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뇌, 알고리즘 :: 2009/07/06 00:06

속뇌: 넘 잘 속는 뇌. ^^


클루지
개리 마커스 지음, 최호영 옮김/갤리온


클루지에 아래와 같은 재미있는 사례들이 나온다. 뇌는 정말 잘 속는다. 뇌가 어이없게 속아 넘어가는 사례가 너무 많고 재미 있어서 앞으로 이런 사례들을 틈틈이 모아서 블로그에 올릴 계획이다. ^^


Focusing illusion (엉뚱한 데 초점 맞추고 잘못 판단하기)

A 그룹에게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질문했다.
1. 당신은 지난 달에 데이트를 몇 번 했습니까?
2. 당신은 전반적으로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B 그룹에게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질문했다 
1. 당신은 전반적으로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2. 당신은 지난 달에 데이트를 몇 번 했습니까?

A그룹의 경우, 데이트를 많이 한 사람들은 자기가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데이트를 많이 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기가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B 그룹에게선 데이트 횟수와 행복감 간의 상관관계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A 그룹의 경우, 초점을 데이트 횟수에 맞춰 놓고 행복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초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대답을 하게 된 것인데 이런 현상을 focusing illusion이라고 한다.


Anchoring and adjustment (뜬금없는 기준점을 설정하고 그것에 의해 판단하기)

1에서 100까지 숫자가 적힌 원판을 돌리면서 사람들에게 원판 돌리기의 결과와 아무 상관이 없는 질문을 던졌다. "유엔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몇 퍼센트인가요?"  원판의 숫자가 10이었을 때 유엔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대답은 평균적으로 25퍼센트였다. 그러나 원판이 80를 가리켰을 때의 대답은 평균 65퍼센트였다.  원판 돌리기 결과값이 10이었을 때 사람들은 그 숫자가 유엔 가입율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유엔 가입율에 대한 추측치의 기준값을 10으로 잡고 숫자를 상향 조정하다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지점에서 대충 판단을 멈춘다.  원판 돌리기 결과값이 80이었을 때 사람들은 유엔 가입율 추측치의 기준값을 80으로 잡고 숫자를 하향 조정하다 적정 시점에서 추측을 멈춘다. 전혀 무관한 정보가 판단과 신념에 영향을 주는 이런 어이없는(^^) 현상을 anchoring and adjustment이라고 한다.


Confirmation bias (확증 편향: 어설픈 자기 판단/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보기)

진행자가 피험자들에게 2,4,6이 적힌 세 장의 카드를 보여주고, 어떤  규칙에 의해 이런 배열의 숫자가 나왔는지를 추측하도록 하였다. 그런 다음 피험자들에게 그 규칙에 맞게 새로운 숫자 배열을 말하도록 한 뒤에 그것이 규칙에 맞는지 틀리는지를 알려 주었다. 많은 피험자들은 4,6,8이라고 말한다. 진행자는 맞다고 말한다. 많은 피험자들은 8,10,12라고 말한다. 진행자는 역시 맞다고 말한다.  피험자들은 결국 "세 개의 짝수를 매번 2를 더하는 순서"가 규칙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규칙은 "임의의 세 숫자를 작은 것부터 차례대로 말하기"였다. 눈에 쉽게 보이는 패턴을 최종 결론이라 믿고 자신의 판단에 부합하는 사례만 찾기에 바빠, 자신의 판단에 배치되는 사례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현상을 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뇌가 속아 넘어가는 패턴을 잘 정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은 꽤 재미있는 놀이가 될 것 같다. ^^

예)
즐거운 경험에 초점을 맞춘 후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보기
무의식 중에 나의 판단을 흐리는 앵커링 현상을 모니터하기
나의 사고/창의력 발전을 저해하는 확증 편향을 발본색원하기



PS. 관련 포스트
앵커,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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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지구벌레 | 2009/07/06 01: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재밌는 이야기군요.
    뇌의 사고 알고리즘도...어쩜 이렇게 맹점이 있네요.
    광고나 언론에서 이미 여러가지로 활용 되고 있을 듯 한데 말이죠.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요./

    • BlogIcon buckshot | 2009/07/06 19:22 | PERMALINK | EDIT/DEL

      뇌의 맹점을 이해하고 그 이해에서 나오는 통찰을 잘 응용해서 뇌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 BlogIcon 엘민 | 2009/07/06 09:4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재밌어 보이는 책입니다. 이런 맹점을 잘 아는 게 중요하겠어요.

    • BlogIcon buckshot | 2009/07/06 19:22 | PERMALINK | EDIT/DEL

      이제부터 뇌의 맹점 수집을 취미로 삼을 계획입니다. ^^

  • BlogIcon 박재욱.VC. | 2009/07/06 09: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정말 이럴 수 있겠군요. 생각해 보니 저도 저런 유도 질문에 잘 걸려드는 사람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 정말 뇌는 신비로운 것 같군요.

    • BlogIcon buckshot | 2009/07/06 19:23 | PERMALINK | EDIT/DEL

      항상 이전 버전에 새로운 모듈을 덮어 쓰는 것이 뇌의 발전 과정이어서 맹점은 뇌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

  • BlogIcon 대흠 | 2009/07/06 21: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마인드콘트롤도 속뇌룰 통해 효과를 얻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나 조건반사와 같이 일종의 뇌를 속이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드는군요. '잘 속는 뇌'라고 말하는 그대는 누구인가?

