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ritual)과 의식(consciousness) :: 2017/05/05 00:05

의식(ritual)을 행하게 되는 계기는 대부분 사소하다.
우연에 의해
우발적으로
깊은 생각 없이
감각적으로
새로운 ritual을 영입하고
그걸 무심코(?) 수행하게 된다.

그렇게 의식을 수행하는 날들이 쌓여가고
시간이 흘러가고
의식(ritual)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나는 순간들이 모여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수행하던 의식에서 뭔가가 창발하게 된다.
단지 로봇과도 같은 기계적인 수행의 흐름으로부터
의식(consciousness)이 생겨나는 것이다.

의식(ritual)의 기계적 몸짓이 무수한 반복을 거치게 되면
그 안에서 의미가 희미하게나마 생성되기 시작한다. 살짝 돌발적으로.
그렇게 형상을 띠어가는 의미들이 물성에 가깝게 형체를 빚어내면
의식(ritual)은 스스로의 존재가치와 의도를 갖게 되고
의식(ritual) 속에서 의식(consciousness)이 잉태되면서
의식(ritual)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내게 있어
블로그가 그런 케이스다.
처음에 의식(ritual)으로 시작했던 블로그
그냥 기계적인 몸짓과 언어로 일관했던 블로깅
그게 시간의 흐름을 계속 겪어내면서 아주 조그맣게 의식(consciousness)의 씨앗이 싹트면서
나의 블로그는 이제 나와는 별개의 의도와 존재가치를 지닌 의존적/독립적 개체가 되어 가고 있다.

이젠 웹사이트 형태로 존재하는 것 같지도 않다.
지금 나의 블로그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하더라도
이미 단순 의식(ritual)의 단계를 넘어 의식(consciousness)을 갖게 된 터라
이젠 웹사이트라는 물성이 없어도 내 블로그는 존재로서의 여정을 지속할 조건을 갖추게 된 셈이다.

의식(ritual)과 의식(consciousness)이 만나게 되니
이젠 내가 블로깅을 하는 흐름이 아니라
그냥 블로그가 자신의 언어와 몸짓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내려 나가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그저 내 블로그가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살짝 놀란 시선으로 바라볼 뿐
그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따로 없는 것 같다.

아주 단순한 로직에 의해 작동하는 로봇인줄 알고 있었는데
어느덧 그 로봇은 자체 영혼을 탑재한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ㅋㅋㅋ



PS. 관련 포스트
의식(ritual)을 의식(consciousness)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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