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뎌, 알고리즘 :: 2009/02/13 00:03

6살인 딸아이가 최근 들어 새롭게 시작한 행동이 있다.

바로 본가, 처가에 전화하기이다.

시도 때도 없이
할아버지,할머니,삼촌,고모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화를 통해 생생하게 중계한다.

딸아이는 자신에 눈에 비친 모든 사실을 그대로, 정말 그대로 전달한다.

"할아버지, 지금 엄마는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구여,
아빠는 방에서 컴퓨터하고 있어요."

"외할아버지, 아빠는 화장실에서 응가 하고 있구여,   (ㅠ.ㅠ)
엄마는 지금 맛있는 거 만들고 있어요."

"외할머니, 아빠가 막 때려서 방금 전에 앙앙 울었어요. 아빠 나빠요.  (ㅠ.ㅠ)
엄마가 안아주고 아이스크림 주셨어요. 전, 엄마가 좋아요."

뭐, 이런 식으로 계속 전화를 해댄다.
이 정도면, Narrow-Caster, 1인 미뎌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근데.. 이렇게 가감 없이 사실에 극충실한 보도를 하다 보니
간혹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할머니, 지금 아빤 설거지를 열심히 하고 있구여,
엄마는 식탁에서 커피 마시고 있어요."

음.. 집사람은 시어머니에게 남편이 설거지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데..
음.. 조만간 집사람이 미뎌 통제를 감행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아이의 시각에 기반해서 narrow-casting되는 1인 미뎌의 높은 투명성은 사실을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그대로 전달한다. 듣는 이의 입장에선 나름 사실 자체에 매우 근접한 보도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방송을 당하는 입장에선 '불편한 사실'이 튜닝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전파를 타기 때문에 조마조마하다. 딸아이의 거침없는 1인 미뎌 운영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갈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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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토댁 | 2009/02/13 00:1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앗, 저 뒷태는 뉘신지?????^^

    정말 거르는 작업이 없는 , 설명도 없는 생중계는 급 당황하게 하지요.
    정말 할머니께는 전화 중계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에공.

    따님이 전화에 재미를 붙이셨군요.
    저러다 언제부터인지는 전화하는 것도 뜸해지면서 결국은
    먼저 전화하신 할머니와도 점점 통화가 드물어지고 짧아지더이다.^^;

    즐거운 날 되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9/02/13 06:32 | PERMALINK | EDIT/DEL

      뒷태는 접니다. 집사람이 기습적으로 찍었습니다. 바지를 지나치게 올려입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하네요. ^^

      딸아이 전화가 좀 뜸해졌으면 좋겠어요. 당황스러울 때가 넘 많아여~ ^^

  • BlogIcon inuit | 2009/02/13 00: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모발이 무성하시니 옆집 아저씨인듯.. 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2/13 06:33 | PERMALINK | EDIT/DEL

      아,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전부 위로 치솟은 바람에 많아 보이는 것이구요. 원래 뒤에서 보면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 기가막히게 얇게 잘 가려진 모습이어서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완전 사기에요~ ^^

    • BlogIcon 토댁 | 2009/02/14 20:34 | PERMALINK | EDIT/DEL

      킥킥..
      전 그 모습을 압니다,.
      중앙은 훤한디 옆 머리가 하늘을 향해 뻗지요.
      전 가가멜이라고 놀립니다. 스머프에 나오는 그 가가멜..ㅋㅋ

    • BlogIcon buckshot | 2009/02/14 21:31 | PERMALINK | EDIT/DEL

      역시 아시는군요. 훤한 중앙, 얇은 옆머리의 자유로운 뻗침. 그 미학을 알고 계시네욤. 헤헤~ ^^

  • BlogIcon koreasee | 2009/02/13 00:4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제 조카가 요즘 말을 배우려는지 전화로 매일 외계어로 통화하거든요.ㅎㅎ
    물론 전화는 할머니가 걸어주시고..
    사진은 대신 설겆이 하시는 ??

