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렉, 알고리즘 :: 2009/09/07 00:07

쓰레기가 되는 삶들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새물결


뇌 속을 구름처럼 떠돌고 있는 개념을 누군가가 말해줄 때..  속이 다 시원해 진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하는 공포'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
유동, 알고리즘)

지그문트 바우만의 '쓰레기가 되는 삶들'을 유독하고 있다.  (유독, 알고리즘)

책을 쓰윽 휘둘러 보다 정말 확 눈에 들어오는 문구를 발견했다.
외상과 빚은 소비자들의 생활양식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어간다. 외상과 빚은 새로운 욕망의 탄생을 가속화하고 욕망의 발생과 그것의 충족 사이에 놓인 길의 거리를 줄일지도 모르지만 욕망이 사라지고 그것이 분노와 거부로 바뀌는 것 또한 가속화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외상과 빚은 욕망의 대상들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그것들이 쓰레기 더미로 가는 여정을 더욱 용이하고 빠르게 한다. 외상과 빚은 쓰레기의 산파 역할을 하며, 이러한 역할이야말로 소비사회에서 외상과 빚이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는 가장 뿌리 깊은 근거이다.

스타이너가 카지노 문화라고 명명한 이런 문화에서 모든 문화적 산물의 가치는 최대의 효과(어제의 문화적 산물을 해체하고 밀어내고 버리는 것)를 짜낸 후 얼마나 빨리 낡아빠진 것으로 만드느냐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시장경제는 정말 '의도적 진부화'의 고수인 것 같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그럴 듯 해 보이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자들에게 그걸 퐉 떠 안기자 마자, 최대한 빠른 속도로 그걸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고 또 다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선물한다.  아예 첨부터 초고속 쓰레기화를 염두에 두고 뭔가를 만들어 낸다고 밖엔 볼 수 없을 정도로 상품과 서비스의 진부화는 어지럽고 숨가쁜 속도감을 자랑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구입하는 시점부터 이미 쓰레기라고 볼 수도 있을 듯 싶다. 단지 쓰레기화(쓰레기타이제이션) 지수의 높고 낮음의 정도 차이만 있을 뿐... ^^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을 읽으면서..
초고속 의도적 진부화의 굴레 속에서 인간의 뇌는 계속 바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되었고 (뇌뇌, 알고리즘)  인류는 초절정 엔트로피의 안드로메다 은하를 향한 초고속 우주여행을 무뇌적으로 지속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되었다. (퇴보, 알고리즘)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지구에 쓰레기를 더하는 작업이고, 내가 하는 말과 내가 쓰는 글은 모두 공기를 더럽히고 웹에 쓰레기를 더하는 행위이다.  내 주위에 딱히 이렇다 할 가치를 더하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해 하염없이 겸허한 마음을 견지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을 읽은 보람이 있다. ^^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엔 분명 뭔가가 있다. 첨엔 분명 유독으로 가볍게 시작을 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엔 결국 책의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읽어버린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 실존을 쿨하게 서술해 버리는 그의 쉬크한 필력에 서서히 빠져들어 가고 있는 건가.. ^^



PS. 관련 포스트
유동, 알고리즘
퇴보, 알고리즘
뇌뇌,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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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cataka | 2009/09/07 10: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자본주의의 숨겨진 음모인 것인가요? 군대에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멀쩡한 땅을 파고 매우고 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땅이야 파고 매우고를 반복하면 비옥해지기라도 하겠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쓰레기"의 생산으로 자원은 고갈되고, 정신은 피폐해지고... 휴우... 쾌락의 대가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아무쪼록 좋은 포스트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9/08 21:57 | PERMALINK | EDIT/DEL

      갑자기 개콘 워워워의 JM(절망이) 개그가 떠오르네요. ^^
      선물을 하고 선물을 망각했을 때 뇌물 아닌 선물 주기를 지속할 수 있듯이,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듯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쓰레기를 천연덕스럽게 계속 생산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선물 준 것은 정확히 기억하고 쓰레기 생산하는 것은 절대 기억 못하고.. 극복이 되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귀한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 BlogIcon 지구벌레 | 2009/09/07 12: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쓰렉' 제목 보고..뭔가 했네요..ㅎㅎ..
    역시 모든걸 두글자의 알고리즘으로 풀어내는 방식 대단하심..^^.
    관심가는 책이네요. 책 참 많이 보시는 듯..

    • BlogIcon buckshot | 2009/09/08 21:58 | PERMALINK | EDIT/DEL

      항상 지구벌레님의 댓글로 인해 에너지를 얻고 있는 벅샷입니다. 지구벌레님을 통해 무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기에 책도 열심히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해여~ ^^

  • BlogIcon 재밍 | 2009/09/08 01: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여전히 알고리즘 시리즈로 좋은글 보여주고 계시네요
    안녕하셨어요 ^^
    지그문트... 회사 화장실에 붙어있는 명언에서 봤던 이름이네요.
    성공하고 싶거든 자신부터 이겨라, 그것이 가장 큰 승리이므로.. 였나..

    • BlogIcon buckshot | 2009/09/08 21:59 | PERMALINK | EDIT/DEL

      와.. 재밍님, 드디어 컴백하셨군여~ 넘 반갑습니당~ ^^

      결국 무엇이든지 자신으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향할 수 있을 때 사람은 깊어지고 강해지나 봅니다. 오랜만의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토댁 | 2009/09/08 08: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잠깐 아침인사만 드립니다.
    할머니 49재 지내러 가요..
    잘 다녀올께요.

    • BlogIcon buckshot | 2009/09/08 22:00 | PERMALINK | EDIT/DEL

      토댁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방문 주셔서 넘 감사해여.
      몸 건강히 잘 다녀오십시오..

  • BlogIcon 고구마77 | 2009/09/08 13: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시장경제에 내포되어있는 의도적 진부화라는 매커니즘이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인지, 멸망으로 이끄는 지옥행 티켓이 될 것인지...

    아마도 후자이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
    어쨌든 시장경제가 인간의 본성과 가장 잘맞는 시스템인 것을 부인하긴 어려운거 같습니다.

    때로는 그런 생각도 합니다.
    이렇게해서 지구가 황폐화되면
    결국 이것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인간의 원죄가 아닐까...
    우리 DNA에 새겨져 있는 시장경제적 본성이 말이죠.

    오랜만에 와서 이상한 얘기만 하다가네요.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9/08 22:11 | PERMALINK | EDIT/DEL

      시장경제의 심층기반인 의도적 진부화 메커니즘이 인간의 심층기반인 의도적 참신화 메커니즘과 찰떡 궁합을 이루고 있는 상황인데요. 인간 심층기반이 의도적 참신화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의도적 진부화 메커니즘에도 균열의 가능성이 엿보이길 기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쓰레기를 망각하지 말라는 책의 존재가 그래서 값지게 느껴지나 봅니다. 귀한 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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