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알고리즘 :: 2009/08/28 00:08

다윈의 식탁
장대익 지음/김영 사


'다윈의 식탁'을 유독하지 못하고 재미있게 싹 다 읽었다.  이 책은 위대한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 박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생물학계의 최고 지성들이 진화론에 대해 한바탕 대 설전을 펼치게 된다는 '가상 논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물학계의 거성들은 진화론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제이 굴드를 중심으로 양쪽 진영으로 나뉘어져 1주일 간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게 된다.

"강간도 적응인가?",  "이기적 유전자로 테레사 수녀를 설명할 수 있나?",  "유전자에 관한 진실을 찾아서",  "진화는 1백미터 경주인가, 넓이뛰기인가?",  "박테리아에서 아인슈타인까지"  등의 주제를 놓고 리처드 도킨스 진영과 스티븐 제이 굴드 진영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그 동안 쌓아왔던 자신들의 이론과 자존심을 걸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선보인다.

진화론을 둘러 싼 생물학계 최고 지성들이 펼쳐내는 가상 논쟁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리처드 도킨스 진영과 스티븐 제이 굴드 진영이 현실 세계에서 제대로 한 판 붙고 있구나란 느낌이 수시로 들었다. 그만큼 저자는 현역 생물학 거성들의 이론을 절묘한 대화적 맥락 속으로 탁월하게 녹여 내면서 한 편의 멋진 가상 대담을 엮어 내었다. 한마디로 매력적인 책이다. 저자의 내공 덕분에 재미있는 책을 소장할 수 있게 되었다. ^^

저자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이 펼쳐가는 가상 토론의 향연.  이것은 비단 장대익의 '다윈의 식탁'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의식/무의식적으로 흡수하고 응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모든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다윈의 식탁'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동안 내가 읽은 텍스트의 저자들은 이미 내 안에서 '다윈의 식탁'을 세팅하고 대토론의 장을 펼쳐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단지 내가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 아마 모든 사람들의 뇌 속에 그들만의 '다윈의 식탁'이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을 것이다.  와.. 도대체 세상엔 얼마나 많은 다윈의 식탁이 존재하는 건가! ^^


'다윈의 식탁'은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에겐 그렇게 느껴진다)

리더십은 타인에 대한 영향력이다. 리더가 영향력을 행사할 때, 그 영향력은 단순히 일방향/단선적 흐름으로만 전개되진 않는다. 리더로부터 나온 영향력이 follower라는 플랫폼 속에서 변주를 거치고 그 변주가 리더에게 다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세상엔 온전한 리더도, 온전한 follower도 없다. 모두 리더와 follower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1인 2역 연기자들이다. 작년 7월에 아래와 같이 이진경의 노마디즘을 인용한 적이 있다.  ( http://www.read-lead.com/blog/654#comment23900 )

니체는 철학사를 뒤적이며 마음이 끌리는 철학자를 만나면 그를 뒤에서 덮쳐 계간을 했다고 합니다. 즉 어떤 철학자를 뒤에서 덮쳐서 사생아를 만들어내는 것이 자기가 철학사를 가지고 사유하는 방식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들뢰즈는 니체에 대해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니체의 뒤를 덮쳐 사생아를 만들려고 보니까, 어느새 니체가 자신을 덮치고 있더라" 그만큼 자신의 사유에서 니체의 영향이 지대했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겠지요.

모든 생물학자가 다윈의 말을 믿는다 해도 모두 다윈의 말을 정확히 그대로 머리 속에 새겨 넣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윈의 이론에 대해 독자적인 해석을 내리고 독자적인 재정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윈이 남긴 이론의 집합은 때로는 원형 그대로 보존되기도 하고 때론 파기되기도 하고 때론 다른 사람들의 이론과 리믹스되면서 영속적인 진화의 행진을 하게 된다.  즉, 진화를 논했던 다윈의 진화론 자체가 진화를 한다고 봐야 한다.  리더십은 리더와 follower가 서로 주고 받는 영향력의 자기장이다. follower의 뇌 속에서 리더들 간의 대화/논쟁이 전개되고 그 결과물은 부메랑이 되어 리더를 변화시킨다.

내 마음 속 '다윈의 식탁'은 오늘도 나 모르는 사이에 슬그머니 세팅되고 슬그머니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가끔은 그 식탁에 '서기' 역할이라도 맡아서 의식적 관전이나 좀 해봐야겠다. ^^



PS. 관련 포스트
buckshot과 로버트 그린
태그, 알고리즘
원격, 알고리즘
상충,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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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llowership

    Tracked from ego+ing | 2009/08/28 09:24 | DEL

    파로워십이란 외부에서 제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리드하는 것이다. 잘못된 파로워십은 잘못된 리더십을 탓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리더의 자질을 비난하면서, 이 모든 문제가 ..

  • BlogIcon 토댁 | 2009/08/28 13: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토댁의 리더 buckshot님^^
    follower들 잘 정리하였씁니다.
    진짜로 감사합니데이~~
    왠지 정리된 느낌!! ㅋㅋ
    뭐 아직 오른쪽 사이드는 정리가 더 필요한 것 같지만요..ㅎㅎ

    오늘도 즐거운 날 되셈..
    이 책은 제가 찜합니당.

    +++ 에공 책 구입할라고 눌렀더니 알라딘이 뜨네욤.
    알라딘은 가입을 아니 해서리...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9/08/28 18:56 | PERMALINK | EDIT/DEL

      벅샷의 리더 토댁님~
      이 책 꽤 재미가 쏠쏠한 편입니다.
      저자가 원체 전문적 내용을 쉽고 재밌게 설명하는 스킬이 뛰어나서요~ ^^

      즐거운 주말 보내세여~

  • BlogIcon 파아랑 | 2009/09/10 01: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랜만에 들렀다가 너무 재밌어 보여서 바로 주문했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9/09/10 09:25 | PERMALINK | EDIT/DEL

      파아랑님께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적어주시면 참 멋지겠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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