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동료의 에세이다.
읽고 많이 배웠다.
Subject: 모범적인 웹 서비스에 대하여
Summary :
모범적인 웹 서비스란 인간의 욕망을 충실히 수용하고 욕망의 주체들이 상호 소통함을 통해 욕망의 해소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Body:
어느 분야에서든 기본적으로 전제하는 인간상이라는 것이 있다. 기독교에서 인간을 구원이 필요한 죄인으로 간주하거나, 경제학이나 법학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임을 전제로 일정한 당위를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 좋은 예이다.
웹의 세계에서는 과연 어떤 인간상을 전제로 하고 있을까? 생각컨데 '욕망을 분출하는 인간' 쯤 되지 않을까? 또 다른 나이고 싶은 욕망, 무언가를 사고 싶은 욕망, 무언가를 알고 싶은 욕망, 지루한 일상을 해결해 줄 자극적인 그 무언가를 바라는 욕망 등 그야말로 현란한 스펙트럼을 이루는 욕망의 입자들이 웹이라는 공간 속에 가지가지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욕망들이 있기에 웹에서 무언가 이윤을 추구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수 밖에 없다. 모범적인 웹 서비스란 결국 그러한 인간의 욕망을 충실히 수용하고 욕망의 주체들이 상호 소통함을 통해 욕망의 해소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역할을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세 가지 요소로 나누어 이야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욕망의 충실한 수용.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어떤 욕망을 수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 단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발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오프라인에서 표출되는 다양한 욕망 중에는 아직도 온라인을 통해 해소되지 않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책을 팔고 산다든가 자기가 쓰던 물건을 판다든가 하는 것은 오프라인에서 얼마나 일상적인 일인가? 그러나 그러한 욕망을 웹으로 실현하겠다는 발상만으로도 아마존과 이베이가 생겨났다. 남들이 만족시키지 못한 유저들의 욕망을 찾아내는 일은 어쩌면 모니터밖의 일상 속에 지천으로 산재한 아이디어를 건지는 것만으로도 가능할지 모른다. 나아가 특정화된 욕망을 충실히 수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는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보장과 풍부한 컨텐츠의 확보 이 2가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욕망을 수용할 컨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낸다는 것은 분명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못지 않게 어렵고도 중요한 것이 욕망발산의 가장 기본적 형태라 할 수 있는 의사표현의 수용문제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 가장 놀라운 성취를 이루어낸 것이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가 아닐까? 마치 거대한 화장실을 연상케하는 이 엄청난 게시물의 집적공간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배설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익명성의 놀라운 힘을 여실히 보여주며 어처구니 없고 추하기까지한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는 이 독특한 공간은 놀랍게도 그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나름의 질서를 형성하고 문화를 축적하며 사회적 담론의 진원지로서의 기능까지 해낸다. 욕망을 여과없이 담아낸다는 단순한 원리에 충실한 것만으로도 이런 놀라운 사이트가 탄생한 셈이다.
둘째, 욕망의 원활한 소통. 단순히 쏟아부어지는 욕망을 하염없이 담아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물건을 사고 싶은 욕망과 팔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이 두 욕망이 상호간에 제대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인 것처럼. 지식검색이라는 공전의 히트 상품도 알고자 하는 욕망을 가르쳐주고자 하는 욕망과 연결시킨다는 단순한 발상이 그 근간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웹은 다른 매체와 비교할 때 '검색'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차별화된다. 검색은 다시말해 소통을 위한 능동적 접근이다. 검색을 단순히 데이터베이스에서 원하는 정보를 추출해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웹의 특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욕망의 원활한 소통 속에서 이윤이 생겨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좀더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주된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인지와 행동의 매커니즘을 깊이 이해할 수록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웹은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연장(extension)이라는 관점에서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만이 발전될 수 있다.
셋째, 욕망의 해소와 가치의 창출. 욕망이 해소되는 것의 단순한 반복은 이윤을 추구하는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회적으로 휘발되는 기능적 사용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가치 있고 매력적인 체험이라고 인식을 할 만큼 연속성을 담보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욕망의 소통과 해소 자체가 스스로 유기체적 생명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즉 욕망의 해소가 그 공간 자체를 진화시켜 고유한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웹 서비스는 진정한 존재가치를 지니게 된다.
다음(www.daum.net)의 아고라는 다른 포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토론의 질과 양이 뛰어나다. 아젠다의 설정도 뛰어나고 축적된 특유의 질서와 문화도 훌륭하다. 욕망의 적절한 수용과 소통의 단계를 지나, 토론의 욕망이 해소되는 단순한 차원을 뛰어넘어서, 인터넷 포탈만이 가질 수 있는 뛰어난 여론형성능력을 오프라인으로까지 발산하고 있다. 아고라의 유저들은 애초에 사이트가 의도한 효용 즉 토론의 욕망이 해소됨은 물론이고 사회여론형성의 한 축에 동참했다는 쾌감과 자부심 그리고 그에 따른 새로운 동기부여와 충성도의 상승을 체험하게 된다. 요즘 논의되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욕망의 소통이 유기체적으로 결합되고 축적될 때 도래할 수 있는 성과의 하나가 집단지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웹은 욕망의 공간이다. 이성과 합리가 지배하기 보다는 감성과 충동이 득세하는 곳이다. 모니터를 응시하고 마우스를 손에 쥐고 인터넷 창을 띄우는 순간 우리는 욕망을 발산하며 웹으로 자신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러한 인간의 모습을 가장 잘 반영한 서비스야 말로 가장 모범적인 웹 서비스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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