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뇌, 알고리즘 :: 2009/05/18 00:08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문명은 인간 삶의 질을 아래와 같이 현란하게 고급화시키고 있다. 과학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면서 인간에게 겸손을 촉구하는 초강력 카운터 펀치를 계속 날릴 것으로 보인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태양의 은총을 먹고 사는 행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다윈은 인간과 동물 사이에 그다지 큰 차이가 없음을 알려 주었다. 양자역학은 물체가 분명한 위치를 가지지 못한다고 주장했고, 상대성 이론은 우주에 똑딱거리며 시간을 가리키는 거대한 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앞으로도 인간을 깜짝깜짝 놀라게 할 과학적 발견은 계속될 것이고 그것은 계속 인간을 왜소하고 흐릿한 존재로 규정하는 그 무엇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 다음 번 충격은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간이란 환상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자아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일지도.. 조작된 시간, 조작된 기억, 조작된 자아.. ^^ 문명의 발전이 인간을 기계적으로 확장시키는 동시에 인간을 기계적 도구로 전락시키는 현실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고민하는 힘"은 인생을 둘러 싼 보편적 주제에 대한 의미 탐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이 질문들이 바로 이 책의 목차이다) 기억, 알고리즘 기억과 자아 사이 자아는 기억으로 구성된다. 지나간 일을 회상하는 순간 기억은 변한다. 기억을 기억하는 순간 기억이 변하듯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나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 나는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 단지 "나"라는 존재에 대해 환기하고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려고 뇌를 계산시키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나"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고민, 생각, 계산(computing)이 나를 만드는 것이지 그냥 나 자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돈, 앎, 청춘, 믿음, 일, 사랑, 죽음.. 이 모든 것이 나를 만든다. 돈, 앎, 청춘, 믿음, 일, 사랑, 죽음.. 이 모든 것에 대한 나의 생각과 대응이 나를 만든다. 우주가 우주인 것은 자신에 대해 계산을 하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해 계산하고 그 계산이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고 그것이 또 다른 정보를 생성하고.. 우주는 그렇게 광대하고 복잡해져 갔다. 인간은 소우주이다. 이미 인간 속에선 '인간 알고리즘'에 의해 수많은 계산이 인간의 무의식 속에서 집행되고 있다. 그 계산의 합이 바로 뇌다. 인간이 단순한 뇌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뇌뇌(惱腦)가 되어 고민을 지속할 것인지에 따라 인간 존재는 큰 궤적의 차이를 그릴 것이다. "고민하는 힘"은 무거운 주제를 그리 무겁지 않게 다루고 있다. 두께도 얇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난 귀중한 키워드를 얻었다. 아무 생각 없이 살면 텅 빈 자아로 생을 마감할 수 있기에 텅 빈 나의 자아와 내 인생을 고민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보람이다. 대소, 알고리즘 포스트에 귀중한 댓글을 주신 고무풍선 기린님의 책 추천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 PS. 참조 포스트 고민하는 힘, 惱む力 퇴보, 알고리즘 Trackback Address :: http://read-lead.com/blog/trackback/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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