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달, 알고리즘 :: 2009/07/20 00:00


회사동료 5명과 함께 점심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콜드스톤에 갔다.  배스킨 라빈스나 레드 망고엔 종종 가봤는데 콜드스톤은 처음이었다. 매장 가서 먹어보니 나름 맛있었다. 고급스런 느낌도 있고 색다른 느낌도 있고. 뭐 맛이 괜찮았다.  같이 간 동료들이 그렇게 콜드스톤 아이스크림의 맛을 음미하고 있는 와중에 단 한 명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된장찌개' 이외의 다른 어떤 음식도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 복고/컨츄리스런 식성으로 회사동료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한 '편달 김선생'이었다. (편달은 '편식의 달인'을 의미한다)  편달 김선생은 콜드스톤 아이스크림에서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콜드스톤이 왜 이리 비싼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네요.  아이스크림은 죠스바가 젤 맛있는 것 같아요."

편달 김선생의 충격적인 발언에 모두들 입이 떡 벌어졌다. 어떻게 콜드스톤과 죠스바를 나란히 놓고 비교란 걸 할 수 있단 말인가...

40세인 나는 37세인 편달 김선생에게 물었다. 
"헉.. 어떻게 콜드스톤보다 죠스바가 더 맛있지?  콜드스톤의 이 유려하고 고급스런 맛을 느낄 수가 없단 말인가? 죠스바와 격이 다른 이 맛을 정녕 느낄 수가 없단 말인가?"

편달 김선생의 충격적인 답변은 계속 이어진다.

"전 이렇게 비싼 거 의미 없이 입에 넣느니.. 차라리 죠스바를 10개 사먹겠어요. "


콜드스톤과 죠스바 사이엔 그닥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편달 김선생의 죠스바 예찬론은 첨 들었을 땐 충격이었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름 일리가 있는 발언인 것 같다. 고급 아이스크림과 일반 빙과류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 그거 어떻게 보면 아주 미세한 차이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콜드스톤이나 죠스바나 제공하고자 하는 핵심가치는 모두 "차고 맛있는 것 먹고 기분 좋아지자"일 것이다. 핵심가치를 넘어선 미세한 edge를 비즈니스/마케팅은 계속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그래야 먹고 살 수 있으니까. ^^

거대한 가치의 탄생과 존재 vs 미세한 추가 가치에 대한 몰입..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
블랙스완'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살아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희귀사건이며 놀랍도록 희박한 확률의 사건이다. 초 거대 행성에 묻어 있는 한 점 먼지를 생각해 보라. 그 먼지 한 점이 인간이 태어난 확률과 같다. 거대 행성은 그 반대의 확률을 상징한다. 저택을 선물로 받아놓고 감사하기는커녕 욕실에 때가 낄지 모른다고 짱 내는 찌질이가 되지 말라. 잊지 말아야 사실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검은 백조라는 사실이다.


'생명체'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런데 그걸 잘 인식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다.  그리고 아주 미세한 것들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기 위해 바동바동 살아갈 때가 많다. 거대 행성에 묻어 있는 한 점 먼지에 집착하고, 저택 욕실에 낀 때에 분노한다는 것. 콜드스톤과 죠스바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도 결국은 아무 것도 아닌 그런 미세한 먼지 같은 것은 아닐까.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비즈니스에 의해 생성되는 먼지. 콜드스톤과 죠스바 사이엔 먼지가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닐까. ^^

비즈니스는 끊임없이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 차이는 싫증을 내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요구에 기반하고 있다. 소비자와 비즈니스는 상호 합의 하에 서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뇌는 즐거움을 탐하고 비즈니스는 소비자의 지갑을 탐한다. 

비즈니스와 소비자의 협업을 통해 생성되는 미세한 차이들이 난무하는 소비 시장에서 편달 김선생의 콜드스톤에 대한 생까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이런 소비자들이 많으면 비즈니스는 매우 장사하기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

화폐경제가 제공하는 차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자신만의 주관을 갖고 비즈니스가 제공하는 차이에 대해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는 것. 일견 답답해 보일 수 있을 지도 모르나, 나름 현명한 소비자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 가만 생각해 보니 죠스바와 콜드스톤. 그리 맛의 차이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흐우.. 더운데 나가서 죠스바나 사 갖고 와야겠다.


