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인 딸아이가 최근 들어 새롭게 시작한 행동이 있다.
바로 본가, 처가에 전화하기이다.
시도 때도 없이
할아버지,할머니,삼촌,고모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화를 통해 생생하게 중계한다.
딸아이는 자신에 눈에 비친 모든 사실을 그대로, 정말 그대로 전달한다.
"할아버지, 지금 엄마는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구여,
아빠는 방에서 컴퓨터하고 있어요."
"외할아버지, 아빠는 화장실에서 응가 하고 있구여, (ㅠ.ㅠ)
엄마는 지금 맛있는 거 만들고 있어요."
"외할머니, 아빠가 막 때려서 방금 전에 앙앙 울었어요. 아빠 나빠요. (ㅠ.ㅠ)
엄마가 안아주고 아이스크림 주셨어요. 전, 엄마가 좋아요."
뭐, 이런 식으로 계속 전화를 해댄다.
이 정도면, Narrow-Caster, 1인 미뎌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근데.. 이렇게 가감 없이 사실에 극충실한 보도를 하다 보니
간혹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할머니, 지금 아빤 설거지를 열심히 하고 있구여,
엄마는 식탁에서 커피 마시고 있어요."
음.. 집사람은 시어머니에게 남편이 설거지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데..
음.. 조만간 집사람이 미뎌 통제를 감행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아이의 시각에 기반해서 narrow-casting되는 1인 미뎌의 높은 투명성은 사실을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그대로 전달한다. 듣는 이의 입장에선 나름 사실 자체에 매우 근접한 보도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방송을 당하는 입장에선 '불편한 사실'이 튜닝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전파를 타기 때문에 조마조마하다. 딸아이의 거침없는 1인 미뎌 운영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갈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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