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알고리즘 :: 2009/02/23 00:03

확장된 표현형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을유문화사


확장된 표현형 1 - 개념의 감옥으로부터의 해방
(2007.3)

Beaver는 강 속에 둥지를 만들고 그 주위에 나무를 잘라 댐을 쌓아서 쉽고 안전하게 이동한다. 비버의 몸과 행동이 유전자의 표현형이라면 댐도 유전자의 표현형으로 간주할 수 있다.  자연선택이 유전자 레벨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의 표현형의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   이는 곧 생물체의 재발견으로 이어졌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를 생물개체라는 개념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시켰다.  이 관점에서 보면, 나의 생각과 행동으로 인해 생겨난 모든 것은 내 유전자의 표현형이라 할 수 있겠다.  나의 생각과 행동이 외연화될 때 그것은 다른 생각/행동들과의 이기적 상호작용을 통해 생존/소멸하면서 지속적인 희석과정을 통해 영속성을 부여 받게 된다.


확장, 알고리즘 (부제: 확장된 표현형 2)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영속을 지향하는 유전자를 담는 운반자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했고 '확장된 표현형'에서는 유전자가 자신의 영속을 위해 다른 개체들까지 운반자로 활용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확장된 표현형을 읽을 때의 느낌은 가설의 사실 여부를 떠나 가설 자체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을 자극하는 사고실험의 날카로운 매력..

확장된 표현형과 '객체, 알고리즘'을 조합하면 아래와 같은 말장난에 가까운 가설이 가능하다.

인간 신체의 급속한 확장을 가능케 한 문명의 발전은 결국 확장된 표현형의 일종이다. 즉, 영속을 지향하는 유전자는 인간이란 유전자 운반자 속에서 영속을 위한 진화 게임을 계속해 왔고 인간이란 개체의 범주 내에서만 플레이하기엔 인간이 가진 한계가 너무 뚜렷하므로 운반자로서의 인간 자체를 확장시키기 위한 진화 게임을 시작했고 그 결과, 인간의 문명은 현재의 수준까지 발전하고 말았다.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을 구성하는 나약한 물리적 기능 모듈들은 다양한 형태의 도구로의 탄생을 거듭했고 그 도구들은 인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운반자로서의 인간을 기능적으로 보완해주는 동시에 인간을 제어하면서 인간 속에 존재하는 유전자들의 영속 가능성을 대폭적으로 높여주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게 된다. 원격 조종 메커니즘을 통해 인간을 진두 지휘하는 유전자들은 지구 장악력의 수위를 점진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유전자들의 생존 가능성 극대화를 위해선 유전자들의 생존확률을 증대시킬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시스템 범위를 인간의 범주 밖으로 확장시킬 때 유전자의 생존 가능성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결국 유전자 생존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이 인간의 고속 확장을 가능케 했다. 운반자는 빠른 속도로 발전을 지속하는 문명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운반자는 확장의 맥락보다는 확장 자체에 몰입하고 있을 뿐이다. 운반자의 몰이해 속에서 운반자와 운반자의 확장된 외연은 더욱 긴밀하게 공진화를 거듭하게 되고 유전자는 그런 달콤한 상황을 즐기며 영속의 꿈을 실현시켜 나간다.

인간 운반자에 탑승한 유전자들에게 인간의 뇌는 정말 입맛에 딱 맞는 영속 발전의 기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인간 뇌는 탑승한 승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중무장하고 있으며 승객의 지배력을 확장하기 위해 운반자 자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거의 없이 오직 '승객을 위해 전진 앞으로'의 자세만을 일관하고 있는 인간의 뇌는 탑승객, 아니 탑승주에겐 너무도 고마운 존재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유전자를 태우고 오직 유전자의 영속을 위해 생각 없이 달리는 폭주 기관차인지도 모른다.

리처드 도킨스에게 배운 사고실험이 꽤 재미가 있다. 확장된 표현형과 인간의 확장을 접목시켜 '확장, 알고리즘'이란 가설 포스트를 놀이를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적어 보았다. 앞으로도 이런 스타일의 사고실험 놀이를 계속해 볼 생각이다. 개념의 확장은 사고실험 놀이의 핵심 소재임에 분명하다. ^^




PS. 객체, 알고리즘
인간의 신체는 급속한 속도로 확장을 거듭해 왔다.  이제 전철/버스/자동차와 같은 교통수단 없는 이동은 생각하기 힘들다. 핸드폰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지극한 불편을 초래한다. 인터넷은 거대한 사이버 세계 속 인간 생활을 이끌고 있다. 옷은 의도적 진부화의 지속을 통해 패션이란 거대한 산업 영역을 구축했다. 인간의 확장은 전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확장은 철저히 인간이 갖고 있는 개별 기능의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인간을 주요 개별 기능들의 집합으로 환원시킨 후 각각의 기능들을 기계적으로 발전시킨 끝에 개별 기능들이 인간이 갖고 있는 기능적 한계를 훌쩍 넘어서게 하여 인간 확장을 이끌어 냈다. 문명의 진화를 통한 인간 확장은 객체화 과정의 산물이다. 주체-객체 구분에 대한 이해 조차 흐릿한 상황에서 인간 기능의 객체화를 통한 인간 확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객체의 눈부신 성장 속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는 어떤 형태로 변이되어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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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념돼지 | 2009/02/23 11: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제는 월 수 금 만 되면 www.read-lead.com에 접속하게 되네요.ㅎㅎ
    오늘도 재밌는 주제를 던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이 사이트에 흥미를 느끼고 자주 접속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 또한.
    영속을 지향하는 저의 유전자가 다른 개체, 이 블로그의 글을 읽고
    또한 이유도 모른체 리플을 남기는 행동을 하게 하는 뇌 또한
    운반자로 활용 되고 있다는 것. 흥미롭네요.ㅎ
    지금 까진 머릿속의 뇌가 행동의 중추이며 나! 라는 것을 이끄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ㅎㅎ

    아 그리고 첫 문단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제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 또한 나! 라는 하나의 객체로 인한 변수들로 인해 생긴 것이라는 것.
    저의 행동, 어렸을 때 영어공부를 더 했으면 지금 영어학원을 다니는게 아니고
    다른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지 않았을까?
    제가 서울권 대학으로 왔다면 지금의 여자친구랑 못만났을 것이라는거.
    지금 내가 느끼기에 좋던 싫던 , 이 상황이 이 만남이 어떻게 느껴지던
    그건 '나' 로 인한 결과라는 ... 머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글이였습니다.

    ^^ 글이 많은 책을 읽기 힘들어 하는 저에게 또 이렇게 생각을 하게 하고
    좋은 내용을 쉽게 정리된 글을 읽게 해 주셔서 오늘도 감사글 하나 남기고 갑니다.
    (비록 이야기 하고자 한 것을 잘 이해 못하고
    다른 해석을 하게 될 때도 있지만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열심히 즐기고 있습니다. -_-;;)

    • BlogIcon buckshot | 2009/02/23 22:48 | PERMALINK | EDIT/DEL

      양념돼지님, 월수금 포스팅을 기억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
      조악한 포스팅을 좋게 봐주시니 넘 송구스럽네요.
      양념돼지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배우고 있는 저의 행동도 확장 욕망에 기인한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힘과 격려를 주시는 댓글 넘 감사하구요.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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