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알고리즘 :: 2009/01/28 00:08

상식 밖의 경제학
댄 애리얼리 지음, 장석훈 옮김/청림출판


'상식 밖의 경제학'엔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 중의 하나..

MIT 슬론 경영대학원 학생 100명에게 Case 1과 같이 3가지 선택을 제시했을 때 학생들은 온/오프라인 정기구독을 온라인 정기구독보다 훨씬 더 많이 선택했고 오프라인 정기구독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반면, Case 2와 같이 2가지 선택을 제시했을 때 학생들은 온라인 정기구독을 온/오프라인 정기구독보다 더 많이 선택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건 바로 미끼의 힘이다.

Case 1에선 당근 온/오프라인 정기구독보다 못한 것으로 보이는 오프라인 정기구독이 버젓이 온/오프라인 정기구독과 같은 가격으로 등장한다.  미끼로 등장한 오프라인 정기구독은 온/오프라인 정기구독을 빛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0명의 투표를 받고 유유히 사라진다. 미끼의 도움을 받아 온/오프라인 정기구독은 온라인 정기구독을 큰 표 차로 따돌리며 최고의 선택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Case 2에선 미끼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끼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온라인 정기구독과 온/오프라인 정기구독을 냉냉하게 비교했고 결국 온라인 정기구독이 온/오프라인 정기구독을 따돌리고 승리하게 된다.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 댄 애리얼리는 인간의 비이성적인 사고 패턴을 콕 집어서 얘기한다.

"인간은 절대적인 판단기준에 의해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일이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콕 집어 말하지 못한다. 그러다 어떤 상황이 조성되면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

댄 애리얼리의 지적은 날카롭다. 사람은 비교에 익숙하다. 특히 알기 쉬운 비교에 익숙하다. 위의 Case 1에 등장한 미끼는 비교를 매우 편하게 만들었다.  누가 봐도 오프라인 정기구독 125달러보다 온/오프라인 정기구독 125달러가 나아 보인다. 그런 쉬운 비교 속으로 사람들을 살짝 빠져들게 하면서 정작 중요한 비교인 온라인 정기구독 59달러와 온/오프라인 정기구독 125달러 간의 진검 비교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쉬운 비교를 전면적으로 부각시켜 중요한 비교를 상대적으로 어려워 보이게 하고 회피하게 만드는 상술.. 인간의 비이성적인 사고 패턴을 확실하게 레버리지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이 갖고 있는 비이성적 사고 패턴을 잘 이해하고 이를 반성/지양/실험/활용하는 재미가 나름 쏠쏠할 것 같다. 

어처구니 없는 미끼에 낚여서 정작 중요한 판단을 홀라당 놓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슬쩍 리뷰도 종종 해봐야 할 것 같다. 원시적 알고리즘을 갖고 현대를 살아가려니 뇌가 얼마나 힘들겐노.. ^^


PS.
쉬운 비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인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상품/서비스를 끝없이 만들어 내는 소비자 시장.
A를 사면 A보다 더 좋은 B가 갖고 싶고, B를 갖게 되면 B보다 더 좋은 C를 갖고 싶고.
인간은 비교의 무한 고리 속을 끝없이 순환하며 뇌의 휘발성 쾌락을 속절없이 추구하는 우직스런 알고리즘 그 자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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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덱스터 | 2009/01/28 00: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거 Door-in-the-face 판매전략과 같아보이는데요 -_-;;

    제가 심리학, 특히 사회심리학을 좋아하는 이유이지요 ^^

    상대를 공략하기 위한 창으로도 쓸 수 있지만, 자기를 방어하는 방패로 쓸 수도 잇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더군요 -_-

    • BlogIcon buckshot | 2009/01/28 08:57 | PERMALINK | EDIT/DEL

      예, door-in-the-face 테크닉이 어느 정도 가미된 전략이라고 보여집니다. 덱스터님 말씀처럼 사회심리학에 기반한 기법을 창과 방패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데 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천이 쉽지 않긴 한데.. 결국 뇌 컨트롤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우선, 자신의 뇌가 door-in-the-face, foot-in-the-door 테크닉에 어이없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방패를 잘 쓰다보면 창에도 익숙해 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 BlogIcon 쉐아르 | 2009/01/28 04: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ㅎㅎ 가격 매길 때 쓰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지요. 이렇게 미끼를 넣는 방법도 있고, 스타벅스 커피처럼 일단 높게 매긴다음 얼마까지 지불하나 보고 결정하는 방법도 있구요. 머리를 많이 쓸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결국 미끼에 낚여서 넘어가는게 사람인듯 합니다. 저를 보면 확실히 그래요 ㅡ.ㅡ

    • BlogIcon buckshot | 2009/01/28 08:58 | PERMALINK | EDIT/DEL

      가벼운 미끼에 너무도 쉽게 낚이는게 뇌의 매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치미라고나 할까요. ^^

      그래도 넘 백치미로 일관하면 자칫 질릴 수 있으니 가끔은 뇌 알고리즘의 벽을 뛰어넘는 의외성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BlogIcon 재밍 | 2009/01/29 11: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너무 재밌는 사례네요.
    스스로 냉정하고 분석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것이 소비자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언제 어디서나 광고와 유혹의 늪에서 헤매고 있으니까요.

    • BlogIcon buckshot | 2009/01/29 21:29 | PERMALINK | EDIT/DEL

      소비자들이 허용하는 틈새 속에서 비즈니스/마케팅이 생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문득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연상되곤 합니다. ^^

  • BlogIcon Donnie | 2009/01/29 21: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자, 이제 나쁜 미끼 엄친아만 제거하면 저희 어머니도 자기 아들에 만족 하실 수 있겠군요. 흐윽 T^T

    door-in-the-face, foot-in-the-door가 뭔지도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1/29 21:42 | PERMALINK | EDIT/DEL

      저도 주위에 와친남들이 너무 많아서 힘듭니다.
      (와이프 친구 남편)

      미끼와도 같은 와친남의 허구성을 와이프에게 계속 르포 형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위기 탈출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맙니다. ^^

  • BlogIcon 격물치지 | 2009/01/29 23: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항상 통찰력 있는 포스팅에서 많이 배웁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컨텐츠 많이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 요즘 달리기는 어떠신지요?

    • BlogIcon buckshot | 2009/01/30 07:21 | PERMALINK | EDIT/DEL

      어익후.. ㅠ.ㅠ 격물치지님, 요즘 달리기 부진합니다.. 격물치지님 댓글 보고 화들짝 반성하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다시 재개하라는 격물치지님의 계시를 받았으니 다시 힘차게 출발하려고 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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