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복제: Information Remix의 미학 :: 2008/08/29 00:09

올해 3월에 Read & Lead의 블로깅 정책 포스트를 통해 '자유로운 복사/스크랩/전용 가능', '스크랩/전용 시에 출처 표기 불문'을 정책으로 밝힌 바 있다.

그렇게 한 이유가 있다.  위키노믹스에서 강조하는 기업 외부에 존재하는 지식/자산을 활용한 혁신이 개인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돈 탭스코트, 앤서니윌리엄스가 쓴 위키노믹스(WIKINOMICS)의 제7장 '참여 플랫폼'에 아래와 같은 얘기가 나온다.
구글이 지도 플랫폼을 개방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이미 수많은 해커들은 프로그램을 조작하여 자기들만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다. 구글은 그러한 작품의 독창성을 보고 깜짝 놀랐다. (초기에 이루어진 무허가 개발의 예: 하우징맵, 시카고크라임).  그래서 구글은 API를 개방하여 좀 더 많은 해킹을 장려하기로 결정하였다. 공식적으로 API가 공개되자, 개발자들은 광적인 속도로 구글 맵과 다양한 데이터 소스를 혼합하여 새롭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위 사례는 비단 기업과 개발자 간에 일어나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내 블로그에 올린 포스트를 무단 복제 허용하는 이유는 내 포스트는 복제되기 위해 존재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내 글에 있는 정보는 내가 갖고 있는 제한된 관점에 기반하고 있어서 포스팅된 상태 그대로 존재할 경우 나의 발전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될 수 있으면 연결 본능을 발휘하여 비슷한 정보와 만나서 리믹스되어 첨삭되고 변형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내 사고의 틀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지식] Stock vs Flow 포스트에서 앨빈 토플러의 생각을 복제/인용한 바 있다. 지식은 태생이 비경쟁적이고 관계적이어서 다른 지식과 어우러질 수 밖에 없는 운명과 본능을 갖고 있다.  사람 관점에서 보면 자신이 생성한 정보를 누가 그대로 복제해서 사용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넓게 생각해 보면 자신이 생성한 정보가 자유롭게 웹 상에 유통될 경우, 그 정보는 다양한 관점에서 리믹스되어 새로운 발견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혹자는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  댓글,트랙백 등을 통한 소통이라면 정보와 정보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정보의 생장(生長)이 가능하겠으나 단순 복제라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전무한 것 아니냐고...

그런데 소통 없는 복제/스크랩도 내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최근 느끼게 된다.  정보는 결국 맥락 속에 놓이게 된다.  내가 웹에 올린 글을 자신의 공간에 스크랩 해놓으신 분은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글을 또 갖고 계실 가능성이 매우 높다..  Collaborative Filtering, Contextual Recommendation 알고리즘이 여기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내 생각과 비슷한 글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건 아주 기분 좋은 일이다. 결국 단순 스크랩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웹 액션이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내 포스트를 스크랩한 블로그를 가끔 찾아보기도 한다.  내 사고의 틀과 비슷하면서도 나의 사고를 확장시켜 주는 우연한 기쁨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서..  오늘 아마존의 링 네비게이션 - 태그 연관성의 힘 포스트를 인용/스크랩한 곳을 발견했는데 UX 관련 좋은 글을 많이 알게 되었다.  무심코 올린 포스트의 연관 포스트를 대거 발견하게 된 셈이다.  또 파레토 경제 - Super Head, Fat Tail 창발의 기반 포스트를 인용/스크랩한 곳에선 좋은 글 뿐만 아니라 심지언 좋은 음악까지 듣게 되었다.  너무너무 맘에 들어서 2시간째 그 노래만 듣고 있다..  참 신기하다. 정보 추천에 음악 추천까지 받는 기분이.. ^^


정보 복제는 단순 복제를 넘어선 새로운 맥락의 탄생을 의미한다.


내가 생산한 정보가 다른 정보들과 섞이고 변형되고 개념 확장되어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경험은 무척 소중하다. 내 한계의 틀을 깨고 상자 밖으로 사고가 탈출하는 경험은 나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알고리즘 중의 하나가 바로 진화이다.  진화는 차별화,선택,복제/증식의 흐름을 탄다.  DNA는 복제 & 리믹스의 정수 그 자체다. DNA와 정보는 모두 복제 본능을 갖고 있다.  비트는 복제되기 위해 존재한다.  복제 본능을 거부할 수도, 이용할 수도 있다. 선택은 자유다.  난 구글 API의 개방성과 그에 따른 확장성을 선택했다. ^^  



복제,  Information Remix,  Out-Of-The-Box Thinking.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이미지 출처: Think Out Of The Box (http://flickr.com/photos/stevefe/5485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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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바삭바삭 러스크 | 2008/09/02 01:52 | DEL

    돌하르방, 파폭으로 긁어서 퍼가면 저작권 고소당할지도 몰라!! (사진 출처 : 플리커)  저작권(Copyright)이란, 저작물의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사용 또는 수익처분하거나 타인에게 그러한 ..

