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알고리즘 :: 2009/07/03 00:03

mooo님께서 나의 사진론이란 주제로 릴레이 포스팅을 시작하셨다.

릴레이 규칙입니다.

1. 사진이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글을 적으시고
thruBlog에 여러분의 글을 트랙백해주세요.
5. 이 릴레이는 7월 6일까지 지속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릴레이는 moo님 → mahabanya님 → 모노피스님 → 벼리지기님 → snowooball님 → 초서님 → 고무풍선기린님을 거쳐 나에게 전달되었다


난 사진을 잘 모른다. 사진을 거의 안 찍는다. 어쩌다 찍으면 집사람한테 엄청 면박을 먹는다. 그걸 사진이라고 찍냐고.  칭찬을 해줘도 할까 말까 한데 캐비난을 하니 동기부여가 하나도 안 된다. 그래서 사진 안 찍는다. ^^

그래도 고무풍선기린님께서 부탁하셨으니 릴레이에 참여해야 한다.  억지로라도 논리를 만들어야겠다~

아래는
누워 있는 아빠 2: 인간 놀이기구로 진화하다. 에 넣었던 사진이다.  작년 6월에 서울숲 놀러 갔다 찍은 사진이다. 이렇게 사진 찍어 놓으면 그 사진은 디지털 아카이브에 잠복상태로 저장이 되었다가 어떤 계기를 맞아 잠복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 깨어남은 그 당시 맥락을 복사하듯 그대로 떠올리는 직독직해형 재현의 모습을 띨 수도 있고 현재 시점에서 그 당시를 새롭게 재현하는 왜곡/변조형 재현의 모습을 띨 수도 있다. 지금 아래 사진을 보니 그 당시 상황이 여러 가지 의미로 중첩되면서 나에게 새롭게 다가옴을 느낀다. 가족과 간만에 하는 외출, 딸아이의 행복한 웃음, 집사람의 흐뭇한 미소, 그닥 바쁘지도 않은데도 열나 바빴던 작년보다도 외출이 줄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느끼는 자괴감.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그 여유를 되찾아 보고 싶은 욕구의 발현... 하나의 스냅샷 안에 담겨져 있는 다차원적 함의. 사진은 그런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잠, 알고리즘에서 아래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기억에서 잊혀졌던 과거 속의 노래가 어떤 계기를 맞아 새롭게 조명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거대한 노래 아카이브 속에서 잠을 쿨쿨 자던 노래가 마법과도 같은 주문에 의해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시간 속에 묻혀 지내고 있던 아카이브 속 정보들은 정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할 것이다. 음악, 책, 영화, 신문, 드라마,.. 흘러간 시간과 기억은 항상 주위를 맴돌고 표류하는 것이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잠복은 약한 연결을 의미한다. 컨텐츠 아카이브는 거대한 잠복 플랫폼이다. 단절되지 않고 흐릿하게나마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촉발작용에 의해 깨어날 수 있는 것이다. 개인 관점에서도 거대한 아카이브가 존재한다. 인간 자체가 거대한 아카이브이고, 인간이 생성해 내는 다양한 컨텐츠가 아카이브다.  내 개인적 관점에서도 잠복 플랫폼은 이미 존재한다.  Read & Lead 블로그는 2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600개를 상회하는 포스트가 쌓여 있다. 이걸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꺼내는가에 따라 다양한 의식화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사진은 나에게 있어 '거잠'이다.    (거잠(巨潛): 거대한 잠복)



이 바통은
mepay님과 토댁님께 보내드리고 싶다.  항상 멋진 사진을 포스트에 올려 주시는 두 분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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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릴레이] 나의 사진론

    Tracked from 고무풍선기린의 Contraposto | 2009/07/03 06:21 | DEL

    릴레이 규칙입니다. 1. 사진이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글을 적으시고 ..

  • [릴레이] 나의 사진론

    Tracked from 맑은독백 | 2009/07/03 10:15 | DEL

    지난 몇 일간 독서에 대한 릴레이가 한창이었습니다. 그 릴레이를 통해서 많은 분들을 뵈었고, 많은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기존에도 많은 릴레이들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관심가지는 것에 ..

