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遊讀/流讀), 알고리즘 - 검색에서 파생된 유목적 플로우 독서 패턴
특정 키워드를 검색 창에 입력하면 수많은 검색 결과들이 쏟아져 나온다. 눈으로 검색 결과를 훑어 본다. 관심사에 근접한 것으로 보이는 타이틀을 클릭하고 해당 페이지로 이동한다. 거기서 글을 읽다가 정보 욕구에 걸맞는 보상을 얻지 못할 경우, 재빨리 브라우저를 닫고 다시 원래 검색 결과 페이지로 돌아가서 괜찮은 정보가 또 없나 하고 다시 훑어 보다 맘에 드는 타이틀을 클릭하고 다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한다.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검색 사용 패턴에 익숙함을 느끼게 되고 그런 익숙함이 다른 상황으로 전이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의 경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쌓인 정보 탐색 패턴으로 인해 난 독서에 대해 아래와 같이 2가지 습관을 새롭게 획득하게 되었다. 물론 기존 습관도 어느 정도 유지를 하면서 말이다.
- '한 권의 책'이라는 개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 독서의 단위를 굳이 책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 권의 책'이란 개념은 단지 그 책을 쓴 저자의 관점에서 의미가 있을 뿐이지 책을 읽는 독자가 책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를 다 받아들여야 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 독서의 기준을 나의 관심 키워드에 맞춘다. 난 단지 특정 책에서 내 관심을 끄는 키워드만 골라서 읽는다. 물론 책을 구성하는 맥락 자체가 나의 구미를 끌어당기는 경우엔 책 전체를 읽는다. 하지만, 그런 케이스는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책의 구조와 컨텐츠를 내 관점에서 해체/재구축한다. 그런 다음 내 관심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한다.
- '서평'보단 '개념추출'에 집중한다.
- '한 권의 책'에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서평을 적는 일이 극히 드물다. 저자와 대화하기 보다는 저자가 풀어 놓은 키워드 보따리에서 나에게 의미를 주는 키워드에 대한 생각을 확장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 어차피 책을 쓴 저자도 온전히 새로운 개념을 창조한 것이 아니고 기존에 존재하던 여러가지 정보를 재조합해서 다소 유니크할 수 있는 개념을 이끌어낸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저자가 만들어낸 일종의 가상 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프레임에 의존해서 저자가 끌어낸 가상 레이어에 의존해서 서평을 적는 것 보다 내 자신이 보유한 DNA에 적합한 나만의 레이어를 조악하게나마 언급하는 것이 나에겐 더 편한 작업이다. 결국 저자가 이끌어낸 결과물보다는 그 결과물을 가능케 했던 구조적 요소들에 더 주목한다. 저자가 시도한 요소들의 조합은 그냥 참조 데이터로만 간주하고 내 자신이 스스로 조합을 챙기는 편이다.
- 결국 책을 쓴 저자와 대화하기 보다는 저자로 하여금 그 책을 쓰게 한 구조적 요소들과 대화하는 것을 더 즐긴다. 책 자체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보다는 책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내가 좋아할만한 것이 있는가 없는가가 더 중요하다.
위의 2가지 습관을 새롭게 획득하면서, 책을 다소 가볍고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포만감을 느낄 때도 있고, 책의 구절 하나만 달랑 읽고 그 구절과 연관된 여러 가지 생각을 웹처럼 확장시켜 가기도 하고, 책 전체에 대한 조망을 담은 서평을 적을 때도 아주 간혹 있지만, 책을 구성하는 요소들로부터 개념을 추출하고 그 개념에 대한 생각을 포스팅하기도 한다. 이거.. 아무래도 책을 편하게 읽고 싶은 욕망에서 파생된 구차한 독서 패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어쨌든 난 유독(遊讀/流讀)이 편하다. 독서를 유목적으로 플로우스럽게 하면서 기쁨과 배움을 얻으니. ^^
PS. 유독(遊讀/流讀)을 하다 보니, 요즘엔 책이 자꾸 Tag Cloud로 보인다. 아래와 같이 다양한 키워드의 집합체로 책을 바라보고 거기서 맘에 드는 키워드를 발탁해서 나의 뇌/마음과 연결시킨 후에 다양한 변이를 통해 사고의 확장을 꾀한다. 한 권의 책이 구성하는 태그 클라우드는 다른 책이 구성한 태그 클라우드와 다양한 모습으로 엮이게 되고 그런 연결 관계 속에서 새로운 개념이 파생된다. 이러다 보니 한 권의 책에 시선을 온전히 고정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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