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중독 :: 2013/02/27 00:07

감정은 술과 같다. 술에 취하고 술에 중독된 사람은 술에 휘둘리는 자신을 직시하지 못하고 계속 술에 휘말린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감정에 취하고 감정에 중독된 자는 감정에 유린되는 자신을 응시하지 못하고 감정에 계속 희롱 당한다.

술은 사람을 취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사람을 술에 쩔게 만들고 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술이 영원무궁토록 성장하는 것이 술이 갖고 있는 절체절명의 미션이다. 술은 사람을 이용하여 자신의 성장을 이끌어간다. 술의 성장에 사람이 얼만큼 유린될 수 있는가?  술에게 있어 최대의 질문이자 화두이다.

감정은 사람을 취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사람을 감정에 푹 젖게 만들고 감정상태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어 감정이 영속성을 갖고 성장하는 것이 감정이 갖고 있는 숙명이다. 감정은 사람을 이용하여 자신의 성장을 지속한다. 감정의 성장에 사람이 얼만큼 희롱될 수 있는가? 감정은 성장에 목을 매는 기업보다 더 치열하게 지속성 있는 성장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성장을 위한 열쇠를 끊임없이 탐구한다. 감정은 지금 이 순간도 사람을 자신의 입맛대로 다스리기 위한 갖은 술책들을 고안해내고 있다.

술이 사람을 취하게 만들고 감정이 사람을 뒤흔들어 놓는 상황. 술은 저리도 치열하게 성장을 고민하고, 감정은 혼신의 힘을 다해 성장계획을 수립/실행하고 있는데 사람의 성장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사람은 무엇을 대상으로 성장을 모색해야 하는가?

중독은 성장에 대한 로드맵을 갖고 있지 않을 때 발현되기 쉽다. 만물은 어떤 식으로든 존재와 성장을 지향한다. 하지만 성장에 대한 지향이 약한 존재는 성장 지향이 강한 존재와 만나서 상호작용을 할 때 아무래도 성장 게임에선 밀릴 수 밖에 없다. 성장 지향이 약한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몸에 잘 받고 술을 마시면서 즐거워지고 뭔가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욕망을 충족받고 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는 과정. 술 중독에 일단 빠지면 성장지향이 강한 술에 계속 휘말릴 수 밖에 없고 휘둘리면 휘둘릴수록 술의 성장 속에서 자신의 성장은 미궁에 빠져버리는 상황이 심화된다.

뭔가에 중독된다는 것은 뭔가로부터 소외되는 것이다. 뭔가에 중독되어 허우적거릴 때 뭔가는 허우적대는 자를 발판 삼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고 중독된 자는 뭔가의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과정 속에서 정작 자신의 성장은 정체를 넘어 역성장을 하게 되는 안쓰러운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중독은 뭔가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뭔가에 빠진 자는 역성장의 늪에 빠지게 되는 제로섬 게임이다. 그런데 +와 -의 크기가 사뭇 커서 플러스 성장을 향유하는 자와 마이너스 성장을 강요 받는 자 간의 간극은 심대한 것이고 중독된 자는 역성장에 역성장을 거듭하면서 성장에 관한 한 완전히 주도권을 내어놓고 가벼운 객체가 되어 뭔가에 의한 휘말림을 지속하면서 소외에 관한 한 달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감정이 치열하게 성장을 준비하고 술이 집요하게 성장을 모색하는 상황 속에서 인간은 감정과 술의 성장세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자신 만의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감정 중독, 술 중독은 나의 성장 계획이 없다는 징표이다. 감정이 나를 휘두르려고 할 때, 술이 나를 삼키려 할 때, 잠시 멈춰서 "나의 성장은?"이란 질문을 소환해 보자. 그리고 "나는 무엇을 발판 삼아 성장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시도해 보자. 인간이 소외당하기의 달인이라면 감정과 술은 소외시키기, 성장하기의 달인이다. 감정과 술에 휘둘리기 보단 감정과 술과 대화를 해보자. 그리고 그들의 노하우를 나의 것으로 만들어 보자. 그들만큼 나에게 성장과 소외에 대해 잘 가르쳐 줄 스승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감정은 만인의 뇌에 기생하고 있는 찰거머리같은 존재이니 술처럼 돈이 필요하지도 않고 수시로 호출할 수가 있다. 감정 중독에 쩔지만 말고 감정과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눠보자. 감정에게 물어보자. 넌 어쩜 그렇게 사람을 잘 소외시키니? 넌 어떻게 사람의 성장을 가로막고 너만의 성장을 끊임없이 주도해 나가니?  감정은 순간 당황하긴 하겠지만 차근차근 자신의 노하우를 가르쳐 줄 것이다. 아무도 감정에게 그것을 묻지 않아서 대답을 안 해주는 것이지 그걸 대놓고 묻고 가르침을 요구한다면 감정은 우쭐거리면서 자신의 비법을 슬쩍 내어줄 것이다.

감정 중독. 더 이상 인간을 지배하는 알고리즘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젠 감정 유린의 시대를 이끌어 가야 한다.  단, 감정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 자에 한해서. ^^




PS. 관련 포스트
감정의 파도를 서핑한다
감정의 창조
감정 네이밍
감정 업신여김 놀이
감정, 알고리즘
나의 마음을 팔로우한다
목적이 된 도구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1479
NAME PASSWORD HOME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