비즈니스/마케팅의 달콤한 유혹에 편식으로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소비자의 까탈스러움.
이것이 바로 '편달, 알고리즘'이다.  ^^



PS. 관련 포스트
차이, 알고리즘
놀이,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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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지구벌레 | 2009/07/20 01: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작은 차이를 만드는데 큰 투자와 노력이 있다는 건 인정을 해야겠죠.
    그 차이를 누릴려면 대가도 필요한 것이겠구요.
    근데..당장은 죠스바가 더 땡기는 구만요..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9/07/20 06:20 | PERMALINK | EDIT/DEL

      비즈니스 관점에선 작은 차이를 만드는데 큰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고, 소비자 관점에선 작은 차이에 대해 나름 주관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고,

      개인 관점에선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작은 차이만 존재한다 생각하지 말고, 자신만의 작은 차이를 생성해 내는 놀이를 즐길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구벌레님도 죠스바를 좋아하시는군요.. 죠스바의 입지가 정말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

  • BlogIcon mepay | 2009/07/20 02: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편달 김선생님은 콜드스톤 매장에 죠스바를 가져다 놓고 팔아도 일부러 그 죠스바를 사먹을것 같지는 않네요. 저도 편달 김선생님과 비슷한 장르라서..ㅋㅋ

    • BlogIcon buckshot | 2009/07/20 06:21 | PERMALINK | EDIT/DEL

      mepay님은 편달 김선생님보다 훨씬 더 젊으신데도 죠스바를 좋아하시는군요. 대단하십니다~ ^^

  • BlogIcon 박재욱.VC. | 2009/07/20 10: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프리미엄 마케팅의 노예인가 봅니다ㅜ 개인적으로 콜드스톤 아이스크림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ㅋ 커피는 스타벅스 커피보다 자판기 커피를 더 좋아하지만, 아이스크림은 왠지 비싸고 브랜드가 있을 수록 더 맛있다(?)라는 느낌을 갖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제품군에 따른 인지적 차별화도 다 다른가 봅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7/20 17:50 | PERMALINK | EDIT/DEL

      프리미엄 마케팅은 차이를 소비자에게 제안하고 소비자는 제품군별 다양한 양상으로 차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나 봅니다. 귀한 댓글을 읽고 생각을 발전시킬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BlogIcon 이채 | 2009/07/20 10: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음...쉽지 않은 문제인데요. 그 미묘한 차이가 그야말로 먼지 한 톨에 불과하기도 하지만, 그게 또 인간의 미감..을 건드리기도 하잖아요? 예술에 대한 감각이라거나, 맛에 대한 감각..
    근데 사실 그 감각이란 게 얼마나 믿을 만한 건지는..ㅋㅋ 맛집이라고 가서 실망한 데가 얼마나 많은지 돌이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할지도요^^

    • BlogIcon buckshot | 2009/07/20 17:50 | PERMALINK | EDIT/DEL

      먼지에 가까운 미세함이 인간의 미감,욕구,요구를 건드리기 때문에 마케팅은 계속 발전할 수 있나 봅니다. ^^

  • BlogIcon ego2sm | 2009/07/20 11: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전, 솔직히 죠스바보다 콜드스톤이 맛있다고 생각해요.ㅋ 가격이 비쌀수록 왠지 그 음식이나 제품이 나아보이는 심리때문에 그것에 휘둘려 오늘도 카드결제일이 두렵습니다. ^^(마케팅의 전략서를 읽고 아무리 인지하고 있다고 해도 똑같이 저지르고 마는 소비의 사회....윽)

    • BlogIcon buckshot | 2009/07/20 17:52 | PERMALINK | EDIT/DEL

      가격은 단지 숫자일 뿐인데도 그 숫자에 강하게 휘둘리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정말 숫자의 힘은 대단한 것 같아요. 이제 숫자를 통제할 수 있는 현명함을 보여야 할 나인데.. (나이 40세)

  • k | 2009/07/20 12: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중요한 점은 편달 선생님은 전체의 아주 일부분이지 않습니까?
    대부분이 편달 선생님 같았다면 장사를 못하겠죠?
    뭔가를 팔아보겠다는 사람은 양쪽을 저울질 해봤겠죠?
    정답은 그 가게가 얼마나 장사가 잘 되나로 귀결되려나요?

