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믹, 알고리즘 :: 2009/08/03 00:03

Starbucks Identity - Commoditization과의 전쟁에서 아래와 같은 글을 적은 바 있다.
스타벅스의 성공 원인이었던 탁월한 맛/향기, 개인적/사회적 공간체험이 모두 퇴조의 기미를 보이는 것 같다. 커피 맛은 패스트푸드 전문점의 커피에 비해 크게 나을 것 없다는 평가를 미국 내에서 받고 있고, 스타벅스 특유의 공간 경험도 예전 같지 않다. 초고속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내린 굵직한 의사결정들이 스타벅스의 core identity에 변화를 주고 스타벅스 특유의 브랜드 체험을 변형시킨 것이라는 하워드 슐츠의 지적에 공감이 간다.

바리스타가 정성껏 손으로 뽑아낸 커피가 아닌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빠른 속도로 분출되는 커피로 대변되는 스타벅스의 Core Identity 변화는 성장/확장에 따른 필연적 Commoditization(일용품화)의 딜레마로 보여진다.

런칭 초기에 트렌드 리더들을 열광시켰던 유니크함은 점점 퇴색이 되어가고 다수 수용자, 후기 수용자들을 차례로 맞아 들이면서 브랜드 경험은 점점 쉬크함을 잃어가고 트렌드 리더들을 떠나 보낼 채비를 하게 된다. 스타벅스는 이제 트렌드 리더들과 다수/후기 수용자들을 양 손에 쥐고 이들을 각각 어떻게 만족시켜야 하는가라는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커피, 알고리즘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은 커피의 '다동기성'에 대해 인용한 바 있다.

  • 개인화 동기: 개인적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는 도구
  • 사치 동기: 자기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로써의 도구
  • 사회적 동기: 친구/동료들의 커뮤니케이션의 촉매제 도구
  • 활성화 동기: 활기를 불어넣는 보편적 수단
  • 균형 동기: 긴장이완 수단
  • 관철 동기: 능률향상을 위한 흥분제
  • 지위 지향적 동기: 고상한 라이프스타일의 표현수단 및 전문성 과시 수단
  • 문화적 동기: 확고한 문화 의식 또는 일상적인 의식의 한 부분 (일상에 구조를 부여)


  • 뭐.. 예전 같진 않다고 해도 스타벅스는 커피의 새 지평을 열어 제친 브랜드임에 분명하다. 커피의 다동기성을 제대로 구현했으니 말이다. 스타벅스에서 주문하는 고도로 분화된 커피 메뉴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과 라이프 스타일을 표출하고 있다는 의식/무의식적 느낌은 점점 강화되어 간다. 스타벅스는 커피 취향의 고급화, 세분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는 일명, "아이코닉 브랜드"이다. 


    그런데..
    이미 편달, 알고리즘에서 강력하고 독창적인 소비 패턴을 선보인 편달(편식의 달인) 김선생은 커피 부문에서도 특유의 소비 포스를 발휘한다.

    "전 스타벅스를 무슨 맛으로 먹는지 잘 모르겠어요. 커피믹스가 훨씬 더 맛있고 좋아요."


    콜드스톤보다 죠스바가 더 맛있다는 편달 김선생은 스타벅스보다 커피믹스가 더 좋다고 한다. 뭐.. 지인의 집에 방문했을 때, 거래처 방문했을 때, 주인장이 형편상 커피믹스를 대접하겠다고 하면 훈훈한 예의 차원에서 선뜻 오케이 하고 마시는 커피가 커피믹스 아니던가. 대안이 없을 때나 까다로운 개인 취향을 드러내기 어려울 때 마시는 커피믹스를 이렇게 대놓고 좋아할 수 있다니. 편달 김선생의 소비 취향은 참 유니크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못해 커피믹스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면서 커피믹스를 선호하고 커피믹스를 마시면서 큰 만족을 느끼는 편달 김선생은 평범하기 그지 없는 커피믹스에 새로운 함의를 부여하게 된 것 같다.  즉, 편달 김선생은 스타벅스를 거부하고 커피믹스를 의식적으로 선택하면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주의적 커피 취향을 자극하는 극도로 분화된 커피 선택권을 제공하는 스타벅스 자체가 거대한 획일적 트렌드가 되어 가면서, 커피믹스는 획일적인 개성 추구 방식에 대항하는 유니크한 평범 추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 같다는. ^^   트렌드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역 트렌드 세터는 정체성을 찾는 소비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소비가 아닌 생산에 준하는 그 무언가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편달 김선생은 스타벅스를 소비하지 않는 대가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낸 듯하다.  진정한 트렌드 세터는 트렌드를 추종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분화시키는 자가 아니고, 자신의 정체성에 기반해서 트렌드를 의식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는 자라고 생각한다.  ^^



