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알고리즘 :: 2009/03/18 00:08

유독(遊讀/流讀), 알고리즘 - 검색에서 파생된 유목적 플로우 독서 패턴


특정 키워드를 검색 창에 입력하면 수많은 검색 결과들이 쏟아져 나온다. 눈으로 검색 결과를 훑어 본다. 관심사에 근접한 것으로 보이는 타이틀을 클릭하고 해당 페이지로 이동한다. 거기서 글을 읽다가 정보 욕구에 걸맞는 보상을 얻지 못할 경우, 재빨리 브라우저를 닫고 다시 원래 검색 결과 페이지로 돌아가서 괜찮은 정보가 또 없나 하고 다시 훑어 보다 맘에 드는 타이틀을 클릭하고 다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한다.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검색 사용 패턴에 익숙함을 느끼게 되고 그런 익숙함이 다른 상황으로 전이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의 경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쌓인 정보 탐색 패턴으로 인해 난 독서에 대해 아래와 같이 2가지 습관을 새롭게 획득하게 되었다.  물론 기존 습관도 어느 정도 유지를 하면서 말이다.

  1. '한 권의 책'이라는 개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 독서의 단위를 굳이 책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 권의 책'이란 개념은 단지 그 책을 쓴 저자의 관점에서 의미가 있을 뿐이지 책을 읽는 독자가 책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를 다 받아들여야 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 독서의 기준을 나의 관심 키워드에 맞춘다. 난 단지 특정 책에서 내 관심을 끄는 키워드만 골라서 읽는다. 물론 책을 구성하는 맥락 자체가 나의 구미를 끌어당기는 경우엔 책 전체를 읽는다. 하지만, 그런 케이스는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책의 구조와 컨텐츠를 내 관점에서 해체/재구축한다. 그런 다음 내 관심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한다.
  2. '서평'보단 '개념추출'에 집중한다.
    • '한 권의 책'에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서평을 적는 일이 극히 드물다. 저자와 대화하기 보다는 저자가 풀어 놓은 키워드 보따리에서 나에게 의미를 주는 키워드에 대한 생각을 확장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 어차피 책을 쓴 저자도 온전히 새로운 개념을 창조한 것이 아니고 기존에 존재하던 여러가지 정보를 재조합해서 다소 유니크할 수 있는 개념을 이끌어낸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저자가 만들어낸 일종의 가상 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프레임에 의존해서 저자가 끌어낸 가상 레이어에 의존해서 서평을 적는 것 보다 내 자신이 보유한 DNA에 적합한 나만의 레이어를 조악하게나마 언급하는 것이 나에겐 더 편한 작업이다. 결국 저자가 이끌어낸 결과물보다는 그 결과물을 가능케 했던 구조적 요소들에 더 주목한다. 저자가 시도한 요소들의 조합은 그냥 참조 데이터로만 간주하고 내 자신이 스스로 조합을 챙기는 편이다. 
    • 결국 책을 쓴 저자와 대화하기 보다는 저자로 하여금 그 책을 쓰게 한 구조적 요소들과 대화하는 것을 더 즐긴다. 책 자체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보다는 책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내가 좋아할만한 것이 있는가 없는가가 더 중요하다.

위의 2가지 습관을 새롭게 획득하면서, 책을 다소 가볍고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포만감을 느낄 때도 있고, 책의 구절 하나만 달랑 읽고 그 구절과 연관된 여러 가지 생각을 웹처럼 확장시켜 가기도 하고, 책 전체에 대한 조망을 담은 서평을 적을 때도 아주 간혹 있지만, 책을 구성하는 요소들로부터 개념을 추출하고 그 개념에 대한 생각을 포스팅하기도 한다.  이거.. 아무래도 책을 편하게 읽고 싶은 욕망에서 파생된 구차한 독서 패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어쨌든 난 유독(遊讀/流讀)이 편하다. 독서를 유목적으로 플로우스럽게 하면서 기쁨과 배움을 얻으니. ^^



PS. 유독(遊讀/流讀)을 하다 보니, 요즘엔 책이 자꾸 Tag Cloud로 보인다. 아래와 같이 다양한 키워드의 집합체로 책을 바라보고 거기서 맘에 드는 키워드를 발탁해서 나의 뇌/마음과 연결시킨 후에 다양한 변이를 통해 사고의 확장을 꾀한다.  한 권의 책이 구성하는 태그 클라우드는 다른 책이 구성한 태그 클라우드와 다양한 모습으로 엮이게 되고 그런 연결 관계 속에서 새로운 개념이 파생된다.  이러다 보니 한 권의 책에 시선을 온전히 고정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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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Tracked from 으악! | 2009/11/08 18:14 | DEL

    초등학생 때 안중근 의사 위인전을 읽지도 않고 독후감을 쓰면서 병을 고치는 의사 선생님으로 그를 묘사한 적이 있다. 대학생 때에는 독서 목록에 '베니스의 상인'이 적혀 있었는데 어느 사..