    • BlogIcon buckshot | 2009/07/20 17:53 | PERMALINK | EDIT/DEL

      편달 선생님과 같은 고객 세그먼트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오늘도 비즈니스/마케팅은 내공을 키워가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와 비즈니스 사이의 게임은 끝없이 이어지는 연작 드라마와도 같은 것 같습니다. ^^

  • BlogIcon mooo | 2009/07/20 13: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김선생님 같은 분들만 있다면 마케팅 등이 심각하게 어려움을 겪겠네요. :-)

    저도 고급 아이스크림보다 돼지바를 더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두가지의 맛이 같다고는 생각치는 않습니다. 돈을 더 내는 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생각 때문에 돼지바를 즐기지만, 가끔은 고급 아이스크림을 먹고 감동을 하기도 하지요.

    김선생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또 고급 아이스크림만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기호가 다양하기 때문에 더 많은 마케팅 기회가 생기는 것이고, 그런 작은 차이를 찾아내는 것이 마케팅에서 추구하는 것일 겁니다.

    오늘도 여러 모로 생각을 하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7/20 17:54 | PERMALINK | EDIT/DEL

      moooo님은 냉철한 소비를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마케팅의 다이내믹스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mooo님의 댓글이 저로 하여금 여러가지 생각을 하도록 자극합니다.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

  • BlogIcon 태현 | 2009/07/20 15: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래도 편달 김선생님 같은 분이 계시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비즈니스가 형성되는 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도 죠스바가 좋아해요~ 그래도 아이스크림은 로마에서 먹은 젤라또가 최고였지만요. 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9/07/20 17:55 | PERMALINK | EDIT/DEL

      전 젤라또를 먹어 본 적이 없는데.. 젤라또 맛이 어떤 맛인지 궁금해지네여~ ^^

  • BlogIcon 데굴대굴 | 2009/07/20 17: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편달 김선생님 같은 분이 계시기에 발전은 계속되는 겁니다. 그 미묘한 1%를 위해~~~

    PS. 내가 느끼는 걸 그가 못 느낀다 하여 강요를 하셨다면 이는 직장 폭력으로... ;;

    • BlogIcon buckshot | 2009/07/20 17:56 | PERMALINK | EDIT/DEL

      발전은 차이에 대한 인식과 차이를 통한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죠스바와 콜드스톤 간의 차이가 없다라는 관점을 통해 많은 생각할 소재를 얻은 것 같습니다. ^^

  • BlogIcon 지니 | 2009/07/20 18: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큰 차이처럼 보이지만 작은 차이로 볼수 있는 능력을 갖춘 편달들이 대다수가 된다면... 물질소비는 조금 줄어들어 삶의 질은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요? 그저.. 너무 많이 쓸데없이 하는 소비가 그 작은차이를 큰 차이인양 보이게 하는 마케팅때문인것 같아서... 푸념함 해봅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7/20 18:22 | PERMALINK | EDIT/DEL

      소비시장의 주도권을 소비자가 가져가게 된다면 삶은 나름 질적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케팅에 의해 소비자의 뇌가 앞으로도 많은 현혹(?^^)을 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소비자가 얼만큼 현명하게 고도화된 마케팅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는 매우 재미있는 관찰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

  • BlogIcon 토댁 | 2009/07/21 10: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현혹과 일반 상식....
    이 토댁이를 힘들게 하는 요즘입니다.
    무조건 커야 한다는 일반 상식과
    눈에 예뻐 보여야 한다는 현혹
    앞에 건강하고 맛있어요!! 라는 토댁의 간곡한 한 말은
    그저 귀등으로 흘려 들리는 메아리 같을 뿐...ㅎㄷㄷ

    마케팅의 고수에게 한수 배워야 하는 시기인 듯 합니다.
    나 역시 소비자이지만 올바른 소비를 위한 현안을 지녀야 겠습니다..
    하여 더 공부해야한다는 말씀!!...ㅋㅋ

    • BlogIcon buckshot | 2009/07/21 21:36 | PERMALINK | EDIT/DEL

      고객의 니즈와 상품의 가치를 연결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소비자 관점에서도 가치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 BlogIcon 써엉 | 2009/07/22 10: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김선생님께서 이태리에 있는 젤라또를 진정 한번 먹어 보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그럼 떡실신 되실지도 모른다는 아주 조심스런 예상을 해봅니다! ^^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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