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의 서재이다. :: 2013/11/22 00:02


주말에 교보문고에 갔다.

'
그들에게 린디합을'이란 표제를 달고 있는 총 9편으로 구성된 단편소설집을 꺼내 들었다.
(
담요, 폭우, 침묵, 그들에게린디합을, 여자들의세상, 육인용식탁, 과학자의사랑, 달콤한잠, 애드벌룬)

모두 내 취향에 부합하는 내용들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흐뭇했다. 누군가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다 읽고 나서 이 책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책을 다 읽고 책을 사고 싶은 마음이 발생하다니. . 내가 왜 이러는 거지.

한참을 고민했다. 살까 말까. 살까 말까.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책을 다 읽었는데 꼭 살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맘에 드는 책을 만났는데 구매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요동치는 마음을 억누르고 일단 서점을 나왔다. 그리고 지금 집에 앉아 다시 마음에게 물어본다. 그 책을 안 사길 잘한 건가? 아님 안 사서 미련이 남는 건가?

마음은 대답한다.
"
세상이 너의 서재이다."

서점에 마음에 드는 책을 두고 왔으면 서점이 나의 서재이다. 세상을 살면서 세상 속에 마음에 드는 구절을 새겼으면 세상이 나의 서재이다. 서재는 팬시한 인테리어의 독서 환경을 집에 구축해 놓은 모습이 아닌 것이다. 서재는 내 마음 속에도 존재할 수 있고 서점에 존재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세상 자체가 서재일 수 있다. 나는 오늘 책 한 권을 놓고 마음의 씨름을 전개했고 그 결과 거대한 교보문고를 나의 서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서재가 집의 외부에도 존재할 수 있구나란 생각을 하니 마음이 뿌듯해진다.

나는 '그들에게 린디합을'이란 책을 언젠가는 구입할 수도 있고 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들에게 린디합을'이란 책은 이미 내 서재에 진입한 상황이다. 그 책이 내 서재에 있는 한, 나는 그 책을 통해 받은 느낌과 배움을 언젠가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구입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보관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독서와 독서 환경에 대해 어떤 프레임으로 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나는 오늘 '그들에게 린디합을'을 나의 서재 어딘가에 살며시 놓아 두었다. ^^



PS. 관련 포스트
읽었다. 읽지 않았다.
픽업
서점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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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 2013/11/27 12:4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나친 수집욕심에 빠지기도 하는데 서점,도서관이 또 다른 나의 서재라고 생각한다면 수집욕심에서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겠네요

    • BlogIcon buckshot | 2013/12/02 09:07 | PERMALINK | EDIT/DEL

      책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오전, 너무 소중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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