  • BlogIcon 쉐아르 | 2009/07/03 01: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ㅎㅎ buckshot님도 참여하셨군요. 저도 어제 올렸습니다. 저는 자발적 참여입니다. 저희 부부는 요즘 나이가 들었는지 가끔 몇년전의 사진을 꺼내 봅니다. 아이들 어렸을 때 사진이지요. 그럴 때면 buckshot님 이야기하신대로 한참 전의 기억이 쿨쿨 잠에서 깨어납니다. 글 잘 봤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7/03 06:40 | PERMALINK | EDIT/DEL

      사실 쉐아르님께 바통을 넘긴다는 예약 포스팅을 올렸다가 쉐아르님 포스트를 보고 급히 수정했다는.. ^^

      저도 나이가 마흔이 되다 보니 이제 슬슬 딸내미 사진에 눈길이 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 BlogIcon 고무풍선기린 | 2009/07/03 06: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수면 위에 들어나는 빙하의 크기는 얼마되지 않지만
    수면 밑에서 잠복 되어 있는 거대한 규모의 빙하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거대한 아카이브로 이야기를 풀어가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7/03 06:42 | PERMALINK | EDIT/DEL

      고무풍선기린님 덕분에 급취약 분야인 사진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되어 참 좋습니다. 모르는 분야, 약한 분야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경험은 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고무풍선기린님 바통을 계기로 앞으로 이런 유형의 시도를 좀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통 넘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BlogIcon 맑은독백 | 2009/07/03 10: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벅샷님도 참가하셨네요..
    요근래 릴레이가 풍성한 것 같습니다.

    거잠이란 단어 곱씹고 갑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7/03 19:53 | PERMALINK | EDIT/DEL

      맑은독백님의 사진 고수 느낌이 물씬 풍기는 포스트를 인상깊게 잘 보았습니다. 새로운 가르침을 얻은 느낌입니다. ^^

  • BlogIcon mooo | 2009/07/03 11:0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좋은 아빠십니다!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것만큼 아이에게 큰 선물은 없는 것 같아요. :-)
    사진이라 것도, 기억이라는 것도, 글이라는 것도, 어떤 관점에서 들쳐보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는 말씀이 상당히 와닿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7/03 19:53 | PERMALINK | EDIT/DEL

      요새 거의 놀아주지 못해서 아빠의 위상에 위기감이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1년 전 사진을 보면서 많이 분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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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알고리즘 :: 2009/07/01 00:01

포털 메인 페이지 상단 배너 광고에 '수학의 정석'이 등장한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수학의 정석... 고등학교 시절(1985년~1987년)을 함께 보낸 수학참고서의 전설.. 두꺼운 책 두께가 베개용으로 딱이었고, 공부하다 수학의 정석 위에 엎어져 자다 침을 질질 흘려서 수학의 정석은 항상 너덜너덜한 상태였던 기억이 난다. ^^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오랜 시간이 흘러서도 수학의 정석은 꿈 속에서 간혹 등장하곤 했다. 40세가 된 지금은 잠잠해 졌지만 30대 시절에만 해도 나는 2가지 악몽을 곧잘 꾸곤 했던 것이다. 한가지는 군대 꿈이다. 난데 없이 다음 주에 군에 재 입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명적인 악몽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악몽이 바로 '수학의 정석' 나이트메어이다. 내일이 학력고사(요즘 수능) 날인데 수학의 정석을 한 페이지도 못 보고 시험장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인 거다. 정말 처절한 악몽이 아닐 수 없었다. ^^

최근 DBR(동아비즈니스리뷰)에서 '수학의 정석'을 다룬 아티클을 보게 되었다.

“쉼 없는 개혁이 4000만 권 신화 이뤘다”