    • BlogIcon buckshot | 2009/07/06 21:07 | PERMALINK | EDIT/DEL

      자신에 대해 연산하는 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계산하는 놀이를 즐기는 뇌. ^^

  • BlogIcon 솽민군 | 2009/07/07 08:5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거 악용할 수 있겠는데요.ㅎㅎ

    제가 왠지 잘 속아넘어가는 타입이라..ㅡㅡ;;

    • BlogIcon buckshot | 2009/07/07 09:02 | PERMALINK | EDIT/DEL

      이미 비즈니스/마케팅에 의해 엄청나게 악용당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앉아서 속지 말고 이젠 나의 뇌를 속여 들어오는 그 무언가를 지긋이 눌러 주는 태도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 BlogIcon 리브홀릭 | 2009/07/07 10: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재미있네요 ^^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어요. 100마리의 똑같은 물고기를 가져다 놓고 그중 1마리에만 '김씨 아저씨네 물고기'라고 붙여놓습니다. 그리고 100명의 사람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물고기를 고르라고 했더니, 37명이 '김씨 아저씨네 물고기'를 골랐다는 이야기죠.
    사람들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죠.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7/07 21:31 | PERMALINK | EDIT/DEL

      기가 막힌 사례입니다. ^^
      인간을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자라고 가정하고 여러가지 썰을 푸는 이론들은 이제 전면 재조정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 BlogIcon 이채 | 2009/07/07 11:4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런 거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과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어디까지가 정말 탄탄하고 믿을 수 있는 근거라거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는 걸까 하구요. 생각보다 무지 많은 편견과 외부 효과에 휘둘리고 있는 걸요.ㅎㅎㅎㅎ

    근데 갠적인 차원에서, 전 요새 데이트 일주일에 다섯번 하고 있구요, 상당히 행복해요. 라는 말은 순서를 뒤집어도 그닥 대세에 지장이 없을 거 같다는.ㅋㅋ 그냥, 조금은 단단하게 발딛을 구석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드린 말씀~*

    • BlogIcon buckshot | 2009/07/07 21:32 | PERMALINK | EDIT/DEL

      와.. 데이트 주5회.. 이채님 넘 멋지십니다. ^^
      그냥 그 자체로 행복이실 것 같습니다~

  • BlogIcon ego2sm | 2009/07/07 17: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또 웃고가네요, 벅샷님.
    전 지난달에 데이트를 딱 한번해서 그런지
    (뭐 일에 치였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불행했던 것 같네요.
    이 포스트만 읽어보면.
    하지만 불행했다기보다,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뇌에 과부하가 온 것 같았어요.
    이런 사례들이 모두 반쯤 채워진 물 한 잔 언급하는 자세와 연결되는 거겠죠?

    • BlogIcon buckshot | 2009/07/07 21:33 | PERMALINK | EDIT/DEL

      예, 반쯤 채워진 물 한 잔 속에 모든 비밀이 다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에고이즘님, 여름엔 데이트 자주 하세염~ 남친 넘 힘들게 하심 안됩니당~ ^^

  • 씨크레스트 | 2009/07/15 11: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평소에 관심있는 내용이라 답글을 써봅니다~ 인간을 합리적이고 능동적인 행동주체라고 주장하는 2가지 근거는 합리성에 기반한 사고방식과 논리적이고 일관성있는 판단능력이 존재함입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인간이란 것은 단지 우리 뇌의 착각이거나 실제로 그런 능력이 존재한다 해도 과대평가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지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분야의 의사결정이론을 살펴보면, 인간의 rationality가 heuristics에 기인하는 bias에 의해 얼마나 쉽게 무너지게 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즉, 포스팅에서 언급하신 anchoring

  • 씨크레스트 | 2009/07/15 11: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adjustment heuristics 외에도 representativeness/availability heuristics 등이 판단과정에서 bias를 발생시켜 비합리적인 결정을 유발시킨다는 겁니다. 하지만 인간 자신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은 합리적인 사고과정을 통해 논리적인 결론을 얻은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됩니다. 인지심리학자인 카너먼은 이 내용으로 200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타기도 했는데요. 그의 Prospect 이론을 찾아보시면 재미있는 사례와 함께 비합리적인 인간의 문제해결방식에 대한 해석까지 유용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을 듯 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9/02 13:09 | PERMALINK | EDIT/DEL

      씨크레스트님, 귀한 글 정말 감사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합리적인 줄 알고 있는데 실제는 비합리적 사고/행동을 남발한다는 사실이 참 재미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쪽 정보에 대해 계속 탐색을 해보고 싶습니다. ^^

  • BlogIcon 고무풍선기린 | 2009/07/24 15: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포스트를 읽으면서 '상식 밖의 경제학'을 떠올렸는데,
    어김없이 '앵커, 알고리즘'에서 링크해 놓으셨네요.

    실제 anchoring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광고를 비롯한 사례를 자세히 다루면 재미있는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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