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월, 알고리즘 :: 2009/06/12 00:02

부제: 인디 블로깅의 즐거움



Unitas BRAND를 보면서 10년 전 Sub의 환생을 느낀다.
포스트에서 적었듯이, 1998년에 창간되었던 음악 전문지 Sub가 2000년에 폐간되면서 음악 청취에 투자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게 되었고 지금은 그저 유행하는 대중 가요 몇 곡 정도 듣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예전엔 롱테일 뮤직도 많이 들었었는데..


Detail = Remix Wetail (디테일의 힘: 롱테일 to 트렌드) 포스트에서 아래와 같이 적은 바 있다.
상호 연결 강도가 높아지는 복잡계스런 세상에서 디테일을 갖춘 롱테일/인디는 미래 트렌드의 단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디테일을 갖췄다는 것은 프로페셔널/고차원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은 모방의 욕구와 차별화의 욕구를 동시에 갖고 있다. 차별화의 욕구를 창작으로 풀 수도 있고 준창작으로 풀 수도 있고 모방과 추종으로 풀 수도 있는데 창작과 준창작이 쉽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방과 추종으로 차별화 욕구를 풀게 된다. 차별화 욕구를 창작/준창작으로 푸는 사람들이 트렌드 리더가 되고 모방/추종으로 푸는 사람들은 트렌드 확산자가 된다. 모든 차별화 욕구는 첨엔 롱테일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창작/준창작으로 표현되고 그것이 선택되고 그것이 복제(모방/추종)되고 전파(입소문)되어 나갈 때 큰 트렌드가 되는 것이다. 



요즘 대중가요는 후킹이 대세다.

Hook는 짧고 매력적인 반복 구를 의미한다. 후크송을 듣게 되면 잔향효과에 의해 무의식 중 귀(or 뇌) 속에서 후크가 반복 재생되면서 일종의 중독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원더걸스의 Tell me, Nobody, 소녀시대의 Gee, 손담비의 미쳤어가 대표적인 예이다. 감각적인 멜로디와 리듬, 주술처럼 반복되는 단순/직설적인 가사, 보기 좋고 따라 하기 쉬운 춤은 뇌에 착착 감기기 마련이고 핸드폰 컬러링/벨소리로 딱이며 UGC 네트를 타고 복제되기에 안성맞춤이다. 후크송이 음악 소비자들의 귀와 뇌를 후킹하면서 음악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모습은 분명 인상적이다.

후크송의 등장은 음악 시장 진화의 산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끝없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 욕망을 기계문명이 빠른 속도로 서포트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이 등장했고 MP3가 등장했다. 인터넷과 MP3가 점점 그 세를 키워 가면서 기존의 아날로그 음악은 디지털라이제이션의 급 물살 속에 휘말리게 되었고 그 과정 속에서 음원 시장이 급성장 하면서 음원 시장에 최적화된 음악 상품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었다. 인터넷 서핑에 익숙한 음악 소비자들은 음악을 진지하지 않고 가볍게 흘려 듣기 시작하면서 음악을 음원 단위로 수요/소비했고 음악 공급자들은 그런 소비자들의 입맛에 최대한 부응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후킹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기승전결적 문맥이 해체되고 후킹을 중심에 놓고 후킹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시도가 전개된다. 후킹은 적합도 경제에 내재한 진화 알고리즘에 의한 파생물인 것이다.   (
후킹, 알고리즘)



메이저(Head) 음악만 듣다 보니, 가끔은 인디(Tail) 음악이 듣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인디 뮤직을 메이저 미디어/자본으로부터 독립한 음악으로 통상 정의하곤 하지만, 사실 메이저와 인디를 확실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장기하와 얼굴들처럼 인디 밴드로 활동하다 주류 매체의 관심을 받고 메이저하게 소비될 수도 있는 것이고 대형 메이저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그룹/밴드라고 정의한다고 해도 소형 기획사에 소속되면 독립적인가라는 의문도 들고.  정확히 인디 뮤직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인디 뮤직은 대중의 입맛을 추종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부르는 것이라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요즘, 블로깅과 음악 작곡/연주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___normal ReadLead: @myungee 야생화 키우기도 연주의 확장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블로깅을 연주 관점에서 많이 생각합니다. 멋진 곡을 연주해보자는 기분으로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 연주 퀄리티가 그닥.. ^^ 

인디 뮤직처럼 블로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중의 컨텐츠 소비 취향에 맞추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것. 그게 인디 음악 같은 블로깅이 아닐까.  


최근, 인디 블로깅 관점에서 부러워 하며 귀담아 듣고 있는 인디 뮤지션이 있다. 

