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군독 플랫폼이 되다. :: 2013/04/10 00:00

서비스를 정형화된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고
나름 독창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올해 1월초부터 페이스북을 특이한 모습으로 사용하고 있다. 단초를 제공한 것은 메모장이었다. 일반적으로 제공되는 메모장 기능을 쓰면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단상을 편하게 적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뭐랄까. 군무(群舞)와 독무(獨舞)를 둘 다 하고 싶은데 독무만 하려니까 심심했던 건지 이상하게 손이 잘 가질 않았다. 메모장에 수시로 들어가서 그 자체가 생각을 자극하거나, 생각이 떠오를 때 손이 바로 메모장으로 갈 수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어색했다. 메모장에 들어가서 생각을 떠올리는 것도 껄끄러웠고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장을 실행하는 것도 불편했다. 에버노트가 괜찮긴 한데 그것도 어딘가 허전함이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자주 들어가서 생각이 나면 글을 올리곤 했다. 그런데 트위터/페이스북의 경우, follower/친구들이 본다는 것을 의식할 수 밖에 없어서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해서 올리다 보니 수시로 마구 떠오르는 단상을 편하게 올리기는 힘들었고 무엇보다도 스팸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빈번하게 떠오르는 단상을 모두 옮기려면 순식간에 몇 십개의 포스팅을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했다간 주위에 민폐를 끼치게 되기 십상이니 아무래도 포스팅을 자제할 수 밖에 없었다.

메모장은 왠지 손이 안가고, 손이 잘 가는 페북/트위터는 글을 막 올릴 수가 없고.
메모장은 독무만 할 수 있어서 아쉽고, 페북/트위터는 군무를 위한 공간이어서 역시 20% 부족하고.

문득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페북에 올리는 글들은 과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적는 글인가?"
이건 즉답이 가능한 질문이었다. 대개 그렇지 않다. 내가 페북에 올리는 글들은 대부분 내 자신이 보기 위해 올리는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나의 생각을 내 자신에게 들려주기 위해 글을 올리는 경우가 훨씬 많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페북에 올리는 글을 공개모드로 설정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도대체 지금까지 내가 뭔 짓을 했던 거지? ^^

바로 실행에 옮겼다. 페북에 비공개 모드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니까 너무 편하고 좋았다. 군무와 독무를 모두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분명 광장에 존재하는데 광장 속에서 혼자 만의 생각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만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이 광장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며 타임라인을 형성하는 모습이 제법 괜찮아 보였다.

군독무 공간의 탄생.

비공개 모드로 포스팅하니까 생각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글을 마구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아무 생각이나 막 써도 되고 아무리 많이 올려도 스팸 부담도 없고.  메모장에 단상을 적는 게 왠지 뻘쭘했는데 페북에 올리니까 내 진솔한 생각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덤으로 남의 생각도 같이 읽고 넘 좋다.

광장 속의 독방, 독방 속 광장.
광장과 독방이 뫼비우스의 띠를 형성하며 흘러가는 요상한 타임라인.
단지 공개모드를 비공개모드로 전환했을 뿐인데.  ^^




PS. 관련 포스트
군독무
소셜 네트워크와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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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uy toms

    Tracked from buy toms | 2013/06/13 11:14 |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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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RSgMhfP

    Tracked from GRSgMhfP | 2013/06/13 11:28 |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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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The Black Ager | 2013/04/10 00:38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럼 적어도 페북 주소는 공개하셔야죠!!! ㅎㅎㅎ 벅샷님 잘 지내고 계시죠? 카스토리 강추합니다 ^ ^

    • BlogIcon buckshot | 2013/04/10 09:20 | PERMALINK | EDIT/DEL

      비공개 모드로 전환하면서 페북은 생각의 자유를 마음껏 펼치는 공간으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습관적인 페북 방문이 생각을 자극하고 마구 올리는 포스팅이 생각을 인도하는 경험. 참 좋은 것 같아요. 이런 맛을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지 정말 아쉽습니다. ^^

    • BlogIcon The Black Ager | 2013/04/10 19:10 | PERMALINK | EDIT/DEL

      ㅋㅋ 네~ 그래서 페북은 공개 안 하실 건가요? ^^

    • BlogIcon buckshot | 2013/04/10 20:50 | PERMALINK | EDIT/DEL

      개인용도라서요. ^^

  • BlogIcon Scaldi | 2013/04/10 17: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페이스북에 단편적인 생각을 올리긴하는데 그래도 일기형식으로 쓰는글은 flava에 올리긴하죠..
    우선 비공개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사진이랑 이런저런거 올려도 눈치 안보이고 ^^
    기회 되신다면 한번 접해보시는것도.. https://www.takeflava.com/ 아이폰을 가끔식 쓰네요 ㅎㅎ

  • morneault | 2013/04/17 02: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동의합니다! 저도 페이스북에 포스트를 비공개로 바꿀 수 있게 기능이 바뀐 이후부터 자주 사용하고 있죠. 타임라인으로 바뀐 이후로 더더욱 제 단상들을 기록하는 즐거움(?)이 생겨 애용하고 있답니다. 이걸 광장으로 표현하신걸 보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 이거였군~ 오늘도 좋은 글 보고 갑니다

    • BlogIcon buckshot | 2013/04/17 09:23 | PERMALINK | EDIT/DEL

      단상을 맘놓고 적을 수 있다는 것. 은근한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광장속에 독방을 마련한다는 것은 가슴떨리는 기쁨인 것 같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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