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와 창의력 :: 2011/03/11 00:01

문득, 창의력 계발 = 나 자신을 알아가는 끝없는 과정 포스트에 남겨주신 아거님의 댓글이 떠오른다.

자기계발과는 좀 거리가 떨어진 이야기겠지만, 인용해 주신 원문에서 11번 " Don't try to stand out from the crowd; avoid crowds altogether." 라는 말에 꽂혔습니다. 분주한 곳에서 창의력이 나올 수 없고, 전염적으로 퍼지는 뭔가에 휘말려서는 창의력이 나올 수 없는 것이겠죠.

며칠 전에 팀 버튼 인터뷰를 읽었는데요. 그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이겁니다: 팀 버튼은 어려서 만화를 읽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너무나 글자가 많아서. 디즈니 장학금을 받고 디즈니스튜디오에서 일했지만 '사카린 스토리 라인'을 받아들일 수 없어, 혼자서 그리고 싶었던 것, 기존에 없었던 그림들에 몰두했다고 한다.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1424052748704888404574547711948377276.html

자기만의 그림을 그려내고 싶었던 열정이 있었던, 그리고 기존 패러다임에 순응하기를 거부했던 팀 버튼은 buckshot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가장 창의적이며 독특한 세계를 그려낸 대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겠죠.

물론 은둔형 reclusive가 되는 길이 창의력이나 상상력을 찾는데 유일하고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위대한 작품이나 발명은 모두 단순하고 고독한 환경에서 나온 것이 분명합니다. 문득 키웨스트에 있던 헤밍웨이 집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전 그 안에는 안 들어갔습니다... ^^)


창의력은 혼자가 되는 힘이다.
그럼 군중/집단 속에 파묻혀 있으면 창의력이 쇠약해지는가?

아니다.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다.
군중/집단은 외로움의 역설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군중/집단 속에서, 관계 속에서 인간은 항상 고립을 회피하고자 한다. 고립만큼 인간을 두렵게 하는 것은 없다.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확인하면서 자신은 고립되지 않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 인간의 사회성이다.

어쩌면,
창의력은 은둔이 아닌 군중/집단 속에서 보다 강력하게 발현될 수가 있다. 내가 타인들과 어떻게 다른 지를 민감하게 감지하며 나의 유니크한 특성들을 보다 날카롭게 계발시켜 나가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는 거대한 창의력 극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 군중/집단 네트워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블랙홀과도 같은 시공간. 그 속에서 활동하면서 '나'를 망각하지만 않는다면,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나와의 극명한 차이가 뭔지를 명확히 알아갈 수만 있다면 한 개인의 창의력은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극적으로 창발할 수 있을 것이다.

군중(群衆) 속의 고독(孤獨).

군독(群獨). 

인간의 본질은 군독(群獨)이다. 창의력은 관계와 고독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자아의 동적 평형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자 우주에서 가장 역동적인 춤인 것이다. 오늘도 나는 '웹'이란 이름의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나만의 춤을 춘다. 그 춤의 이름은 '군독무(群獨舞)'이다. ^^



PS. 관련 포스트
혼자,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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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uy toms

    Tracked from buy toms | 2013/06/13 11:14 | DEL

    What's up, I just wanted to mention, I disagree. Your point Read & Lead - doesn't make any sense.

  • BlogIcon 정진호 | 2011/03/11 07: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창의력이라는 것이 집단속에서 나오냐 은둔속에서 나오냐를 딱! 잘라말하기는 힘들고
    집단속에서 다양한 직/간접 경험을 하고
    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그것이 내면에서 체화되는 과정을 통해
    창의력이 나오는 것 아닐까 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1/03/12 09:44 | PERMALINK | EDIT/DEL

      결국 "내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온전한 내가 되는 과정 속에서 창의력은 꽃을 피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

  • BlogIcon 씨트러스 | 2011/03/23 19: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홀로 있음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군요. 왠지 그 말에서 위안을 받게 되네요. ^_^

    • BlogIcon buckshot | 2011/03/26 10:06 | PERMALINK | EDIT/DEL

      홀로 있을 수 있는 힘이 자신이 될 수 있는 힘인 것 같습니다. ^^

  • BlogIcon hyojin son | 2011/04/12 17:4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헉 소름이 끼쳤습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쓰실 수가 있는지 정말 너무나 주옥 같은 글들을 혼자만 보기에 너무나 아깝군요. 전 사실 한국 사회에서 나름 독창성을 간직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는데요, 그게 제 자아정체감을 통일되게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었거든요. 그런데, 세상에는 자신의 원칙없이 사는 사람도 참 많더군요. 단지, 제가 모든 걸 학습한다고 생각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혼돈만 초래하지 않았더라면, 저 역시 오롯한 저를 보전하지 못할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힘을 주는 글이네요.

    • BlogIcon buckshot | 2011/04/13 10:03 | PERMALINK | EDIT/DEL

      너무 과찬을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자존감은 앞으로도 계속 생각을 많이 발전시키고 싶은 주제입니다. 많은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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