바로 조월이다. http://www.myspace.com/jowall0

조월 - 네가이곳에서보게될것들 (2009/클럽비단뱀)
01. This Is The Night
02. 기록
03. 정말로행복하다
04. 온도시가불타는꿈
05. 보이스카웃
06. 산불
07. Stay
08. 불꽃놀이


자신을 둘러 싼 세상에 대한 느낌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표현해 내고 그를 통해 지극히 자신에 가까운 음악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감각을 파고 드는 음악.  자신의 오감으로 자신 이외의 것들을 정의하고 그것을 통해 결국 자신을 정의하는 음악. 음악으로 인해 자신을 발견하고 그 발견이 타인을 자극하는 흐름.

나도 그런 블로깅을 하고 싶다.  그냥 편하게 세상만물을 나의 구미에 맞도록 재정의하면서 생의 흐름을 즐기고 싶다. 그게 편하고 나에게 재미있는 일이다. 무한/유한, 시/공간 모두 나의 입맛에 맞게 재정의하다 보면 그것을 통해 결국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안에 잠재하고 있는 수많은 Tail들을 하나 둘 깨우면서 인디스럽게 블로깅을 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선 나는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월의 음악은 나에게 그런 판타지를 선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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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주니어 | 2009/06/12 00:3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인디와 블로깅의 접합. 정말 인상적인 알고리즘인 듯 합니다.
    트래픽과 광고로 범벅되어 있는 블로깅 속에서 잊지말아야할 초심같은데요. ^^

    • BlogIcon buckshot | 2009/06/12 06:26 | PERMALINK | EDIT/DEL

      음악을 연주하고 음악을 만들어내는 작업과 블로그에 글을 쓰는 작업 간에 상당한 유사점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오늘 포스팅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DeTail과 인디.. 앞으로도 계속 생각해 보고 글을 적고 싶은 주제입니다. 귀한 댓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mooo | 2009/06/12 10: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역시 풀어내는 방법과 언어의 선택이 탁월하세요. :-)
    오늘도 한 구절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벅샷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물론 뭐 그래봐야 저 혼자만의 주절거림이지만요. 하하!

    • BlogIcon buckshot | 2009/06/12 23:02 | PERMALINK | EDIT/DEL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mooo님의 글을 RSS로 매일 애독할 수 있어서 넘 좋습니다. 요즘 mooo님 글을 통해 생각을 다양한 각도로 확장시킬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멋진 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 BlogIcon mepay | 2009/06/12 15: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모든 제목을 알고리즘 빼고, 두글자로 설정 하시는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요..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9/06/12 23:05 | PERMALINK | EDIT/DEL

      역시 mepay님은 제 맘을 알아 주세요. ^^

      첨엔 두글자 맞추는게 쏠쏠히 어려웠는데 시간이 가면서 습관이 되어가고 있는지 두글자 제목 짓는게 점점 더 편해지고 있습니다~

  • BlogIcon 초하 | 2009/06/13 15: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요즘 대중가요에 대한 아쉬움인 것 같습니다.
    단순하되, 깊이가 없는... ^^

    buckshot 님 말씀처럼, 먼저 읽은 이의 손 떼나 낙서 같은 흔적을 더 좋아하시는 독자들도 많습니다. 넘 염려 마시고, 가능한 한 함께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선뜻 보태주신 성원과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선, 6/17(수)에 'OOO 기념, 공동(동시) 나눔"이라는 주제를 제목에 붙여
    나눔할 물건들 소개와 함께 글 올려주시면 됩니다.
    물론 당첨자 선정도 하시고, 자비로 택배도 하셔야 하구요... (뭐 아시겠지만)
    다른 전달 내용이 생기면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6/13 15:50 | PERMALINK | EDIT/DEL

      예.. 그런 것 같습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대중가요에서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을 인디뮤직이 채워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6/13 18:39 | PERMALINK | EDIT/DEL

      초하님, 금번 초하님의 포스트를 보고 영감을 받은 것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작은 이벤트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초하님께서 제안하신 내용은 다음 기회에 적극 참여를 고려해보고 싶습니다. 금번에 참여 못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 BlogIcon 초하(初夏) | 2009/06/13 23: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bechshot 님, 많~~이~ 서운합니다. 그래도 한번만 더 생각해보시고 결정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함께 하시면 그 행복은 어떤 것에도 비유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마 이번 기회 놓치시면, 후회하시게 될 걸요. 아마도 분명히. ㅋㅋㅎㅎ (협박 아님)

  • 작곡가 | 2009/08/11 11:2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한국은 항상 대세라는 것을 따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것이 나오기 어렵죠. 역사 내내 그래왔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8/11 20:51 | PERMALINK | EDIT/DEL

      소세 속에서 진주같이 반짝이는 빛을 보는 기쁨도 꽤 큰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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