  • BlogIcon mepay | 2008/08/29 02: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가두리 양식장에 갇힌 가두리는 넓은 바다로 나가기 위해 몸부림 치죠. 정작 가두리 자신은 왜? 몸부림 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그건 가두리의 본능인 것이죠.

    그 자연적인 본능을 막아 가두리들에게 강한 항생제를 넣고, 적당히 병에 걸리지 않게끔만 한다면.. 그럼 그 가두리는 약에 찌든 말 그대로 흐믈흐믈 하고, 맛이 간 회가 되는 것이지요.

    네이버 가두리 양식장 사장 曰: 가두리는 원래 가둬서 키워야 되요. 그래서 이름이 가두리..아닙니까..껄껄..


    • BlogIcon buckshot | 2008/08/29 09:21 | PERMALINK | EDIT/DEL

      결국, 대부분의 정보는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결의 강도와 경로의 차이가 있을 뿐.. 연결된 네트워크 상에서 흘러가는 정보들이 제 블로그에 살포시 찾아왔다 살포시 떠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보의 유입과 유출이 역동적으로 이뤄지는 공간..
      제 블로그의 지향입니다. ^^

  • BlogIcon 마키디어 | 2008/08/29 02: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조금 다른이야기가 될지 모르겠는데, 복제된 글을 발견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복제된 글의 원본을 찾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령, 다른 곳에 벅샷님의 글에 기초한 카피된 글이나 업데이트된 글을 발견한 사람이 원저작자인 벅샷님의 다른 글을 읽고 싶어할 수가 있는 거죠. 그런데, 출처없이 복사된다면 정보를 찾는 사람의 입장에서 출처없는 복사본 또는 업데이트본을 보고 원저작자의 글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검색을 해야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저같은 경우 출처미표기로 인한 저작권 침해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무수한 정보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는 사람들의 불필요한 노동력이 최소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8/08/29 09:24 | PERMALINK | EDIT/DEL

      마키디어님, 제 생각이 좁았네요. 말씀하신 관점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정보 탐색 비용 관점에서 결국 누군가는 수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네요. 아무래도 출처표기를 하는 쪽이 출처를 찾는 쪽 보단 비용이 적게 먹힐 것 같습니다. ^^

    • BlogIcon 마키디어 | 2008/08/29 18:39 | PERMALINK | EDIT/DEL

      태클은 아니었습니다. 포스팅에 전체적 의미는 전적으로 저도 공감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8/08/29 20:39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마키디어님의 지적이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야가 넓어지는 것 만큼 좋은 경험은 없는 것 같습니다. 넘 감사합니다. ^^

    • virTus | 2008/12/26 11:25 | PERMALINK | EDIT/DEL

      두 분의 글 잘 일고 갑니다.
      벅샷님의 지식공유에 대한 대승적접근론에 수긍했고
      또한 마키디어님의 이 관점에 대한 비효율적 측면에도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가네요.두 분의 글을 모두
      수용한 제 3자인 저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떻게보면
      벅샷님의 의도가 충족된 또 하나의 사례일 수도 있겠군요.
      벅샷님의 지식이 확장되어 또 다른 관점을 낳았고
      저는 그 관점들의 수혜를 받았으니 ^^

    • BlogIcon buckshot | 2008/12/26 21:37 | PERMALINK | EDIT/DEL

      virTus님, 귀한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주신 덕분에 다시 한 번 지난 여름에 올린 포스트와 포스트에 선물처럼 다가온 댓글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선 계속 생각과 행동을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

  • BlogIcon inuit | 2008/08/30 01: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복제의 순기능에 대해 강렬하게 쓰신 글 공감하며 잘 봤습니다. ^^
    저 역시 제 글이 여기저기 복제 되어 있는 부분을 많이 봤는데, 딱 한번 빼고는 뭐라한적이 없습니다. 그 한번의 경우는, 제 리뷰를 가지고 알라딘 이벤트에 자기글로 넣어 상을 탄 경우였습니다. 이것 역시 알라딘에 알려줬지 그 사람과는 별로 이야기 안했습니다.
    문제는, 퍼다 쟁여 놓는 사람은 그 나름대로 비트를 소비한다고 이해하지만, 원본 출처를 남기는 정도의 작은 수고가 큰 어려움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 글은 제가 책임져야 하고, 또 상황에 따라 업데이트가 되어야 하는데 링크도 아니면 원본과 다른 맥락에 대한 연결을 잃지 않을까 싶구요.