수학의 정석이 아직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나 보다.. 정말 대단하다.  동일 상품으로 몇십년 간 1위 자리를 스테디하게 지킨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교과 과정이 계속 바뀌는 지속적인 변화 상황 속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집스럽게 유지하면서 조용히 내실의 변화를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나이를 먹더라도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은 유지하되 20대, 30대, 40대로 연령대에 맞는 내실의 변화를 지속하는 것이 멋있게 나이 먹어가는 것일 텐데 수학의 정석은 바로 그걸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수학의 정석'은 '고전'이다. 여전히 현재를 리드하고 있는 고전. 단지 마음 속 추억의 입지가 아닌 혈기왕성한 현역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마켓을 선도하고 있는 고전의 면모가 '수학의 정석'에겐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현실(수능)과 가상세계(악몽^^) 속에서 확고한 입지를 유지하는 '수학의 정석'.. 지금 6살인 내 딸도 수학의 정석을 보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만약 내 딸이 수학의 정석을 보게 된다면 절대 수학의 정석을 보다가 졸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수학의 정석에 흘린 침들이 책을 너덜너덜하게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오랜 세월이 흐른 훗날에 이르러서도 '수학의 정석'에 관한 악몽을 꾸게 되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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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mooo | 2009/07/01 11: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련한 추억이네요. :-)
    저는 아직도 정석을 가지고 있답니다. 왠지 그건 버리기가 아깝더라구요.
    수학의 정석, 맨투맨, 아직도 책장에 꽂혀있네요.

    • BlogIcon buckshot | 2009/07/01 23:23 | PERMALINK | EDIT/DEL

      저는 수학의정석을 읽어버렸는데 2007년에 문득 그 책이 그리워져서 후배가 갖고 있는 정석책을 뺏어서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

  • BlogIcon 지구벌레 | 2009/07/01 12:3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정석이네요...
    학창시절이 생각나는 군요..
    아직도 건재한지는 몰랐네요.
    하긴 수학과목이 완전히 새로워질리 없을테니..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9/07/01 23:24 | PERMALINK | EDIT/DEL

      수학의 진화가 느려서 수학의정석이 장수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

  • BlogIcon 똥꼬아빠 | 2009/07/01 19: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요즘 그런광고 있던데요. "집합만 봐서 앞단원만 너덜너덜 하다는.." 아내와 한참을 웃었는데요.
    갠적으론 자율형 사립고만 만들지 않았더라도 더 가치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 BlogIcon 지니 | 2009/07/02 16: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수학의 정석. 기본만 보면 좋은데(?) 못간다고 해서 실력편도 사뒀는데, 깨끗하게 모셔둔 기억이...... 그책의 깨알같은 글씨의 대단한 난이도의 문제들. 참 기겁하게 만들었더랬죠. 지금쯤도 친정집 어딘가에 있을지 몰라요... 흐흐흐...
    참.. 님의 글을 매번 잘 보다가 드뎌 한RSS 등록을 했다지요. 칭찬해 주십시요.. ㅋㅋㅋ

    • BlogIcon buckshot | 2009/07/02 20:56 | PERMALINK | EDIT/DEL

      실력 넘 어려워요. 기본도 벅찬데~ ^^
      지금 생각해도 가슴 빠개지는 문제들..

      RSS 구독해주셨다니~ 감동입니다. 넘 감사합니다~ ^^

  • BlogIcon ego2sm | 2009/07/02 22: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수학 때문에 원하는 대학 못 간(?) 저로선
    저 정석만 봐도...주먹...이....^^;;
    저희 고등학교는 고1때부터 실력을 가르쳤는데
    그 악몽은...참...수학이 밉습니다...ㅠ
    (사실, 정석만한 수학책도 없다고 생각은 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7/03 06:38 | PERMALINK | EDIT/DEL

      헉 고등학교에서 실력을 가르치다니. ㅠ.ㅠ 충격입니다.
      에고이즘님 말씀처럼 정석만한 수학책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정석의 내용이 조금만 쉬웠어도 고등학생들의 머리가 조금은 덜 아팠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좀 있습니다. ^^

  • BlogIcon 쉐아르 | 2009/07/03 01: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미국에 와서 아이들 수학 봐주며 맨날 하는 소리가 '누가 정석 영어로 번역 안하나?'입니다. 정석은 정말 훌륭한 수학교재입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7/03 06:39 | PERMALINK | EDIT/DEL

      아.. 그렇겠네요. 와.. 왜 정석 영어판이 안 나오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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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알고리즘 :: 2009/06/29 00:09

