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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알고리즘 :: 2009/07/08 00:08
직장생활을 14년 넘게 해오면서 14분의 보스(boss,상사)를 만났다. 14분 모두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가르침을 주신 분들이다. 난 참 상사 복이 많은 놈이다. 좋은 상사를 만나 좋은 것을 많이 배웠기에 형편없는 내가 그럭저럭 직장생활을 해나갈 수 있구나란 생각을 많이 한다.
2007년 7월에 7년을 다닌 회사를 퇴사했다. 그 당시 나의 보스 TJ는 내가 만났던 14분의 보스 중에서 가장 존경하는 보스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가장 존경하는 보스에게 퇴직원을 제출해야 했다니.
난 이미 2007년 1월에 이직 대상 회사를 결정하고 이직 프로세스를 밟기 시작했던 상태였다. 2월에 보스 TJ를 만났다. 5개월간 TJ에게서 중요한 것을 배웠다. TJ는 나에 대한 관찰을 냉정하게 했고 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렸고 나에게 그것을 가감 없이 말해 주었다. 넌 이게 장점이고, 넌 이게 단점이야. 너의 단점 중에 이건 좀 크리티컬해. 그러니 그건 지금보다 더 개선을 해주었으면 좋겠어. 난 십수년을 회사에 다니면서 그렇게 냉냉하고 투명한 피드백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정신이 번쩍 나는 피드백이었다. 그리고 그 피드백을 통해 난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TJ는 비즈니스 어젠더에 대한 의사결정의 퀄리티에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하는 사람이었다. 최상의 judgement를 위해 치밀하게 논리를 구축하고 최적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 속에 미학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TJ는 value-add에 집요하리만치 집착했다. 그는 자신이 value-add할 수 있는 곳에,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곳에만 존재했다. 그에게 Free-Ride란 단어는 없었다. 난 그를 통해 가치가 무엇이고 기여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배웠다.
난 1월에 이직을 결정했기 때문에 '이직, 알고리즘'에 의해 충실히 이직 프로세스를 수행했다. 그리고 6월에 TJ에게 이직 의사를 밝혔다. TJ는 내가 왜 나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TJ는 "나 때문에 나가는 건가?"라고 물었다. 난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건 진심이었다. 난 7월에 퇴사했다.
올해 TJ를 모시고 술 한 잔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TJ는 여전히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 당시 넌 나 때문에 나간 거지?^^" 난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선배님은 퇴직할 그 당시나 지금이나 제가 가장 존경하는 저의 보스입니다."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비즈니스 DNA의 대부분은 TJ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난 TJ를 존경한다. 그와 같은 리더가 되고 싶다. 내가 앞으로 많이 성장한다면 2007년 2월~7월에 그에게서 받은 가르침 때문일 것이고, 내가 앞으로 많이 성장하지 못한다면 그의 가르침을 제대로 새기고 실천하지 못함 때문일 것이다. '성장의 이유', '정체의 이유'가 수렴되는 바로 그 지점에 '보스, 알고리즘'이 존재한다. ^^
PS. 2007년 7월에 퇴사하고 몇 개월이 지난 후에 TJ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나간 후에 난 네가 담당하던 업무를 놓았어. 네가 없으니까 더 이상 그 업무를 내 영역 안에 두고 싶지 않더라구" 그 때 TJ의 그 말씀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고 있다. 아주 든든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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