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그린과 마키아벨리 :: 2008/09/24 00:04


로버트 그린의 '전쟁의 기술'이 현대판 손자병법이라면,  '권력의 법칙'은 현대판 군주론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권력을 획득/유지/확대하기 위한 48가지 권력의 법칙을 사례에 기반해서 소개하고 있다. '권력의 법칙'을 2006년에 처음 읽고 나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다시 읽게 되었는데 두 책에서 받은 느낌이 많이 유사했다.  최근에 로버트 그린의 책들을 다시 읽어 보게 되었는데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은 정말 마키아벨리보다도 더 마키아벨리적이란 생각도 든다.. ^^

권력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전개되는 사회적 게임의 목적이고, 대상이고, 동력원이다.  소수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는 권력의 속성 상, 권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게임은 다분히 교묘하고 기만적인 성격을 띠는 룰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전쟁이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권력은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본능적으로 구분하게 된다.  권력이 중심에 놓여 있는 시츄에이션은 분명 인간이 갖고 있는 공격적인 본성을 자극/강화시킬 수 밖에 없고 그런 상황 속에서 발현되는 권력 본능은 인간이 갖고 있는 수많은 속성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되는 것일 뿐이다. 평생을 연구해도 완전하게 이해하기 힘든 무한 복잡한 인간이란 존재가 갖고 있는 권력 본능에 대한 마키아벨리와 로버트 그린의 통찰을 통해 선악의 프레임을 넘어 존재하는 인간 조건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난 개인적으로 권력의 법칙에 나오는 48가지 법칙 중에 25번째 법칙을 좋아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로버트 그린은 권력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로 철저한 감정 통제를 지목한다. 상황에 대한 감정적 대응을 권력의 가장 큰 장애로 보기 때문이다. 감정 통제를 하려면 현재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항상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면서 나를 둘러싼 변화의 힘에 끊임없이 대응하는 다차원 캐릭터는 비단 권력 게임에서만 갖춰야 할 덕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별화되고 유니크한 나만의 아이덴티티는 분명 가치가 있다. 하지만, 특정 아이덴티티는 특정한 감정 패턴을 갖기 마련이고 그런 패턴이 고착화될 경우, 해당 아이덴티티는 어떤 상황에선 자신의 파워를 발휘하지 못하고 무기력해질 수 있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세상은 특정 개인에게 제한된 역할을 부여하려고 하기 마련이다. 그 역할의 크기는 권력의 크기일 수도 있고 창의력/사고력의 크기일 수도 있다.  

배우가 되어 많은 역을 연기하면서 스스로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세상이 규정하는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  배우가 수많은 작품을 만나면서 다양한 배역을 연기할 때 해당 캐릭터의 마음 속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반복하게 된다. 배우가 아닌 일반인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상황을 만나면서 다양한 감정이입과 역지사지의 기회를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 상황에서 일종의 배우가 되어 다양한 캐릭터의 마음 속에 뛰어들어 나에게 주어졌던 아이덴티티의 한계를 뛰어넘는 훈련을 많이 쌓아야 한다.

결국, 마키아벨리와 로버트 그린은 무수히 많은 권력 게임의 사례를 읽고 그 권력 게임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아이덴티티의 마음 속에 들어가 해당 캐릭터의 역할을 가상현실을 통해 직접 수행하고 그 수행결과를 정리해서 군주론과 권력의 법칙을 써낸 것이다.  권력 게임의 승자도, 권력 게임을 통찰하는 구루도 모두 타인의 마음 속에 들어가 타인의 마음을 예리하게 미적분해 낸 독사들인 것이다.

로버트 그린과 마키아벨리의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은 언제 읽어도 쿨한 느낌을 준다.  너무도 쿨한 독사스러움이 때론 부담스러울 때도 있으나 사람을 해치는데 사용하지 않고 자신을 다스리는데 사용하면 크게 무린 없을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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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

    Tracked from Flying Mate | 2008/09/24 19:07 | DEL

    나는 26살의 대학생이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경영학을 부전공하고 있다. 하고 있다. 휴학 제한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장기 휴학생이다. 전공, 부전공 수업과 인문학 수업을 청강하..