2006년 11월

회사 후배에게 자료를 요청했는데 메일로 파일을 보내주지 않고 메신저로 URL을 보내준다. URL을 클릭하니, 후배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올린 파일이 로딩된다. 후배에게 사이트를 운영하냐고 물어보니, 걍 블로그라고 한다.  난 블로그는 네이버나 다음에만 있는 줄 알았고 태터툴즈라는 경이적인(^^) 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았다. 며칠 후 난 후배에게 어떻게 태터툴즈로 블로그를 만들 수 있는지 물어 보았다. 후배는 간단치 않다고 나에게 쫑크를 준다. 도메인도 생성해야 하고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었다. 혼자 끙끙거리리다 결국 참지 못하고 후배에게 다 알아서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하게 된다. 후배는 첨부터 끝까지 거의 다 해주었다. 난 그렇게 어이없게 블로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건 뭐 거의 기적 같은 일이다. 그때까지 난 블로깅에 거의 관심이 없었고 개인 도메인을 만들어서 태터툴즈로 블로그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은 내겐 너무도 벅차도록 위험한 시도 그 자체였다.  그저 우연히 후배가 개인 사이트에 파일 올려놓고 있는 것이 부러워서 따라쟁이하다가 너무 깊은 곳까지 파고들게 된 것이다. 이건 뭐 거의 기적 같은 일이다.



2007년 11월

주말에 코엑스에 갔다가 시간이 남아서 킬링 타임이나 하려고 서점에 들렀다.  '부의 기원'이란 책이 눈에 띄었다. 솔직히 속으로 크게 비웃었다. 나~ 원~ 참~ 캐거창하기도 하지 '부의 기원'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되도 않는 얘길 써놓았는지 맥스 5초 정도 훑어 보려고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5초 만에 책을 내려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 5분 만에 일단 책을 내려 놓았다. 무거워서.. 책도.. 책 내용도..  잠시 후, 책을 다시 집어 들어 계산대로 향했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난 아마 이 책을 사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도 많이 좋아하고 있는 책 '부의 기원'은 그렇게 아주 우연한 계기에 발견하고 구입하고 읽게 되었다. 아주 우연히 알게 된 보석 같은 책이라 끈기 있게 다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을 한 번에 포스팅하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 분절화된 형태로 가볍게 올렸다. 한 번에 느낌을 다 적으면 넘 아까울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  그렇게 하다 보니 책을 자꾸 가까이 하면서 자주 펴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 책에 나오는 주요 키워드 중에 유독 '알고리즘'이란 단어가 눈에 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결국 2008년 5월
The Algorithm Economy  포스트를 올리게 되었고 이 포스팅을 계기로  '알고리즘'이란 단어를 무의식적으로 기약하게 된다.



2008년 11월

2007년 10월부터 월수금 3W 포스팅 체제로 가기 시작했다. (3W = 3 posts per Week, 주 3회 포스팅)  2008년 6월부터는 특정 키워드를 테마로 잡고 월수금 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한 주에 하나의 키워드를 잡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 5개월을 끌다가 11월10일 포스트에 무심코 '알고리즘'이란 키워드를 넣어서
인간, 알고리즘 포스트를 작성하게 되었다. 우연히 시작한 알고리즘은 지금까지도 지리하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남루조악한 포스트의 연속에 불과하지만, 개인적으론 나름 흐뭇함을 느낀다. 2009년 6월29일, 오늘로 알고리즘 포스트가 도합 100개가 되었다.   꽤 많네.. ^^



우연..

2006년 10월로 돌아가서 지금의 내 모습을 바라본다면 정말 어이없고 경악할 노릇이다. 도저히 블로깅을 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이 블로깅을 하게 되었으니.. 

글을 쓴다는 것, 블로깅을 한다는 것, 한가지 키워드에 천착한다는 것..  모두 2006년 10월의 내 상태와는 거리감이 상당하다.  정말 우연에 우연을 더하고, 우연에 우연을 곱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2006년 11월 후배의 개인 사이트를 부러워 했고, 그걸 따라 했고, 2007년 11월에 오프라인 서점에서 에릭 바인하커의 '부의 기원'의 포스를 눈으로 확인했고, 책을 샀고, 전철 속 책의 무게감을 견뎌가며 끝내 책을 다 읽어냈고, 거기서 '알고리즘'이란 키워드가 반짝거리고 있는 것에 주목했고, 2008년 6월에 키워드 시리즈 포스팅을 시작했고 그걸 이어 나갔고, 그러다 11월에 '알고리즘'과 관련한 포스팅을 했고, 그 이후로 계속 '알고리즘' 포스팅을 지속했고..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 중에서
시간을 과거로 돌려서 지금까지 오기 위해 험난한 과정을 마니마니 거쳐야만 했던 것이 있다면
그건 나에게 매우 소중하고 기적과도 같은 그 무엇일 가능성이 높다.

