하고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숫자, 알고리즘)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배제했으니 얼마나 관리하기 편하고 심플하겠는가..  인간의 노동을 철저하게 측량하고 세분화시키고 정교하게 관리를 하니 마치 모든 정보가 경영자 손 안에 있고 모든 것을 통제하고 지배한다는 만족감에 젖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테일러리즘의 한계가 점점 자명해지고 있는 요즘에도 마약과 같은 테일러리즘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이다.  뭐, 테일러 교주의 가르침을 굳게 믿고 경영 전파를 하는 로봇 전도사들이 전 세계에서 파워풀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홀푸드와 고어의 경영 사례는 정말 큰 감동을 준다. 로봇이 아닌 인간이 경영하는 회사라서 말이다. 

강력한 생물 유전자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원격 조종하는 것처럼
강력한 경영 유전자가 경영자의 사고와 행동을 원격 조종하는 상황

테일러의 원격조종을 받는 로봇으로 살아가는 게 참 편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으나 유통기한이 넘 지난 사상이 아직도 심하게 횡행하고 있는 걸 보는 기분은 그리 유쾌하진 않다.  그런 상황 속에서 Commoditization 되지 않은 살아 숨쉬는 경영철학을 만나는 기쁨은 나름 크다.  

로봇 경영자와 로봇 경영자에게 조종당하는 기계 구성원에겐 경영의 미래가 없다.  경영의 미래는 인간 경영자와 인간 구성원에게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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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리 하멜 - 경영의 미래

    Tracked from 일면식 | 2009/07/27 01:15 | DEL

    10년쯤 전인가 부터 한국에서는 CEO(최고경영자) 의 열풍이 불었다. 기업이라는 것이 그 어느때보다 사람들의 화두가 되었고 기업을 경영하는 사장이 CEO 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모두들 C..

  • BlogIcon 파아랑 | 2009/05/30 00: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마침 이 책 보려고 빌려놨었는데..
    책 다 읽고, 포스트 다시 봐야겠네요~

    • BlogIcon buckshot | 2009/05/30 09:36 | PERMALINK | EDIT/DEL

      파아랑님의 시각으로 바라본 '경영의 미래'가 넘 궁금해 집니다. 리뷰 포스트 기다리겠습니다. ^^

  • BlogIcon ftd | 2009/05/30 05:1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론은 정말 완벽한데, 진짜로 가능할려면 수익이 많이 나야할것같네요

    • BlogIcon buckshot | 2009/05/30 09:37 | PERMALINK | EDIT/DEL

      철학에서 나오는 수익은 정말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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