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알고리즘 :: 2009/02/06 00:06

탈모에 관해 아래와 같은 연작 포스트를 발행한 바 있다.

탈모 1 - 이순신, 징기스칸, 그리고 나 (2007.6.2)
탈모 2 - 탈모 선배와의 대화 (2007.6.21)
탈모 3 - 영웅본색 적룡을 탈모 역할모델로 삼고 싶다. (2007.9.26)
탈모 4 - 나를 지탱해 주는 결핍감.. 탈모..
(2008.3.7)


탈모 1,2에선 시종일관 자조적(?^^)인 유머로 일관했고,
탈모 3에선 다소 진지해지는 모습으로 터닝했으며,

탈모 4에선 급기야 체념 가득한 성찰스런 글을 아래와 같이 올리게 된다.






탈모 4 포스트를 올린 후에도 탈모는 계속 위세를 더해갔고 해가 바뀐 지금 나의 머리는 허허벌판을 연상케 하는 시원스런 공허함이 존재하고 있다.





문득, 로버트 그린의 Machiavelli for Our Times 포스트에 나오는 커멘트가 생각난다.



"Necessity govern the world."



마키아벨리는 부모로부터 모든 것을 물려받은 안정적 입지를 갖고 있는 군주가 아닌 산전수전 다 겪고 권좌에 오른 신흥 군주를 타겟으로 글을 썼다.  그건 분명 유효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아쉬울 것 없는 왕에게 아무리 자신의 이론을 설파하려 한들, 이렇다 할 도전이 없는 상황에선 군주 성공론을 읽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필요..

행동은 결국 필요에 의해 이뤄진다.

필요는 결핍감과 연결되어 있다.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그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는 탄생한다. 필요는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주입될 수도 있고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생성될 수도 있다. 가난으로 인해 학비 낼 돈이 없어 돈을 벌면서 학업을 한다면 학비 벌기는 환경에 의해 발생된 필요인 것이고, 환경 압박이 없는 가운데 자발적으로 사회경험을 하기 위한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그건 자발적으로 창출한 필요이다.

탈모 1에서 얘기한 것처럼, 나는 부계/모계 순도 100% 탈모 집안에서 태어났다. 누구든 십 수년간 매일 아침 머리카락 200개가 지속적으로 빠진 경험을 해보지 않은 자 내 앞에서 탈모를 논해선 안 된다. ^^ 

조상으로부터 부와 권력을 물려 받은 태자형 군주.. (마키아벨리의 관심 대상이 아닌 세그먼트)
조상으로부터 대머리 유전자를 물려 받은 서민형 벅샷.. (마키아벨리의 핵심 타겟 세그먼트)

난 신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위에 태생적 결핍감을 지니고 태어났다. 그래서 마키아벨리의 저서, 로버트 그린의 포스트가 나의 마음에 그렇게 쏘옥 들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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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데굴대굴 | 2009/02/06 11:4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전에도 언급했습니다만, 머리 위쪽까지 눈이 가지 못하도록 몸에 치중하시는게.... -_-;

    • BlogIcon buckshot | 2009/02/06 21:26 | PERMALINK | EDIT/DEL

      탈모도 탈모지만, 몸도 점점 가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평형점을 찾아가는 중인 듯.. ^^ ㅠ.ㅠ

  • BlogIcon 대흠 | 2009/02/06 13: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탈모에도 알고리즘이 있군요. 탈모 인생이란 표현을 보고 소리없이 웃고있는 중입니다. ^^ 저는 키가 매우 작은데 숏다리 알고리즘을 함 써볼까요? ^^

    • BlogIcon buckshot | 2009/02/06 21:27 | PERMALINK | EDIT/DEL

      대흠님, 저도 만만치 않은 단신입니다. 결코 꿀리지 않아요~ ^^

  • 귤즙 | 2009/02/06 14: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첫 댓글이네요~
    전 순도 75%(아버지, 외할아버지)의 탈모 학생(24)입니다.
    (더) 어렸을 땐 탈모는 한대 걸러서 유전된다는 말을 믿어왔지만 직접 겪어보니, 그건 가진자들이 없는자를 위로하기 위한 거짓말 뿐이었단걸 깨닫게 되었답니다.
    덕분이랄까, 스트레스 많이 받는 성격도 고치고, 가진자들보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2/06 21:29 | PERMALINK | EDIT/DEL

      전 고3때 장차 대머리가 될 것을 예감하고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래도 막상 머리가 쑤욱쑤욱 빠지니까 맘이 많이 아프더군요.. ^^

      귤즙님 말씀처럼 가진 자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는 길 밖엔 없을 것 같습니다~

      첫 댓글 넘 감사해요. ^^

  • BlogIcon 토댁 | 2009/02/06 15: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필요에 의해 발생되는 행동,,
    그 행동으로 인해 발전되고 나아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습니다.

    근디, 내남자는 머리카락의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일까요
    아니 느끼는 것 처럼 태연한 척 하는 걸까요?
    그래도 내심 신경이 쓰이겠죠?근데 전혀 신경 안 쓰는 것처럼 보이니..
    게다 저 역시 별 신경을 안 쓰니, 남아 있는 머리카락의 필요에 대한 행동이 전혀 발생되지 않습니다.
    걍 삽니다..ㅋㅋ

    • BlogIcon buckshot | 2009/02/06 21:30 | PERMALINK | EDIT/DEL

      토댁님의 남편께선 이미 철학을 갖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나름 유니크한 탈모 철학을 앞으로 구축해 볼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탈모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탈모를 통해 인생을 완성해 나갈 생각입니당~ ^^

  • BlogIcon 보리 | 2009/02/15 22: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신영복 선생이 주역을 한마디로 정리하셨다고 하지요. '궁즉통 窮卽通, 통즉변 通卽變, 변즉구 變卽久'라고. 벅샷님 말씀처럼 필요는 결핍에 의해 비롯하지요. 결핍, 즉 궁하면 통하고 통하면 변한다고 했으니, 반드시 탈모라는 窮한 점이 通하고 變하고 久할 수 있으리라 사료됩니당 ^^

    • BlogIcon buckshot | 2009/02/15 23:05 | PERMALINK | EDIT/DEL

      보리님, 귀한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

      窮卽通 通卽變 變卽久 뒤에 久卽窮를 추가하면
      窮-通-變-久이 끝없이 반복되는 구도가 형성되겠네요.

      결핍이 필요를 낳고 필요가 변화를 낳고 변화가 지속이 되면 다시 결핍이 될 수 있는 흐름 속에서 역동적인 깨달음을 얻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뉴림 | 2009/02/24 11:5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어렸을 때, 머리숱이 너무 많아서 고생을 했었어요.
    친구들이 헤그리드라고 놀리지 않나...
    근데 요새 스트레스로 인해서 점점 빠지는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 BlogIcon buckshot | 2009/02/24 19:00 | PERMALINK | EDIT/DEL

      전 이제 거의 해탈의 경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공즉시색이니 색즉시공이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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