  • 멤피스의 생각

    Tracked from cychong's me2DAY | 2009/11/28 04:16 | DEL

    다양한 키워드의 집합체로 책을 바라보고 거기서 맘에 드는 키워드를 발탁해서 나의 뇌/마음과 연결시킨 후에 다양한 변이를 통해 사고의 확장을 꾀한다

  • 아타로스 | 2009/03/18 07:1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책을 읽을때면 스르륵 넘겨보다가 끌리는 부분들만 찾아서 읽곤 하는데
    흥미가 집중도와 크게 연관이 되어있는 제 특성상 억지로 읽다가 흥미를 읽게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좀더 즐기면서 읽어보자 하고 마음가는대로 읽어왔던방법이었거든요~
    그런데 유독 이라고 여기서 정의를 받고 가게되니 뭔가 깔끔해진 느낌이랄까요ㅎ
    좋은 방향지정, 감사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3/18 09:42 | PERMALINK | EDIT/DEL

      역시 마음 가는대로 흥미를 따라 집중하는 것이 저에겐 적합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아타로스님도 저와 비슷한 스타일이시네요. 반갑습니다. ^^

      즐기면서 읽는 즐독.. 그게 유독인 것 같습니다~

  • BlogIcon 고구마 | 2009/03/18 14: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1) 유독의 가장 큰 적은 초중고딩때부터 암묵적으로 익혀 온
    '책은 모름지기 처음부터 끝까지 진득하게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인거 같습니다.
    저도 유독이 편한데,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쓸데없는 죄의식을 떨치는게 쉽지 않더군요.

    2) 저같은 경우 정보 검색을 할 때 요즘 재미붙이고 있는 방식이 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갖는 키워드를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찾아보는 것입니다.
    구글 이미지 레이블러를 통해 쌓아진 집단지성의 효과를 저는 이렇게 누리고 있답니다.

    3) 결과적으로 유독이나 이미지 검색이나 제가 추구하는 Lateral thinking에 적합한 듯 해서
    저는 앞으로도 이런 독서스타일을 유지할거 같아요. ^~^

    4) 위의 태그 클라우드를 보니 갑자기 생각나서...
    예전에 마틴루터킹 목사 연설을 태그 클라우드로 만들어본건데, 생각나서 링크 겁니다.
    http://blog.naver.com/pupilpil/120053559335


    언제나처럼 인사이트 넘치는 글 감사드립니다.


    ps. 그나저나 저는 프로필 사진의 개가 참 좋았는데, 어느새 바뀌었네요. ^~^

    • BlogIcon buckshot | 2009/03/18 23:13 | PERMALINK | EDIT/DEL

      예, 고구마님 말씀처럼 암묵적으로 익혀 온 고정관념이 가끔 발목을 잡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구글 이미지 레이블러 체험을 한 번 해봐야겠네요. ^^

      Lateral thinking이란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일반/상식/전통적인 카테고리 기반의 사고를 벗어나 횡을 가로지르는 사고방식.. '태그,알고리즘'이란 제목으로 포스팅 예약을 해놓았는데 유독,태그는 모두 lateral thinking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네요.

      링크 걸어주신 태그 클라우드 넘 멋집니다. 보는 것 자체로 자극이 되네요.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

    • | 2009/03/19 04:09 | PERMALINK | EDIT/DEL

      정말로 고구마님 태그 클라우드 인상적입니다. 물론 벅샷님 것도... 두분의 안목과 기술에 질투가 난다는 … -_- 또 고구마님블로그에서 Prezi 프레젠테이션 도구를 보고서 ‘심봤다’라는 외칠번 했습니다. 사실 MS 오피스 파워포인트를 쓰지만, 이 Prezi를 보고서 한눈에 반했다는…. 그런데 댓글을 남길려고 하는 로그인을 해야 된다는 사실에 삐쭘삐쭘 돌아섰습니다 (-_-)<- 이때문에 또 삐딱선을 탄다는 ㅋㅋㅋ. 농담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근데 벅샷님의 글에는 관계없는 말만… 송구. 다 고구마님 때문입니다. ㅋㅋㅋ

    • BlogIcon buckshot | 2009/03/19 09:10 | PERMALINK | EDIT/DEL

      아.. 포스트에 캡쳐한 태그클라우드 이미지는 제 것은 아니구요. 그냥 웹서핑하다가 하나 골라서 넣은 겁니다. ^^

      Prezi.. 장난이 아닌데요.. 정말 자극적입니다.. 넘 맘에 들어요~ ^^
      http://blog.naver.com/pupilpil/120064643353

  • BlogIcon 데굴대굴 | 2009/03/18 11: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언제쯤 그렇게 될지... 한번 잡으면 끈기(?) 때문에 손을 놓지 않게되더군요.