분명, 블로깅은 내겐 너무 소중한 것이다.  조악한 포스팅의 연속이지만 지금 내가 블로깅을 하고 있다는 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살아 가면서 미천하나마 '나만의 기적' 하나를 이뤄 낸다는 건 보람 있는 일이다.  ^^





김동률 & 이소은  - 기적







PS.  오늘 포스트는 재미, 알고리즘 포스트의 댓글에 아래와 같이 답변을 달다가 작성하게 되었다.  아주 우연히..  그야말로 우연히 우연에 대해 우연하게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

신, 결핍되지 않은 존재가 놀이 삼아 하는 일이 창조이고 평범한 사람이 놀이를 즐길 수 있게 될 때, 신과 같은 느낌을 살짝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하고 있는 블로깅이 저에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 알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놀이를 하는 이유는 즐거움 때문이고, 즐거운 이유는 놀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선순환 트랙에 올라타게 되는 이유는 바로 '우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놀이-즐거움'의 순환 트랙을 경험하게 될 '우연'이 찾아온다고 생각하구요.  '우연'이기 때문에 더욱 귀하고 귀하기 때문에 놓치지 않고 강화시켜야 하는 그런 기회가 '우연'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분명 뭔가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의식적인 즐김이 대부분이어서 잘 눈치를 못채고 있을 것 같구요. 자신이 뭘 즐기고 있고 자신에게 찾아온 기적과도 같은 '우연'이 뭔지를 이해해 나가는 것.. 그게 인생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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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한방블르스 | 2009/06/29 00: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우연이라는 포스팅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늘 우리의 만남이 우연일까? 하는 의문이 항상듭니다. 답은 아닐거라는 방향으로 가더군요.
    정해져있는 운명이 우연이라는 우연을 가장하여 우리가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연을 생각하면 나훈아의 노래가사가 늘 떠오릅니다.

    인연이라는 만남도 있지만
    숙명 이라는 이별도 있지
    우리의 만남이 인연 이었다면
    그 인연 또 한번 너였음 좋겠어
    어쩌면 우리 언젠가 또 다시 우연을 핑계로 만날지 몰라

    우연을 핑계로 누군가와 또는 어떤 일과 만나기를 바라고 있고 또 그렇게 운명지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합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6/29 09:36 | PERMALINK | EDIT/DEL

      한방블르스님,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우연과 인연은 어쩌면 하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연 속의 인연, 인연 속의 우연.. 서로를 끝없이 참조하며 흘러가는 뫼비우스의 띠인지도..

  • BlogIcon 하민혁 | 2009/06/29 01: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제가 한방블르스님께 티스토리 초대장을 받은 것도 그런 우연 가운데 하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BlogIcon buckshot | 2009/06/30 07:32 | PERMALINK | EDIT/DEL

      아, 하민혁님의 블로깅 우연은 한방블르스님의 초대장부터 시작되었군요. ^^

  • BlogIcon 토댁 | 2009/06/29 09:3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찌 어찌 buckshot님을 알게 되어
    감시 댓글 달게 되고
    쓸데 없는 제 댓글에 의미를 부여하시는
    buckshot님이
    제게 우연이고 기적이십니다....!!
    토댁인 이것이 인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쑥쓰~~~~


    좋은 월요일 되셈~~~

    • BlogIcon buckshot | 2009/06/29 10:03 | PERMALINK | EDIT/DEL

      알고리즘 포스트를 시작한 것이 2008년 11월10일이고 토댁님을 첨 알게 된 시점이 2008년 11월15일이네요. ^^

      토댁님과의 인연도 제겐 우연이고 기적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리고 싶여요~ ^^

  • BlogIcon 솽민군 | 2009/06/29 11: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블로그 추천글에 올라왔길래 들렀다 갑니다.

