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셔스, 아카이빙, 엔트로피 :: 2010/12/20 00:00

대표적 소셜 북마킹 서비스였던 딜리셔스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사실 딜리셔스는 웹 2.0이란 단어가 폭발적 거품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도 그닥 트래픽이 많은 사이트는 아니었다. 그저 소수 유저들의 온라인 북마킹 서비스로 포지셔닝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나름 딜리셔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서비스를 종료할지도 모른다고 하니 좀 서운하긴 하다. 

그런데, 막상 서비스가 종료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어도 그닥 백업할 마음은 잘 안 생긴다. 어차피 웹엔 정보가 널렸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나름 확보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딜리셔스에 저장해 놓은 정보들을 다 잃는다고 해도 딱히 아쉬울 것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딜리셔스에 저장해 높은 정보들을 나중에 다시 보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정보의 생성과 휘발이 폭주하는 웹에서 딜리셔스는 참 힘들었을 것 같다.


딜리셔스를 잘 사용하려면 정보의 아카이빙을 꾸준히 하고 그것을 참조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있다. 아카이빙 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비한 나머지 자칫 지칠 수가 있는 것이다. 막상 열심히 아카이빙을 하고 난 후엔 기력이 소진되어(?^^) 저장해둔 정보를 나중에 활발하게 조회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라고나 할까. 독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나름 소비하게 될 경우, 책을 읽다가 지친 나머지 책을 읽고 난 후에 무기력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인위적인 개인화 서비스에 한계가 있듯이, 인위적인 아카이빙엔 분명 한계가 있다. 아카이빙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카이빙한 정보를 나중에 다시 참조하는 것도 물 흐르듯 자연스런 사용자 플로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딜리셔스는 아카이빙에 너무 많은 인위적 노력이 수반된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런 사용자 플로우를 제공해도 뜰까 말까인데 말이다. 그만큼 웹에서의 정보 생성-소멸 프로세스는 아카이빙 서비스로 컨트롤하기엔 넘 압도적이다.

자연스런 아카이빙이 진정한 아카이빙이다. 저장한다는 의식적 노력이 없어도 어딘가에 저장되고, 저장해 둔 정보를 나중에 참조한다는 의식적 노력 없이도 정보를 자연스럽게 다시 소환할 수 있는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이 제공되어야 아카이빙 서비스는 대중적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딜리셔스는 웹의 휘발성이란 엔트로피에 저항하는 서비스이고 트위터는 웹의 휘발성이란 엔트로피에 편승하는 서비스이다. 자고로 엔트로피 같은 초강력 알고리즘에겐 왠만하면 개기지 않고 편승하는 것이 다치지 않는 길이다.

고전하는 딜리셔스의 모습을 보면서 웹의 휘발성이란 거대한 엔트로피에 저항할 수 있는 강력한 몸짓이 가능하기 위한 요건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딜리셔스의 한계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대중적 아카이빙 서비스란 과연 가능한 것일까? ^^




PS. 관련 포스트
휘발, 알고리즘
울겨, 알고리즘
한RSS + 마가린 + 레몬펜 = 스크랩 컨버전스?
언제부턴가 한RSS에서 메타 블로그의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
한RSS vs 나루
검색에 관한 단상 (http://mars.egloos.com/3520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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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Playing | 2010/12/20 15: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
    햘.. 없어지면 안되는데 ;; 딜리셔스라는 사이트가 멋진 사이트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킁.. 저는 딜리셔스를 모방한 국내 '마가린'을 이용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매번 서버 점검할 때마다 인터넷 사용이 불편하길래.. 한번은 공지없이 몇 일 안되는 경우가 있어서 '수익구조'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여쭤봤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깨진 독에 물 채우기' 처럼 사비로 하시더군요
    너무 걱정이 된다고 말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딜리셔스로 옮기시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 _~;; 물론 아마 딜리셔스 같은 안전한 백업 사이트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 거겠지만, 원조 사이트가 흔들리는 걸 알게되니 걱정은 되긴 하네욤

    P.S 즐겨찾기 백업해야겠네욤 !!
    그런데 말씀하신 것과는 달리 저에게 '마가린'은 꽤 편한 사이트라서 없으면 단 하루도 이상하다고 느낄만큼 중독되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0/12/21 07:42 | PERMALINK | EDIT/DEL

      3년 전에 딜리셔스/마가린과 한RSS를 융합한 서비스의 등장을 고대했던 포스트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http://read-lead.com/blog/511

      그 당시엔 참 즐겨 사용했던 서비스인데. ^^ 앞으로 더욱 멋진 모습을 기대하고 싶은데 웹의 물결은 왠지 다른 방향인 것 같습니다..

  • BlogIcon 토댁 | 2010/12/21 08: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올해 울지 않으셨나요?
    산타 할배가 우리 buckshot님의 주소를 묻던대요.^^

    올해도 열심히 달리신 buckshot님!
    행복한 마무리 하시고
    내년 지향은 뭘까 궁금해 집니당, 히히

    건강조심하세요~~~~^^

    엉뚱댓글여왕. 토댁올림~~~히히

    • BlogIcon buckshot | 2010/12/21 09:39 | PERMALINK | EDIT/DEL

      토댁님~ 멋진 연말 보내고 계시져? 토댁님의 에너지가 블로고스피어를 쩌렁쩌렁 울렸던 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지향은 내년에도 기정지세입니당~ 기정지세 3년차라고 할 수 있지용~ 즐거운 한 주 되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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