    • BlogIcon buckshot | 2009/03/18 23:14 | PERMALINK | EDIT/DEL

      전 때론 끈기를 놓는 무력함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그게 저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

  • BlogIcon 덱스터 | 2009/03/18 20:38 | PERMALINK | EDIT/DEL | REPLY

    동시다발적으로 책을 읽게 되면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더라구요.

    어릴 땐 '한번 잡았으면 끝까지'가 신조였는데 요즘은 시간에 치여살다 보니...쩝...

    • BlogIcon buckshot | 2009/03/18 23:15 | PERMALINK | EDIT/DEL

      예, 맞습니다. 동시다발적 책읽기 자체가 유독을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4~5권 정도 동시에 잡고 순서 상관하지 않고 마구 읽다 보면 4~5권의 책이 한데 얽혀서 기상천외한 스토리 텔링이 탄생하곤 합니다. 그 재미도 만만치는 않은 것 같아요. ^^

  • BlogIcon inuit | 2009/03/19 00:13 | PERMALINK | EDIT/DEL | REPLY

    遊讀/流讀이라.. 참 흥미로운 개념입니다.
    하이퍼텍스트 방식의 독서는 어쩌면 요즘 시대와 잘 맞는듯도 하네요.
    하지만 눈의 흐름은 하수고, 생각의 흐름이 자유로운 벅샷님의 사유는 고수겠지요.
    재미있는 포스팅 고맙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3/19 09:00 | PERMALINK | EDIT/DEL

      하이퍼 텍스트에 익숙해 지면서 변해가는 저의 독서 패턴을 가급적이면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글을 적다 보니 遊讀/流讀이란 표현이 나왔습니다. inuit님의 '생각의 흐름'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구요.

      많이 바쁘실텐데 귀한 시간 내주셔서 댓글 주시니 그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

  • BlogIcon 고구마 | 2009/03/19 01:33 | PERMALINK | EDIT/DEL | REPLY

    buckshot님께 칭찬은 받았으나 lateral thinking은 제가 만든말이 아니랍니다. 아쉽! ㅎㅎ
    Edward de Bono라는 창의성 연구의 대가가 만드신 말임니다.
    워낙 독서를 즐기시는 분이니 책 추천하고 갈께요.

    1) 드보노의 창의력 사전
    2) 필립코틀러의 수평이동 마케팅


    위의 두가지 책은 읽어보실 가치가 있으실거예요 ^~^

    • BlogIcon buckshot | 2009/03/19 09:05 | PERMALINK | EDIT/DEL

      예,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labortainment란 표현을 만들어 내신 고구마님께서 lateral thinking을 언급하시니 제겐 더욱 강화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

      아. 드 노보의 창의력 사전.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인데. 제가 수평적 사고란 표현을 잊고 있었네여. 고구마님의 댓글로 인해 lateral thinking이 부활한 것이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필립코틀러의 수평형 마케팅은 함 읽어봐야겠습니다. ^^



  • BlogIcon 이승환 | 2009/03/21 11: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아, 훌륭한 통찰이십니다! 앞으로는 무얼 봐도 좀 해체와 재구성을 의식적으로 해야겠다능...

    • BlogIcon buckshot | 2009/03/21 11:30 | PERMALINK | EDIT/DEL

      어이쿠, 통찰은 아닙니다.
      그저 자기 스타일에 맞게 편하고 맘 가는대로 책을 즐겁게 대하자라는 취지에서 적은 글입니당. ^^

  • BlogIcon 고무풍선기린 | 2009/03/25 01: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다치바나 다카시의 '지식의 단련법' 이라는 책을 지금 읽기 시작했는데, 말씀하신 유독의 방법과 비슷한 내용을 목적선행형 독서법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하고 있네요.

    책을 보다가, 유독이 생각나서 덧말 남겼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3/25 09:19 | PERMALINK | EDIT/DEL

      고무풍선기린님, 좋은 책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월 책 구매 리스트에 바로 올렸습니다. ^^

  • BlogIcon ego2sm | 2009/04/16 14:5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6년 가까이 블로깅을 해오면서 책의 구절 하나만 달랑 읽고 그 구절과 연관된 여러 가지 생각을 포스팅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책을 구성하는 요소들로부터 개념을 추출하고 그 개념에 대한 생각을 포스팅'하는 일도 책을 통채로 읽고 리뷰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늘 잘 읽고 있었는데 이제야 인사드리네요.^^

    오픈캐스트도 잘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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