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면 :: 2014/01/10 00:00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조던 매터 지음, 이선혜.김은주 옮김/시공아트(시공사)

의도적으로 연출된 사진도 아름답지만,
연출되지 않은 삶의 자연스런 단면들도 매우 아름다울 수 있다.

삶의 작은 단면들 속엔 일상이 살아 숨쉰다.
그 일상들은 무수히 많은 스냅샷들의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는 그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생성하기도 하고 가지각색의 생각과 행동을 수놓으며 살아간다. 우린 무용수가 아니라서 포토그래퍼에게 멋진 상을 제공하진 못한다. 하지만 고도의 기획과 연출 없이도 우리가 만들어내는 몸짓은 무수히 많은 스냅샷을 산출하고 있고 우린 그걸 잘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나의 24시간을 스냅샷으로 구성한다고 생각해 보자. 나의 무미건조한 일상을 24시간 기계적 촬영으로 영상 프레임 안에 담아본다고 생각해 보자. 거기서 생성되는 한 장 한 장의 사진 속에 수많은 의미와 시간의 이력, 공간의 중첩이 표출되지 않겠는가?

단면엔 순간이 깃들어 있다.
순간이 주는 강렬한, 연약한, 차가운, 뜨거운, 신속한, 느긋한, 화려한, 소박한 느낌에 반해서 나는 블로깅을 하고 싶어했나 보다. 일상 속에서 속절없이 휘발되어 가는 단면 중에 일부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블로그에 포스트를 하나 둘 차곡차곡 쌓아왔던 것 같다. 물론, 그렇게 포스팅을 축적한다고 해서 포스팅을 하지 않는 것 대비 그닥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여전히 엄청난 양의 일상 단면들이 빠른 속도로 휘발되듯 나를 스쳐 지나가고 있으며, 또한 새로운 일상 단면들이 나의 몸과 마음 속으로 인입되는 과정이 지금 이 순간도 반복되고 있으니까. 난 그 중에서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내용만 글로 옮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일상 단면을 모조리 사진으로 담고 블로깅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일상이 무수히 많은 단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나는 그것의 거대한 플로우 앞에서 작고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 나는 그저 거대한 시공간의 유영 속에서 순간을 살다 가는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을 잘 인지하고 소량의 단면이나마 나름의 감각을 통해 보듬어 주고 이윽고 놓아 보내는 것.

한 장의 사진 안에 하나의 단면이 담기듯, 하나의 포스트 안엔 내가 호흡하는 단면이 스며든다. 하나의 문장에도, 하나의 단어에도, 하나의 문자에도, 하나의 획에도 나의 일상은 단면이 되어 녹아 든다. 사진으로 일상을 포착하든, 블로깅으로 일상을 채집하든, 일상의 단면은 그것을 소중히 하는 자에게 기꺼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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