    아무튼, 글을 가두지 않고 풀어야 한다는 점에는 100% 동의합니다. 다만 고립되지 않은 복제가 더 효익이 클 듯하고, 이는 기술적으로 뒷받침이 되면 더 좋겠지요. ^^

    • BlogIcon buckshot | 2008/08/30 18:35 | PERMALINK | EDIT/DEL

      inuit님께서는 가장 터프한 복제 케이스를 경험하셨네요.. ^^
      말씀하신 것 처럼 원본 출처를 남기는 수고는 숨겨진 출처를 찾는 수고보다 분명 쉬운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원본이 정보 복제 과정 속에 다른 공간과 맥락 속에 놓여지더라도 연결을 잃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고립되지 않은 복제'.. 정말 멋진 표현입니다.. 정보는 자유롭게 복제될 수 있어야 하는 동시에 연결도는 계속 증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inuit님의 댓글로 인해 이 주제에 대한 생각을 상당히 많이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넷물고기 | 2008/08/30 21: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복제를 하더라도, 좋은 복제는 더 좋은것 같습니다. 아니 나쁜복제라도 많아지면 자정이 될테니, 복제는 괜차늘것 같아요

    • BlogIcon buckshot | 2008/08/30 21:25 | PERMALINK | EDIT/DEL

      넷물고기님,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복제는 정보 네트워킹을 강화시키는 좋은 역할을 담당하는 것 같습니다. ^^

  • BlogIcon 토마토새댁 | 2008/08/30 22: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에공. 넘 어려운데 깊이 수궁되는 이야기네요. 제가 감히 댓글 달기에 부끄럽습니당.
    근데 그냥 보고만 가기는 그렇네요. 아들이 숙제할때 지식검색을 합니다. 첨엔 지시검색을 못 하게 했습니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근데 스스로 찾는데 한계를 느끼고 참고할 도서가 마땅치 않으니 힘들어 하더군요. 그래서 한 줄이라도 인용할때는 출처를 꼭 적어넣으라 호되게 일러 주었습니다.
    제 초딩때 담임샘께서 글도둑질이 젤 나쁜 도둑질이라 하신 것이 잊혀지지 않아요.
    기본이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8/08/30 23:03 | PERMALINK | EDIT/DEL

      토마토새댁님,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피복제 관점에서만 생각했을 땐 복제의 방식이 어떠한들 무슨 상관이 있으리요란 생각이었는데..

      복제된 글이 다른 공간에서 출처없이 노출될 때 원저자의 다른 글을 찾는 사람의 탐색 비용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는 것과..

      자녀 교육 관점에서 정보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상황이라면..

      저도 제 자식이 정보를 다룰 나이가 되었을 때 정보를 자기 생각과 구분하지 않고 무단복제해서 사용하면 한 소리 하게 될 것 같습니다... ^^

  • BlogIcon 재밍 | 2008/09/02 01: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단순한 공유를 넣어서 획기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구상하는 구글도 대단하네요.
    그렇지만, 결국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애드센스가 챙기는 건가요 ㅠㅠ
    여행갔다오느라 늦게 보았습니다. 귀한 트랙백 감사드립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8/09/02 09:16 | PERMALINK | EDIT/DEL

      아무래도 구글이 많이 가져가는 모습일 것 같습니다.. 구글은 분명 네트워크 생태계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이용할 줄 아는 감각을 지닌 것 같습니다. 여행 잘 다녀오셨나요? 멋진 여행기 기대하겠습니다. ^^

  • BlogIcon 엔김치 | 2009/09/08 09:4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같은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요. 이미 뱉어낸 정보는 나의정보가아니고, 또 내가 생각한 정보가 또 나만의 정보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었던 행동이었습니다. 참여와 공유 라는 web2.0정신에 부합하고도 싶었구요. 요약을 너무나 잘 해주신 글이라서 오랜만에 덧글 남깁니다..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엔김치

    • BlogIcon buckshot | 2009/09/08 21:45 | PERMALINK | EDIT/DEL

      엔김치님, 오랜만입니다~ ^^
      정보에 대한 온전한 소유가 존재하기 참 어렵다는 관점에서 생산/가공한 정보에 대한 미련을 망각할 수 있는 센스가 참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됩니다.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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