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 알고리즘 :: 2010/03/19 00:09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부/지위와 같은 '스펙'에서 자유롭기는 매우 힘들다. 스펙을 강하게 의식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나'가 그닥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존'이 아니라 '타존'인 것이다. 남이 정의한 성공 패러다임, 남이 정의한 행복 패러다임의 바다 속을 해면동물처럼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주체적으로 정의하고 나만의 성공/행복 패러다임을 의도하고 컨셉화해 나가는 자존적인 노력이 중요한데 말이다.

경영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의 하나가 '동기 부여(motivation)'이다.  조직 구성원이 동기 충만하게 일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경영 성과에 큰 차이가 날 것이 분명하므로, 경영자는 무조건 구성원의 동기 부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동기부여는 '외적 동기 부여'와 '내적 동기 부여'로 나눌 수 있다.  외적 동기 부여는 급여/보너스, 승진, 직위 등을 통해 구성원의 사기를 진작하는 방법을 말하고, 내적 동기 부여는 구성원 마음 속에서 뭔가가 불끈 솟아 올라 열심히 일을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외적 동기부여는 타존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영역이고, 내적 동기부여는 자존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영역이다.  내적 동기 부여에 의한 자존감 회복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자존감' 회복은,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에 대한 몰입'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존재'에 대해 얼마나 올바른 이해를 하는가가 타존과 자존 사이에서의 포지셔닝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존재는 결코 고정된 그 무엇이 아니다. 결과적인 스냅샷도 아니다.  존재를 고정된 무엇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존재에 대해 명백한 허상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존재는 고정되지 않고 항상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이지 않고 항상 과정적이다. 'To Be'의 'Be'는 '이다'가 아니라 '되다(Become)'인 것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상태로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항상 무엇인가를 향해 움직이는 과정 그 자체를 의미한다. 결과는 존재가 아닌 '존재에 대한 허상'이고, 과정은 존재 자체이다.  타존은 허상에 대한 몰입을, 자존은 실체에 대한 몰입을 의미한다.

자꾸 허상적 타존감에 젖어 살다 보니, 실체적 존재에 대한 감을 잃어버리는 것이 현대인의 모습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스펙을 보유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의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는가, 내가 평생을 노력해도 달성하지 못할 나만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 목표를 향해 나는 계속 달려가고 있는가 등과 같은 '나만의 질문들'인데 말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유전한다(Everything Flows)'라고 말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flow'란 단어로 표현한다. 결국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Flow이고, 인간이 '나'에 가장 충실한 상황이 '최상의 Flow(몰입)'인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어르신들께서 지어주신 나의 이름을 의식하며 살다 보니 내가 어떤 고정된 무엇이란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나'는 결코 고정된 그 무엇이 아니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고정된 상태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뭔가를 향해 나아가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Flow하는 인간은 움직임 자체로 존재감을 느끼지 어떤 결과적 스냅샷에서 의미를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스냅샷에 포커스하는 순간,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Flow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렇다.

자존적 인간은 내가 어떤 스펙을 갖고 있는가보단, 내가 어떤 목표/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가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나만의 목표와 방향을 향해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타존의 굴레를 벗어나긴 매우 힘들겠지만, 자존의 의미를 되새기고 자존의 모습을 넘 잃어버리지 않으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런 재미도 없고 내용도 별로 없고 뜬금 없기 그지 없는 허접한 얘기를 마음껏 적어 놓고 나중에 또 읽어볼 수 있는 블로그란 공간은, 내게 있어 자존감 회복의 플랫폼인가 보다. ^^






PS. 관련 포스트
타존, 알고리즘
동기, 알고리즘
열정,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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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iche | 2010/04/20 17: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스펙에 신경쓰는 대학생이어서 그런지, 이 글에서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스펙'이라는 획일적인 잣대에 자신을 맞추고, 타인과 나를 비교하다보면은 결국 타존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평소에도 타존하려는 습관을 버리고자 노력했기에 더욱더 공감이 가네요. 사회 속에서 타인들과 inter-connected되어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집단에서 자신을 떼어놓고 '오롯이 내부에서 비롯되는 자존감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진정한 자존의 길은 멀고도 험하군요 ;)

    또한 저는 성격을 180도 바꿔본 경험이 있어서 가끔 진정한 제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buckshot님의 글을 읽고 명쾌하게 해답을 얻었습니다. 과거의 저도, 현재의 저도, 미래에 변해갈 제 자신도 전부 제 존재(flow) 그 자체였군요 ^^

    • BlogIcon buckshot | 2010/04/22 09:30 | PERMALINK | EDIT/DEL

      자신과 타인을 정지된 스펙이란 환상 안에 가둬놓고 비교하는 것은 참 덧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두가 물처럼 어디론가 흘러가는 맥락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귀한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

  • BlogIcon 토댁 | 2011/01/11 12: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헐!!
    이상타!
    이런 글에 왜 제가꼬리를 안달았졈...
    이런 실수!!

    꼭 달아야쥐 꼬리~~~
    자존심 보호" 읽고 흘러왔네요..ㅎㅎ
    읽을수록 정리 되고 내 갈길이 명확해 집니다.
    내가잘 가고 있다고,
    더 열심히 가라고....ㅎㅎ

    • BlogIcon buckshot | 2011/01/12 20:37 | PERMALINK | EDIT/DEL

      이 포스트를 올린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참 시간 빨리 갑니다. 토댁님께서 댓글을 달아 주시니 포스팅 복습도 되고 넘 좋네요. ^^

  • luckyman | 2011/07/26 14:0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 블로그라는 컨테이너에 들릴때마다 느끼는 건데요, buckshot님의 플로우는 참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11/07/26 21:19 | PERMALINK | EDIT/DEL

      정말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에 너그럽게 베풀어 주시는 과찬의 말씀이 제겐 큰 힘이 됩니다. ^^

  • Leandre | 2011/11/16 01: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자아와 그것을 둘러 싼 존재 자체를 소유·양(量)화-그 척도는 자본 혹은 소유 양식을 띄는 모든 물자체-, 즉 어떤 형태로든의 '결과물'로 귀결시키려는 'to have'의 삶의 양식을 지양하고-과정과 존재에의 진행양태-그 자체 속에서 삶이 역동하는 'to be'의 실존양식을 견지코자 하는 Erich Fromm의 논지와 buckshot님께서 말하고자 하시는 골자와 맞닿는 듯합니다.
    오래 전에 읽은 프롬의 저서 내용이 세월의 뇌리에 묻혀져 가던 차, buckshot님의 글을 읽고 다시금 상기된 듯합니다. 소유에 전가되어 온 제 삶과 이에 따른 실존 그 자체의 주체성 상실이라는 위협을 다시금 곱씹어 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1/11/16 09:17 | PERMALINK | EDIT/DEL

      아, Erich Fromm의 저서를 20여년 전에 읽고 감명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다시 한 번 꺼내서 보고싶네요. be와 have.. 아직 전 그 두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르지만 앞으로 계속 느껴갈 생각입니다.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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