    주제와는 그닥 상관 없는 댓글이지만요,
    한 주에 3번의 포스팅, 키워드를 정해놓고 포스팅을 하신다는 글에
    오호라... 좋은데...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초보 블로거인 제게는 왠지 '기본'이 되어야할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절주절 기준없는 글을 올려대는 것 보다는,
    훨씬 색깔있는 블로그가 될 수 있겠네요.^^;;

    이렇게 제가 찾아온 것도 우연이고,
    또 제게는 긍정적인 의미가 되겠지요.^^

    • BlogIcon buckshot | 2009/06/29 20:38 | PERMALINK | EDIT/DEL

      3W 포스팅을 꾸준히 하다보니 여러가지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의 포스트에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실을 수 있는 측면이 가장 좋은 것 같구요. 그러다 보니 가벼운 소통도 하고 싶어 트위터까지 해야 하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요. ^^

      귀한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솽민군님 댓글을 통해 우연의 귀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리마인드 하게 됩니다~

  • BlogIcon 이채 | 2009/06/29 15: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우연이 쌓이더니 이런 포스팅의 집대성, 굉장한 블로그가 탄생한 거군요. 휘유. 저 같은 경우는...음...우연이 작용했다기보다는, 스스로의 의지가 많이 컸던 거 같긴 해요. 싸이월드에 질렸고, 회사에 들어왔고,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뭐 그런 것들이었어요^^

    • BlogIcon buckshot | 2009/06/29 20:39 | PERMALINK | EDIT/DEL

      이채님도 저와 같이 일상 속의 '우연'에 의해 블로깅을 하기 시작하셨군요. 넘 반갑습니다. ^^

  • BlogIcon 지구벌레 | 2009/06/29 17: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3w이라..참 좋군요.
    어렴풋이 주당 3회 포스팅은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좀더 의식적인 포스팅을 해봐야겠습니다.
    저도 언젠가 오늘을 우연으로 기억할 수 있을까요^^

    • BlogIcon buckshot | 2009/06/29 20:40 | PERMALINK | EDIT/DEL

      솔직히 주3회 포스팅 룰을 세우지 않았으면 블로깅을 지속하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넘 욕심을 부리지도 않고 넘 게으르지도 않는 나만의 균형점을 찾은 것 같구요.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구벌레님을 만난 우연도 제게 매우 소중합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 BlogIcon mooo | 2009/06/29 17: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조악한 포스팅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

    저 또한 벅샷님의 글을 "우연"하게 접해서 지금까지 보고 있지만, 그 "우연" 뒤에는 항상 그래야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일에 정말 "우연"하게 찾아오는 일은 없으니까요. 저는 그리 믿고 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6/29 20:41 | PERMALINK | EDIT/DEL

      많이 부족하지만 mooo님의 격려로 인해 에너지를 얻고 있습니다. ^^

      우연 뒤에 존재하는 필연을 알게 되는 과정이 인생인가 봅니다. mooo님의 글은 항상 저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 BlogIcon mepay | 2009/06/30 06: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삶은 우연의 연속이라고 하지요. ㅎㅎ

    • BlogIcon buckshot | 2009/06/30 07:19 | PERMALINK | EDIT/DEL

      mepay님과 저의 샴쌍둥이 시리즈가 연속되는 우연은 정말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

  • BlogIcon 명이 | 2009/06/30 10: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더해지고, 더해져서 여기까지..ㅎㅎ
    저도 우연히 시작한 블로그에 그냥 한번 해보라던 트윗 등등....
    일, 만남, 인연. 참...우연이라는 이름을 가장한 삶의 즐거움들이 가득한거 같습니다.
    전 요즘 좀...게을러진듯하야 반성중이에요..ㅎㅎ
    더위만 한풀가시면, 다시 정신줄 잡고 뛰어봐야겠죠?
    늘, 벅샷님의 좋은 글들 보면서 깨달음도 얻고, 재미도 느낀답니다~!!! 화이팅!


    축하드려요~ 벅샷님!!!

    • BlogIcon buckshot | 2009/06/30 23:02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명이님~

      우연을 기고 우연 속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요즘 덥네여.. 더위 속에서도 명이님의 포스트와 트윗은 싱그러움을 더해가는 것 같습니다. 넘 멋지십니다~ ^^

  • BlogIcon gmin | 2009/06/30 20:0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알고리즘 잘 보고 있습니다. 왜 갑자기 모든 포스트에 알고리즘이 붙었나 했더니 이런 이유에서 였군요. 정말 재미 있습니다.

    • BlogIcon buckshot | 2009/06/30 23:03 | PERMALINK | EDIT/DEL

      모자란 글을 재밌게 보아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더위에 지쳐가다 격려의 말씀 한 방에 기운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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