    PS. 관련 포스트
    Starbucks Identity - Commoditization과의 전쟁
    커피, 알고리즘
    편달, 알고리즘
    빅맥과 라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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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 | 2009/08/03 09:46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런데 트렌드라는 것을 가만 보면 뭔가 있어보이는 것을 따라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생각됩니다.
      그걸 보고 따라해보고 싶은 무언가가 보여야 따라해보고 따라하다보면 트렌드가 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커피믹스는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즉 트렌드가 되기에는 부족해보인다는 거죠. ^^
      뭔가 들어있는 커피믹스라면 모를까? ^^

      그나저나 편달 선생님이 Read

      • BlogIcon buckshot | 2009/08/03 23:19 | PERMALINK | EDIT/DEL

        예, 말씀하신 것처럼 커피믹스는 아무리 스타벅스라는 대척점이 존재하더라도 트렌드가 되기엔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하지만 편달 김선생의 포스라면 커피믹스에 뭔가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맥락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나 봅니다. ^^

    • k | 2009/08/03 09:47 | PERMALINK | EDIT/DEL | REPLY

      Lead 에 요즘 굉장한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네요.
      커피믹스라도 한번 타드려야하겠어요. ^^

      (헉 받아들이지 않는 글자가 있었군요. ^^)

      • BlogIcon buckshot | 2009/08/03 23:20 | PERMALINK | EDIT/DEL

        예, 요즘 편달 김선생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재 공급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 게스트로 등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별도 독립 브랜딩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답니다. ^^

    • BlogIcon Guju | 2009/08/03 10: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역시나 멋진 글솜씨네요. 항상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구독(?)하고 있습니다. 눈팅만 하다가 글 남겨봅니다. 앞으로도 종종 들러 댓글도 달고 하겠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8/03 23:21 | PERMALINK | EDIT/DEL

        격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 도시 심리학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포스트도 도시 심리학의 영향을 받았구여... 넘 반갑습니다. ^^

        http://gujustory.com/770

    • BlogIcon 지니 | 2009/08/03 17: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편달님의 팬이 되어 버릴것 같다는... 하하하... 의식적으로 대세를 거르는, 그의 줏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저도 한 줏대할수 있는 그런 소비자가 되어야 할터인데 말이죠.. 하하하.

      • BlogIcon buckshot | 2009/08/03 23:22 | PERMALINK | EDIT/DEL

        편달 김선생은 이제 직접 온라인에 등단하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게스트로만 등장하기엔 넘 아까워여,, ^^

    • BlogIcon 지구벌레 | 2009/08/04 02: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개인적으로 커피는 별로 안좋아해서 별 조예가 없군요..ㅎㅎ.
      근데 편달님은 역시나 군요. 재밌어요..

      • BlogIcon buckshot | 2009/08/04 06:15 | PERMALINK | EDIT/DEL

        편달 김선생에게 아예 포스팅 전체를 맡겨보는 안도 생각 중입니다. ^^

    • 그러고보니 패스트푸트 커피맛이 유난히 훨씬 더 좋아졌어염. 요샌 아무대서나 커피사먹으니까요. 뭔가 희안한 연결고리가 있는것 같네염

      • BlogIcon buckshot | 2009/08/04 06:17 | PERMALINK | EDIT/DEL

        아, 저도 요즘 그런 느낌이 많이 들고 있습니다. 점점 아무 곳에서나 커피 사먹고 싶어집니다. ^^

    • BlogIcon 이채 | 2009/08/05 15: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트렌드와 관계없이 자신의 자율적인 선택 폭을 넓히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물론 광고와 사회적 트렌드의 분위기에서 얼마나 자유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한가지 트렌드에 묶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예컨대 여친과의 데이트가 늘 스타벅스나 커피빈에서 이뤄지는 건 재미없잖아요. 다방에서 만날 수도 있고, 자판기 커피를 들고 벤치로 나갈 수도 있는거구요^^

      진정한 트렌드 세터는 트렌드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스토리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 아닐까요, 편달 김선생님처럼요.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9/08/05 20:06 | PERMALINK | EDIT/DEL

        말씀하신 것처럼 자율적이고 의식적인 선택폭 확장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트렌드에 묶이지 않고 트렌드를 자유롭게 조합하여 새로운 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귀한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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