  • 권력의 법칙: 권력 경영기술 48

    Tracked from Inuit Blogged | 2008/09/24 23:22 | DEL

    사람이 둘 이상 모이면 사회를 이루고, 사회에는 정치가 있고, 정치의 결과는 권력입니다. 그 권력의 48가지 법칙을 다룬 책이라.. 슬슬 눈길이 가게 되지요. Robert Greene (원제) The 48 laws of Power '..

  • 권력의 법칙

    Tracked from 고무풍선기린의 Contraposto | 2009/07/10 22:54 | DEL

    지난 5월 말에 '권력의 법칙 : 사람을 움직이고 조직을 지배하는 48가지 통찰, The 48 laws of power'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7월 중순을 접어드는 지금 책을 다시 갈무리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 BlogIcon 재밍 | 2008/09/24 12:2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추천해주시는 책들 종종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있습니다 정말 좋아요 감사합니다 ^^
    블로그 이 추세라면 올해말까지 구독자 삼천 돌파 가능할 것 같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8/09/24 15:52 | PERMALINK | EDIT/DEL

      재밍님, 그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

      구독자수는 이미 제 분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까지 온 것 같습니다..

      요즘은 구독의 의미에 대해 아래와 같이 생각하고 있습니당~
      "구독을 통해 구독자분들께서 정보를 얻으신다기 보다는 부족한 저에게 기를 불어넣어주시기 위해 구독을 하시는 것이다.. 구독의 기를 받아 부족한 제가 블로깅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 BlogIcon 모노로리 | 2008/09/24 18: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한달에 몇권의 책을 읽으시는지 ~
    음... 20권정도 읽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저는 2권 ^^:;

    • BlogIcon buckshot | 2008/09/24 23:36 | PERMALINK | EDIT/DEL

      저도 2권 정도 읽습니다.. 아니 1권 정도 밖에 안 읽는 것 같습니다. ^^

      예전엔 책을 많이 읽으려 노력했는데
      요즘엔 읽은 책의 권수보다 읽고 난 후의 생각의 갯수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100가지 생각을 했다면 100권의 책을 읽은거나 다름 없는 것 아닌가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습니당~ ^^

      PS. 예전에 읽고 생각을 정리해 두지 않은 책을 요즘 언급하고 있는터라 사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

  • BlogIcon inuit | 2008/09/24 23: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번엔 '권력의 법칙'이군요. 유혹의 기술까지 내쳐 달리시려나요? ^^

    • BlogIcon buckshot | 2008/09/24 23:59 | PERMALINK | EDIT/DEL

      아뇨, 유혹의 기술은 담을 위해 아껴놓고요~
      일단, 금주는 'buckshot과 로버트 그린'으로 가볍게 마무리할 생각입니당~ 금주는 '로버트 그린' 주간이어서요.. ^^

  • BlogIcon 토마토새댁 | 2008/09/25 08: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buckshot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님이 주시는 글을 늘 접하면 지금껏 나와 연관이 없어 보이던,
    아니 생각조차 못 하던 세상의 일면을 봅니다.
    그저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죠.
    오늘은 자신의 재창조란 문귀가 맘에 와 닿습니다.
    사회가 부여하는,
    내 가정이 내게 부여하는 역할이 아닌,
    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갖고 싶은 열망이 가슴 속에 일지만
    늘 자신이 없었습니다.
    지금 이ㅣ 순간도 자신이 없지요..
    그렇지만 열망은 늘 가슴 깊숙히 숨어 있나 봅니다.
    부글부글~~~~~~^^

    오늘도 맘 행복한 날 되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8/09/25 09:37 | PERMALINK | EDIT/DEL

      전 토마토새댁님의 글을 보면서 제 자신의 재창조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각자가 갖고 있는 서로 다른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배우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재창조가 물 흘러가듯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덴티티가 그야말로 물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귀한 댓글 감사드려요~ ^^

  • BlogIcon 스윙피플 | 2008/09/25 23:21 | PERMALINK | EDIT/DEL | REPLY

    감정의 통제에 공감이 갑니다...책은 사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8/09/26 08:51 | PERMALINK | EDIT/DEL

      감정통제 능력이 결국 내공인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

  • BlogIcon 데굴대굴 | 2008/09/29 11: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 책 거의 다 읽었습니다만... 체사레 보르자에 급 눈을 돌리는 바람에 한참 늦어지고 있습니다. -_-
    (이러다가 아마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할지도....)

