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온 기적을 알아보기 :: 2013/03/08 00:08

작년에 매우 인상 깊게 본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스페셜  '기적 같은 기적'이다.
이 드라마를 보고 마음이 저려옴을 느꼈다.

의사에게 간암 말기 선고를 받은 환자가 있다. 그 환자는 상심하고 산속 마을로 잠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는 자신이 시한부 진단을 내린 환자가 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의사는 그를 찾으러 마을로 들어간다. 그 마을은 암이 걸린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그곳에 기적이라 불리는 사내가 있다. 간암말기 선고를 받고도 3년 동안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는 그가 바로 그 환자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 마을엔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신분을 숨기고 마을에 들어 온 방송사 PD도 있다. 결국, 방송사 PD는 그 사내의 행적을 추적하여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친 혐의로 경찰에 그를 넘기려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그 사내가 암 환자가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단지 그 사내와 함께 사는 것이 너무 좋아서, 그 사내가 하루라도 더 자신들의 마을에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사내의 비밀을 모른 척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마을 사람들에겐 그 사내가 암에 걸리고도 잘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그 사내가 자신과 함께 살면서 병들고 지친 자신들을 웃게 해주는 것이 기적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기적이란 무엇일까?
모두가 깜짝 놀랄만하고 믿을 수 없고 신비로운 사건이 벌어지면 그게 기적인 걸까?

이 드라마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기적은 모두가 깜놀할 특종뉴스감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의미를 선물해 주는 순간이라고. 정말 소중한 기적은 만인에게 대놓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미소 짓게 하는 것이라고. 그런 기적은 지금 이 순간 나의 노력과 진정성으로 얼마든지 성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기적은 내가 정의하는 것이라고. 남들이 인정해 줘야 기적이 되는 것이 아니고 내 마음 속에서 수줍은 듯이 은밀하게 생성되는 것이 기적이라고. 우린 날마다 속물스런 기적을 꿈꾸고 살아가지만 진짜 기적은 항상 우리 맘 속 어딘가에 숨어 있듯이 존재하고 있으며 날마다 우리가 자신을 알아봐주길 기대하고 소망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그래서 나만의 기적이 나를 찾아왔을 때 그것을 알아봐 줄 수 있는 나는 정말 행복한 것이라고. 상품화된 기적과 상품화된 행복이 우릴 끊임없이 현혹하고 유린하는 세상이지만 상품화되지 않은, 상품화될 수 없는 기적과 행복은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짧은 단막 드라마였지만 장편 영화를 본 것보다, 50부작 대하드라마를 본 것보다 묵직한 감동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 이런 드라마를 만난 건 내게 기적 같은 일이다.

진짜 기적의 시점이 언제인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의 감각은 상품화 알고리즘에 의해 무뎌져 가고 있다. 학생은 학교에서, 회사원은 회사에서, 사업가는 사업현장에서, 각각 자본의 노예가 되어 자본이 요구하는 상품화된 인간이 되어 기꺼이 로봇처럼 살아간다. 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하면, 회사에서 성과를 내면, 사업현장에서 수익을 내면, 자본의 노예로서 획득한 노예적 성과를 흐뭇해하며 노예/로봇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결과가 안 좋으면 노예/로봇의 삶에 불만족하면서 살아간다. 자본을 신으로 모시면서 자본의 신도가 아닌 자본에게 유린 당하는 노예로 살아가는 삶. 자본의 프레임 안에서 기적을 바라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지만 거기엔 인간을 위한 그 어떤 배려도 없다. 그런 기적을, 그런 행복을 얻어봐야 남는 건 허망함 뿐이다. 자신을 기꺼이 상품으로 전락시키면서 얻은 자본의 기적, 자본의 행복. 도대체 그게 뭐란 말인가? ^^

상품화된 기적/행복의 시점이 아닌 정말 나에게 중요한 시점이 언제인지 아는 촉을 지녀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내 안의 비상품화된 기적/행복의 시점들을 탐색하는 놀이를 일상화해야 한다. 이 드라마의 감동을 잊지 않고 잘 기억할 수 있다면 비상품화 놀이를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이지 이 드라마를 본 것은 내겐 크나 큰 행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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