    • BlogIcon buckshot | 2009/02/13 06:35 | PERMALINK | EDIT/DEL

      집안일 거의 안하는데 설겆이는 제가 많이 하는 편입니다. 사진 속 제 모습이 그래도 나름 익숙하게 설겆이 하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

  • | 2009/02/13 07:3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사모님의 사진 감각 뛰어납니다. 바지가 올라간 모습을 그 순간에 찰깍 찰깍!!! (아직도 저는 웃고 있습니다. ㅋㅋㅋ) 재미있게 사시는 모습!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ㅋㅋㅋ)

    • BlogIcon buckshot | 2009/02/13 09:01 | PERMALINK | EDIT/DEL

      평상시에는 츄리닝 바지를 여유있게 내려 입는 편인데, 이상하게 그 날은 극단적으로 올려 입고 싶어지더군요.. 그대로 찍혀 버리고 말았습니당~ ^^

  • BlogIcon 서울비 | 2009/02/13 09: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탐나는 엉덩이를 소유하셨군요 ㅎㅎㅎ

    (근데 댓글이 나만 가운데 정렬인가? ;;)

    • BlogIcon buckshot | 2009/02/13 09:20 | PERMALINK | EDIT/DEL

      어익후! 저주받은 엉덩이입니다. 자꾸 바질 먹어서 눈총도 많이 삽니당~ ^^

  • BlogIcon Chester | 2009/02/13 13:3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엄마 지금 고스톱쳐.." 뭐 이런 상황도 있었다는... 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9/02/13 19:16 | PERMALINK | EDIT/DEL

      어젠 딸아이가 할머니께 이렇게 전화하더군여.

      "할머니, 저 오늘 라면 맛있게 먹었어요.."

      집사람은 맨날 아이에게 라면만 먹이는 엄마로 전락합니다. ^^

  • dajaldelguya | 2009/02/13 13: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자주와서 예전글 올리신글부터 조금씩 보고있는데. 워낙 좋은글들이 많으셔서.^^
    오늘은..저사진을 보고...ㅎㅎ
    꼭글을 남겨야한다는 용기가.
    윗분말처럼 정말 재미있게 사시네요.^^;

    • BlogIcon buckshot | 2009/02/13 19:16 | PERMALINK | EDIT/DEL

      dajaldelguya님,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개인적으로 사진 맘에 듭니다~

  • BlogIcon 좀비 | 2009/02/13 18: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바지와 셔츠 사이의 하얀 부분이 무엇일까 무지 궁금하다는.. ^^

    • BlogIcon buckshot | 2009/02/13 19:17 | PERMALINK | EDIT/DEL

      티셔츠나 츄리닝바지 둘 중의 하나가 탈색이 된 것이 아닐까요? ^^

  • BlogIcon 토댁 | 2009/02/14 20:3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정말 리얼입니다요..히히
    웬지 매일 뭥미~~~하는 포스팅과는 전혀 딴사람 같은...ㅋㅋ
    정말로 옆집 아저씨 같은...정말 친근한 사람 같은....^^

    주말 잘 보내세요^^

    • BlogIcon buckshot | 2009/02/14 21:31 | PERMALINK | EDIT/DEL

      이게 저의 진솔한 모습이고 대부분의 뭥미스런 포스트는 다 가식입니당~ ^^

  • BlogIcon 격물치지 | 2009/02/17 23:4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언젠가 해동공자는 친할머니에게...
    "엄만 자구요, 아빠랑 빵먹었어요"라고 해서 일요일 아침이 발칵 뒤집힌 적도 있지요 ^^

    • BlogIcon buckshot | 2009/02/18 00:22 | PERMALINK | EDIT/DEL

      정말 아슬아슬합니다. 서서히 조여오는 미디어 통제의 기운이 집안을 감돌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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