    • BlogIcon buckshot | 2008/09/29 19:18 | PERMALINK | EDIT/DEL

      체사레 보르자면 마키아벨리에게 영감을 준 그 분이시네여.. ^^ 그럼 권력의 법칙을 읽고 계신 거나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당~ ^^

  • BlogIcon 고무풍선기린 | 2009/05/30 22: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제가 이 포스팅은 보지를 못해서, '권력의 법칙'에 대한 포스팅도
    하신 줄은 몰랐습니다.

    여전히 buckshot님의 포스팅은
    제게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주셔서
    정말 잘 구독하고 있습니다. ^^

    덧말. 제 실수로 트랙백이 두 개 걸렸습니다.
    하나는 삭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5/30 22:11 | PERMALINK | EDIT/DEL

      고무풍선기린님의 포스트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트랙백을 교환하는 경험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댓글과 트랙백을 교환하면서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

  • BlogIcon 고무풍선기린 | 2009/07/10 22: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책을 다시 한 번 살펴봤더니
    지난 포스팅 때는 보지 못한게 보여서
    몇 자 남겨 봤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7/11 07:43 | PERMALINK | EDIT/DEL

      고무풍선기린님,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로버튼 그린은 마키아벨리와 마찬가지로 독자들의 방어막을 뚫기 위한 다양한 초식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그린은 전쟁의 기술에서 마키아벨리가 자신의 생각과 조언을 널리 퍼뜨릴 수 있는 권력을 열망했지만 정치계에서 그러한 욕망이 좌절되자 저술활동을 통해 권력 획득을 시도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권력자들이 쉽사리 자신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권력을 갖지 못한 자들은 자신의 철학이 지닌 위험한 측면들을 두려워할 것이라는 점을 미리 간파하고 자신의 저서를 읽을 독자들의 방어벽을 깊이 꿰뚫을 수 있는 수사적 책략으로써 설득력 강한 실용적 조언, 역사적 일화의 적극적 차용, 꾸밈없고 간결한 어조, 정해지지 않은 결론 등의 컨셉을 무기로 독자의 마인드에 성공적으로 침투하게 된다.'

      http://www.read-lead.com/blog/entry/Communication-as-a-platform-간접성과-확장성이-강한-침투력을-낳는다



      비단 로버트 그린 뿐만 아니라 독자의 마음 속에 침투하고 싶어하는 어떤 저자라도 논리를 전개하고 구축해나갈 땅(대상,근거)을 필요로 할 것 같습니다. 아마 거의 모든 썰들은 사례에 기반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고 설득을 위해 사례에 의존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보니 결국 결과론적 논리구조의 약점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로버트 그린의 독자 방어막 돌파를 위한 간접적 커뮤니케이션 초식을 조망하면서 그의 장/단점을 즐겁게 소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 같습니다. ^^

      http://www.read-lead.com/blog/entry/로버트-그린과-손자

    • BlogIcon 고무풍선기린 | 2009/07/12 17:52 | PERMALINK | EDIT/DEL

      독자의 방어막을 뚫기 위한 초식으로 다양한 사례에 기반을 두고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사실은 생각도 못했봤습니다.
      buckshot님의 말씀을 통해 제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전쟁의 기술'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과 논리 구조의 약점에만 너무 집중하는 제 시각을 어떻게 하면 개선시킬 수 있을지를
      이번 기회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귀한 댓글과 트랙백, 그리고 가르침 감사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7/12 19:01 | PERMALINK | EDIT/DEL

      저야말로 고무풍선기린님의 글들을 통해 인식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저에게 얼마나 큰 도움을 주고 계신지 고무풍선기린님은 아마 잘 인식 못하실 거에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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